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연지기 Apr 24. 2024

TEAM / TRAUMA

불을 끄려면 산소 공급을 차단해야 한다.

-TEAM / TRAUMA-



한마디면 충분하다.

-우린 하나야–

/ WE. OUR. ONE

<

한 번의 행동이면 충분하다.

-우린 하나지만 둘이야–

/ YOU. ME. OUR. WE

>

살짝의 관심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 아무도 몰라 우리의 정체를-!

– 사실 알고 싶지 않을 거야. - 아무도

– 맞아 - 맞지 – 아무도 - 아무도!

/ YES. NO. ONE.

>

한 번의 실수면 충분하다.

- 그래 이거지! – 맞아 이거야!

- 또?! – 씨발.. - 병신새끼 – 그냥 뒤져버려

>

..

나는 슬프고 우울하다.

하나의 목소리가 떠든다.

아니, 둘이다.

목소리는 매번 바뀐다.

그래서 상처받지 않는다.

오늘 내게 푸념하고서 떠날 소리니까.

상처받지 않는다.

< 그래,

나는 괜찮아 괜찮아

잠깐이면 괜찮아질 거야 조금만 더

심호흡에 집중하자.

그래보자.

정신 똑바로 차려.

- 여기야 – 이곳 - 저기 – 여기? - 아니

– 여기 - 어디 – 저곳 - 저기? – 맞아 - 그래

>

선생님이 말했다.

약의 용량은 분명하게 조심히 먹어야 한다고

지금도 너무 충분히 높아 용량을 올리기엔

일상생활이 힘들 것이라 했다.

..

모른다. 나는 모르겠다.

잠에 들 것만 같지만

사실 지금이 꿈속이 아닐까 싶다.

기억은 오래된 영사기에 쏘아대는 필름 같다.

뚝 하고 끊기고서는 치직 하고 다음 장면이 흐른다.

술잔을 채웠는데 술이 비었다.

담배에 불을 붙이려다 불이 사라졌다.

집에 가려 했지만 술집에 앉았다.

술잔을 채우려다 집에 누웠다.

다음은 어디일까 생각 하지만

매번 같은 삶의 패턴이다

돌고 돌아 끝이 없는 무간지옥.

출발점을 알 수도 없고 종착점도 알 수 없다.

허나, 뒤로 돌아가도 출발점이고 직진해도 출발점이며

또는 직진하면 종착점이지만 돌아가도 종착점이다.

나의 삶은 2차원적 끈 위를 걷는 중이다.

정신이 평형을 이루지 못하는 왜곡과 모순이다.

매개변수의 방정식

u, v(0≤u≤2π, -1≤v≤1)

곡면의 가전면

可展面 / DEVELOPABLE SURFACE

아, 다시 나는 출발점을 지나 종착점을 지나 다시금 출발점으로 와버렸다.

화학과 양자의 나노테크놀로지.

나는 수(數) 를 사랑하였는가.

O²를 잃은 소수이다.

..

약이 부족해지면 늘 병원에 가지만

그럴 때마다 내게 입원을 통한

집중적 치료를 권유했다.

나도 그게 맞겠지 싶었지만 아무에게도 말을 할 수 없다.

미술치료라니 음악치료라느니 개소리를 주절주절

글과 그림과 음악에 영혼을 담지 못하는 껍데기..

내게 변화를 강요하려 하니 내가 미친 게 아니라

세상이 미쳐버린 것이다.

- 아니 – 아니야 - 미쳤다니 – 미친 거야

> 누가. 내가? 미쳤다니. 개소리를..

- 너가 있는 – 스쳐가는 - 모든 것이 – 돌아버려

- 세상은 – 정상이야 - 비정상은

- 너야 – 너야 < 나야.

..

뭔가 잘못됐다. 알 것 같으면서도 알 수 없다.

움직일 수가 없다. 무언가 내 발목을 잡고 입을 막는다.

..

내가 이런 사람이란 것이 들통나면

차라리 자살하는 편이 속 시원할 것이니까.

입원도 치료도 그저 불타는 시간에 기대어본다.

불을 끄려면 산소 공급을 차단해야 한다.

방법에는 여러 방법이 있다.

- 죽어! – 죽어버려! - 쓸모없는.. – 필요도 없어!

- 자살해! – 그게 너가 - 원하는 거잖아 – 너에게

- 자유를! – 피스!

>

나는 나를 너무도 잘 알 것만 같다.

그럼에도 나는 나를 의심한다

그래, 알 것만 같으니 의심을 하지

완벽히 안다면 그 딴것쯤 할 리가 없지

바보 같다 나는 아무래도 너무 멍청하다.

- 멍청한 놈

< 지겹지도 않나.

– 지겨워

> 나도.

- 담배나 한 대 – 태우자

< 그래 나도 같은 생각이야

..

손에 쥐고 있던 담배는 사라졌다.

다시금 술잔이 가득 찬 잔을 바라보며

공상에 빠진다.

- 우리는 – 하나야 > WE. ARE. ONE

가득 찬 술잔이 비었다.

잃어버린 담배는 손에서 천천히 타고 있었다.

WE. OUR. US. OURS. OURSELVES

나는 하나이자 여럿이기에

내 실수를 내가 갉아먹는다.

함에, 나는 나를 잊기에 능하다.

...

..

.

이전 08화 방랑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