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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연지기 Apr 21. 2024

방랑자

나의 시간은 잔불이 꺼지질 않는 백린이자 독약이다

-방랑자-

지구도 일년에 네번 바뀌는데

나라고 한번 안바뀌겠나.

시간아 시간아,

즐겁게. 춤을추다가. 그대로. 멈춰라.

나의 통증을 멈춰주거라.

다시, 유령들이 속삭임에 즐겁다. 즐겁다. 즐겁다.

나는 다시금 술과 사랑에 빠졌다.

중독인가보다.

..

술 냄새를 그렇게 싫어했는데.

아무렴. 나는 그렇지 않고서야 잠에 들 수 없다.

화가나고 즐거워도 슬프고 우울할때

내가 기댈수 있다면 그것은

사랑에 빠진거라 말하기에 적당하다

술은 나를 뜨겁게 불태운다.


경계선 인격장애–


나는 바다를 유영하는

방랑자다.

나는 사랑을 유영하는

방랑자다.

나는 과거를 유영하는

방랑자다

나는 시간을 유영하는

방랑자다


그래, 나는 참으로 괜찮고 멋진 사람이랬어

내 사랑이 그랬다.


정처없이 떠도는 내 불편한 다리는

줄곧 평탄한 길을 갈망하고 여행하며 질투했다.


시간이 약이라는데

나의 시간은 잔불이 꺼지질 않는 백린이자 독약이다.

산소를 차단하면 꺼지는 불씨가

산소를 만나면 다시금 타오른다.

나의 시간은 백린인가보다

진피층을 뚫고 타들 가슴이 뜨겁고 아프며 슬프다.

점점 타들어가는 불씨가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시간을 멈출수만 있다면 잔불도 꺼지리

물속에 떨어지면 하면 잔불도 꺼지리

과거로 역행한다면 잔불도 제자리

사랑을 한다면 잔불은 타드리


꽃과 사랑, 과거와 시간

꽃은 양귀비요

사랑은 모르핀이다.

과거는 백린이요

시간은 잔불이다.


사랑은 진통이요

끊을 수 없는 중독이다.

시간은 잔불이요

과거, 백린탄을 맞은것이다.


내 불편한 다리를 위하여 평탄한 길을 내어다오.

몇년이 지나도 비포장길을 벗어날 수 없으니

다리가 불편한건지 길목이 어수선한건지

아아- 나는 알 수 없다.

공기중에 화약이 묻어있는 포화속으로 몸을 내던진다.

나는 몽롱하다.

이런때엔 만취하고서 벤치에 잠들기 까지가 유쾌하다.


나는 여전히 전쟁중이고. 포화속이며 3차대전 중이다.

벗조차 없는 내가 사랑을 한다니

과한 욕심을 받아주어 고마운 마음.

허나,

모르핀이다. 진통이다 억압이자 통제이며

공포이자 두려움이며 악몽이다.

감사합니다.

꿈에서 깨어날 시간이다.

쉬고싶다

벗어날 수만 있다면

트라우마.

패닉어택.

파라노이드.

..

이쁜것만 담아낼수만 있었다면

좋은것만 담아낼수만 있었다면

고작 이런 마음으로 지냈음을.

다시금 방랑한다.

과거와 시간을

..

마지막이라니

언젠가 수렁에서 건져지길.

때가오면

두려워 말길

부디 평탄한 길을 내어다오

..

좋은밤 좋은꿈 굿바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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