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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연지기 Apr 28. 2024

ATOM/BOMB/WALTZ

비릿한 냄새에 취해선 힘없이 욕조 밑으로 가라앉는다.

-ATOM/BOMB/WALTZ-



마지막이라니.
..
대미를 장식할 폭죽쇼가 시작된다.
대기는 여름보다도 뜨거워 태양과 가까워진것같고
하늘은 벌겋고 누런것이 황사가 낀것만 같다.
어제 새차를 했는데 마지막까지 재수가 이리도 없다.
마지막이라니.
더이상 집안에서 담배를 태운다고 뭐라 할
이웃도 없겠거니 나는 슬그머니 창문을 열고 창밖을 보며
담배를 한입 깊게 빨아들이고 내뱉는다.
..
"날씨가 참 좋다."
나는 창밖 밑으로 사람들을 본다.

쿵 -

마지막이라 그럴까. 모든게 아름다워보였다.
위에서 보아하니
사람들은 춤을춘다.
다들 다리를 크게 뻗어 들고 한발짝
다시, 한발짝 뛰어가듯
왈츠 리듬에 맞춰 쿵짝짝 발을 맞춘다.
누군가는 손을잡고
누군가는 아이를 업고
누군가는 포옹을
누군가는 키스를
각자 다른 모습으로 서로간의 발을 맞춘다.
이쁜 춤선이다.
한발짝 내딛는 발이
누구보다도 열렬하며 정열적이고 부드러운 사랑의 춤
그렇게 사람들은 춤추는데
다들 슬픈 표정을 하나, 둘
행위 예술 페스티벌인듯 사람들은
울고 허탈한 웃음을 짓는 모습들 뿐이다.
그 모습은 참으로 광대같아 보임에
나는 그 모습들이야말로
행복의 모순으로 보였다.
그렇게 서로를 끌어 안으며 허리를 감싸 안아
발을 맞춰 춤을 추는데
울고있다. 눈물을 흘리며 통곡을 한다.
웃고있다. 눈물을 흘리고 통곡을 하며 말이다.
딱하다. 나는 보고 있자니 슬프거나 웃기지도 않다.
그 모습을 보고 웃지도 울지도 않는 내가
광대일까 소름끼치는 생각도 들었지만
끝내 아무 표정따위 지어보지도 못했다.
마지막에 웃는사람이 내가 아니라 다행이란 생각이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내가 제일 특별한 사람임에
의심이 없길.

쿵 -

「이 편지엔 답장을 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지옥같은 삶을 여전히 살고있는데
뉴스 헤드에는 지구가 멸망한다고
카운트다운을 세고 있습니다.
드디어 제가 정신이 나간것같습니다.
저 카운트다운이 저에게만 보이는것이라 말해주세요
아아 왜 또 이런 편지를 붙이냐고 제게 묻는다면
저는 모르겠습니다.
먼 나라에서 쏘아대는 폭죽쇼가 시작 했다는데
저는 아직 믿기지가 않거든요
바깥을 보면 사람들은 너무 평온해 보여요
즐겁고 행복하고 화목하단 뜻이에요.
어떻게 지구가 멸망한다는데 저렇게 춤까지 출수있는거죠?
저는 이해 할 수 없어요
사실 저 빼고 모두 왈츠를 추는 연습을 했던것일까요?
당신도 춤을 출 수 있습니까? 그렇다면 제게도 춤을 가르쳐주세요
왠지 저만 트랜드를 따라가지 못해 소외되는 기분이 든단 말이죠
늘 그랬듯 저는 외톨이였으니깐요
먼 나라에서 쏘아올린 폭죽이 여기쯤 떨어질때면
모두 외톨이가 되겠죠?
그렇다면 모두 제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 할수있겠네요
그거 하나는 참 마음에 들어요
아차 지금의 저는 가장 온전하고 이성적인 상태입니다.
늘 그랬지만 혼자 미치고선 아닌척 하길 반복했지만
지금은 제게있어 최고의 컨디션입니다.
아마 지금껏 살아온 인생중 최고일것입니다.
이만, 얼른 폭죽이 터지길 기도하며
편지를 마칩니다.

쿵 -

10분뒤면 지구는 멸망할것이다.
나는 사색에 잠긴다.
10분뒤면 사라질 나에게
안녕이라도 빌어보아야 하나
Waltz For Debby
마지막이라니.
고통없이 죽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나는 욕조에 몸을 담군다.
나른하게 퍼지는듯한 내 몸은
안락하고도 평온하다.
아아- 이렇게 좋은날이
이런 평범한 마지막 날이니
기분이 싱숭생숭 하다
나는 천천히 머리까지 욕조에
몸을 담궜고 그렇게 잠에들듯
욕조의 차가운 물이 내 몸을 잠궜다.

나는 춤을 출 것을 약속한다.
세상의 마지막날
가볍게 눈을 마주보고서 부드럽게 스윙할
아름다운 마지막을 위해, 나의 사랑에게.
왜냐하면 나는 한쪽 다리가 없으니 말이다.
천천히 느리게 목을 감아 이마를 맞대고
한손엔 와인을 한손은 서로의 손을잡고 허리를 감싸 안고 귀에서부터 느릿하게 옆구리를 스치는 손길에 부드러운 표정 지으며
폭죽쇼의 마지막날에서
이 바다 이 땅 위에서 열렬한 마지막을.
와인과 장미 처럼 붉은 바다로
향기는 그중에서도 가장 진한 장미향기로
어느새, 새빨갛게 물든 욕조에서
비릿한 냄새에 취해선
힘없이 욕조 밑으로 가라앉는다.
몇분 뒤면 나의 외로움을 모두가 알게될것이다.
그것 하나로 만족한다.
모두 외톨이가 된다면 우린 모두 평등한 사람이니까.
사지가 멀쩡한 잘난 사람도 외로워질것이고
다리가 없거나 팔이 없더라도. 외롭지 않을것이다.
세상 앞에서 모두 평등한 날이 온다.
나는 그것으로 만족한다.
나에게
평화가 찾아오길.
샤마- 엔 바모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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