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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연지기 Jun 16. 2024

소각장.

Dear someone special

나는 쓰레기장 앞에 서있다.
너무 많은 더러운 쓰레기들이 악취를 풍기며
어느곳은 축축하고
어느곳엔 구더기가 들끓고
어느곳엔 꽃이 있고
어느곳엔 찢어진 사진이 있고
어느곳엔 구겨진 편지가 있었다.
나는 하나씩 쓰레기들을 들여다보며
편협한 사고로 남들의 사생활을 들여다 보았다.
..
누렇게 번진 이불은 악취가 났다
씻지도 않고 빨래도 하지 않고 버린것이 분명하다.
컵라면 용기에 음식물 쓰레기가 그대로 있다.
거기엔 구더기와 파리들이 득실거렸다.
음식물 쓰레기봉투 사는것마저 귀찮았던것이 분명하다.
더럽고 그것을 보는것만으로도 기분이 더럽다
그것을 보고있는 나 조차도 더럽다.
꽃은 말라 비틀어져. 꽃인지 썩은 나무 껍데기인지 가늠조차 힘들었다.
꽃 따위에 애정은 담겨있지 않아보였다.
물이 고여서 썩고 그 위엔 먼지가 쌓여있었을것이다.
사진속엔 남녀가 나란히 손을잡고 웃고있었다.
참으로 행복해 보이는데
두갈래로 찢어진 사진은 한쪽은 남자 다른쪽은 여자였다.
이런것이 쓰레기장에 있다니 결국 이별 했나보구나.
누구의 탓인지는 몰라도 참 애처롭다.
옆에 구겨진 편지도 있었다.
편지 상단엔 'dear someone special'
이라는 문구로 시작된다.
..
어제는 참으로 같잖게도 감정 이상의것을 넘어선 말을 늘여놔서 미안합니다.
받은상처들 결코 아물지 못하겠지만 제 그릇은 이정도인지라.
저의 그릇된 감정표현은 한계를 드러냈고 결국 당신의 가슴 깊은곳까지 상처를 주었네요.
다시 한번 미안합니다.
어제는 차라리 죽고싶을만큼이나 화가나고 서운하고 우울했습니다. 또,
결국은 분노와 증오만 남겨 통화를 마무리 했는데 이것 또한 저의 이기적인 고집이자 어리숙하고도 어리석은 분노의 표출 이였습니다.
그러면 안됐는데 상처주는 말들로 괴롭게 해서 미안합니다.
저의 사랑이 되어줘서 고마웠습니다.
저는 진심으로 재미있었고 행복했고 사랑했어요 또 아프기도 했지만서도요.
좋은추억도, 풀지못한 둘의 숙제도,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바램도 그저 이루지 못해 아쉽네요.
하지만 이제 그런 미련들은 영원히 잊고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게 맞다는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역시 숙명적으로 발이 맞지 않는 절름발이 였으니까요.
꼭 좋은 사람 만나 치유받고 행복하세요
저를 용서하진 말아주세요 마음의 상처는 제가 겪어보길, 용서할수록 회복이 더딥니다
다시한번
사과가 늦었습니다 미안합니다.
..
싸움의 흔적이였다.
일방적인 사과같기도 하다.
이기적인 사과이기도 하다.
나는 누구의 잘못이였을까 곰곰히 생각하며
담배를 한대 태웠다.
어느 누구며 어느 한쪽은 참 애가 탓겠구나.
사랑이라는게 원래 그런것이라 말 해주고 싶다.
아프면서도 치유받고 서로의 기둥이 되어주며
버팀목이 되어 같이 있음에도 별것따위의 행위 없이도 행복함에 웃음이 난다는것.
다리가 하나 없는 사람이 팔이 하나 없는 사람을 만나
서로에게 필요한 다리 한쪽과 팔이 되어주고
서로의 다리와 팔이 하나가 됨에 감사함을 느끼는것.
사랑,
별것 있는가.
끔찍하게 사랑했다한들 모든것은 후회로 돌아가기 마련이니.
쓰레기장에 자리를 차지하는것이지 않겠는가.
사지가 멀쩡하다 한들 그게 연인 아니겠는가.
그리울 연에 사람 인.
그리운 그 사람은 쓰레기장에 머물겠지
사람들의 추억이 담긴 모든것들은
여기, 이 쓰레기장에 널부러져있다.
..
더러운 이불, 낡은 신발, 찢어진 옷, 구멍난 팬티,
말라 비틀어진 꽃, 불에 탄 사진, 깨진 유리,
깎여진 손톱, 멈춰버린 시계, 썩은 나무, 부러진 칼, 악취나는 음식, 부숴진 핸드폰, 다리 없는 의자, 깨져버린 전구, 구겨진 사진, 머리카락, 이빨 빠진 칫솔, 고장난 청소기, 먼지 낀 드라이기, 찢겨진 편지, 찢어진 사진, 깨진 그릇, 스피커가 찌그러진 라디오, 먼지 쌓인 크리스마스 트리, 얼룩진 식탁보, 낡은 테이블, 거멓게 번진 양말.
그리고
누군가의 심장.
..
쓰레기장 그곳은
내가 버린 전부이자 내가 버린 모든것들이 있었다.
모두가 버린 전부이자 그들의 모든것
이곳은 나의 마음속과 가장 닮은곳이였던 것이다.
창고 라고 표현하기엔 꺼내서 쓸 수 없기에
쓰레기장이 맞는 표현인듯 하다
내가 창고정리를 하는 이유이다.
곳간은 채울수록 쥐가 뜯어먹을 쌀가마가 많아지는것 아닌가.
...
'기억이 고요하오
적막이 가득한 머릿속은
당최 어디를 향해야하는지 나는 모르겠소.
텅 빈 거리요
풀이 바람에 부딪히는 소리만 들리는
이곳에선 내가 사라져도 아무도 모를것이요.
거리는 마음이요
텅 빈 길목은 흡사 나의 마음같소
함에, 나는 기억을 걷는듯 하오.
이곳은 공허요
저녁이 쌀쌀하여 춥고도 하늘은 어둡고
거리는 조용하오
함에, 이 우주에 나 혼자 있는것만 같소.
심장은 허공을 날아
하늘로 새빨갛게 흩뿌려지오.
멀리 또 저 멀리 날아갈듯했던 나의 마음은
별에 닿지 못한채 허공에 머문채 조각나오.
하물며
살아보자니,
나는 여기 이곳 같은 자리에 머물러도
산산조각난채
조각을 쫓는것 아니오?
험난하고 험악하고 흉악하기 그지없네만
나는 이리 살아 쫓을 조각을 만들고있소.
나는 그대의 파편.
파편은 그대의 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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