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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연지기 Jul 14. 2024

펜은 나의 최후의 칼이다

불행을 피하기 위해 행복을 내려 놓는다

-펜은 나의 최후의 칼이다-

불행을 피하기 위해 행복을 내려 놓는다.
서랍에 잘 접어 넣어두고 나는 불행에서 한발짝 멀어졌다.
처음엔 단순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행복은 언제든지 다시 찾아올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서랍을 열면 그것이 그대로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불행과 행복을 구분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
어린 시절, 나는 많은 꿈을 꾸었다.
단연, 화가가 되고 싶었다.
그려지는 모든 선과 색채 속에서 나는 나를 찾을 수 있었다.
모든 선이 나의 감정이고 떨어지는 잉크는 내 마음과 같았다.
현실은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았다.
볼펜의 수명이 얼마 만큼인지 가늠이 될만큼
화가로서 수명이 언제까지인지 가늠하고 싶었다.
이미, 나는 명을 다 했음을 부정 하는것이다.
사회의 기대와 압력은 나를 낭만의 절벽에서 밀어버렸다.
안정적인 직업, 안정적인 수입, 안정적인 삶.
화가로서의 꿈 이였다.
그럼에도 불안정한 정신.
그림을 그릴적엔 월세가 밀렸다.
사랑하는 이를 사랑하지 못했다.
새 옷을 사지 못했다.
담배를 태우지 못했다.
술을 마시지 못했다.
차비가 없어 걸었다.
시간이 없어 뛰었다.
걷고 뛰다 무릎과 발목이 상했다.
펜을 잡으니 손목이 아파서
눈물이 났다.
나는 불확실한 미래를 감수할 용기가 없었다.
행복을 위해 펜을 서랍에서 꺼냈지만
잉크가 말랐다.
그래서 나는 화가의 꿈을 접었다.
..
대학을 중퇴하고 군대를 다녀오고 창업을 했다.
사업은 안정적인 삶의 보장을 약속하지 못했다.
대가는 크고 무거웠다.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며, 창의력을 발휘할 기회조차 없었다.
점점 나의 눈은 초점이 잃고, 웃을 일은 더 없어졌다.
몇 이들은 나를 존경했지만, 나는 나를 미워했다.
꿈과 자아를 잃어버린 채로 살아가는 것은
견딜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웠다.
나를 잃으니 사랑도 잃었고
사랑은 불확실성과 함께 작별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내가
그 미래를 스스로 두려운 존재로 만들으니.
그래서 나는 사랑을 떠나갔다
나는 이것을 사랑이 나를 피해갔다 말 하고싶다.
혼자 골방에 박혀 살아감을 선택했다.
스스로 썩어가는 삶은 평온했지만
그 속에는 불행도 행복도 없었다.
나는 늘 허전함을 느끼며 외로워했음을 홀로 아파하길.
아, 이것은 불행이로구나.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나의 선택에 후회한다.
내가 피하고자 했던 불행은 끝내 나의 집에 노크 없이 방문했고,
내가 포기한 행복은 서랍에 깊게 묻혀 영원히 찾을수 없었다.
무엇이 행복인지조차 찾을수도 없었다.
불행을 피하기 위해 행복을 포기한 대가는 너무도 컸다.
이제 깨닫길.
불행과 행복은 하나의 동전 던지기와 같다.
둘 중 하나 그 무엇도 피할수 없는 필연이라는 것을.
...
마지막으로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불행을 피하기 위해 행복을 포기한 가치가 있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나는 다시 펜을 잡았다.
나는 다시 한 번 자신을 찾기로 결심했다.
이 선 하나, 둘, 셋 모두 나의 감정이다.
불행에 맞설 최선의 복수이다.
펜은 나의 최후의 칼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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