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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연지기 Aug 18. 2024

고향으로 붙인 편지

이 편지에는 주소가 없습니다.


1.
불완전한 삶에
불안정한 삶입니다

다리가 없는 삶에
뛰고싶은 삶입니다

덧없이 산 삶에
벗조차 없는 삶입니다.

팔이 없는 삶에
잡고싶은 삶입니다.

이것들이 저는 참으로 아픕니다.
손톱끝에 생긴 상처가 아물지가 않습니다.
물집이 수차례 터지고 아물고를 반복하니
보기 흉측하기에 마땅한 모습입니다.
물에 닿으면 바늘로 피부를 찢는 고통에
씻는게 두려워 그만, 씻기를 포기했습니다.
그렇게 피부는 엉망으로 변했습니다
아무렴, 일 없습니다.
사랑받기에 이쁘장했던 얼굴도 옛날 이야기지요
더는 이쁜 얼굴도 아닙니다.
사실 제가 집을 떠나며, 고향에서 벗어날 무렵부터
잃어버린것일지도 모릅니다.

2.
어머니!
저는 지독한 병에 걸린것이 분명합니다.
어디를 갈지 언정 사람들이 절 외면합니다.
믿었던 이들 마저 등을 돌리는것을 보니
어느 순간 질병에 걸려 앓고있는것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저는 그들을 피해다니기로 결심했다만
벌어진 상처가 멍이들고 검붉으며 코를 대면 지독한 악취가 납니다.
저, 고향에 돌아간다면 이 병이 멎을까요
그립습니다. 누군가에게 안겨보는것이 참으로 그립습니다.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그립습니다.

3.
아버지!
어머니에겐 이제까지 멋지게 성장중이라는
거짓된 으름장을 내놓았습니다.
부끄럽습니다. 이제야 오니 소스라치게 부끄럽습니다.
사실은 말입니다 서먹한 부자간의 사이를 대신하여
그간의 편지는 일방적으로 어머님에게만 붙혔습니다.
아버지, 아버지도 혹시 그 편지들을 보셨을런지요
그렇다면 참으로 죄송합니다.
소위 패륜을 저지른듯 하여 송구스럽습니다.
꼭 좋은 모습 성장한 모습만 보여드리고싶었던 마음 이였습니다.
제 바램은 꼭 성공하여 고향에 돌아가서는 어머니보다
아버지를 먼저 제가 감히 품에 안는것이였습니다.
혹, 그 날이 멀지 않으렸다 생각이 드셨으렵니까.
죄송합니다. 포부있게 떠난 고향에 발을 때자
낯선 환경에 고향이 그리웠고 빈손으로 돌아갈 엄두가 나질 않았습니다.
아무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해 슬펐습니다
멀다못해 잃어버린것만 같습니다.
아버지. 저는 아버지를 닮지 못한듯 싶습니다.
다시한번 제 아버지의 자식으로서
죄송합니다.

4.
형!
형이 고향을 떠난 후 너무나도 잘 사는것만 같았는데
혹시 나와 같이 이런 고통을 겪고 있는것이여?
그렇지 않다하면 참말로 다행이다.
사내 대장부 행세하던게 척이 아니였다니 안심이 된다
나는 그 뒤를 쫄래쫄래 따라다니며
그때도 지금도 뒤에 숨어다니는 계집아이 같다.
같이 담배 한대 태우고싶은 오늘인데 그럴 수가 없네
비도 오고 날씨도 축축하니 같이 술도 기웃거리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네
옛날, 놀음도중 두들겨 맞고있던 나를 구해준
형이 생각난다 그때나 그 후에나 아닌척하며 늘
형을 동경해왔다만 결국, 그 바램과 달리 나는
이렇게 미성숙한 어른이 되어버렸네
형의 이야기를 듣고싶어. 그간 어땠는지
즐거웠는지, 외로웠는지, 슬펐는지, 행복했는지
뭐가되었든 나는 형의 동생인것이 자랑스러운것은 변함이 없을것이여.
형, 많이 보고싶다. 고향에 돌아온다면 서신 주쇼.
역에서 기다리고 있을테니.

5.
우리 막내 희야!
보고싶은 나의 동생아
그간 얼마나 컸을지 무척이나 궁금하구나
오라비 얼굴은 기억하려나 모르겠으나
기억 해주었음 하는 소심한 기대를 하여보마
열 하고도 일곱이 되어 새로운 학교에 간것은 어떤지도 궁금하구나
그 어색한 곳에서 적응은 잘 하고있는지 궁금하구나
친구들은 사귀었는지도 무척이나 궁금하구나
또, 어느 누구와 사랑에 빠져있는지도 궁금하구나
희야, 이 오라비는 무척이나 잘 지낸단다.
이 도시는 또 무척 아름답기도 하단다
훗날, 이곳에 오거든 호수 공원을 꼭 걸어보거라
또, 이 앞에 큰 다방이 있는데 꼭 들려보거라
그 다방 창가에 앉아 이 편지를 쓰는 오라비는
이 곳을 참으로 좋아한단다.
그만큼,  잘 지내고 있다는 뜻이란다 희야.
그리고 부탁을 하나 전하고 싶구나
오빠는 곧 고향에 돌아가려 할 준비중인데
아마 이 편지가 나보다 일찍 도착 할테니
혹여, 어머니가 눈물을 보이거든
아무말 없이 위로를 해주었음 하마
미안하고 고맙다 희야.
곧 보자

...

..

.

p.s

간만에 글을 씁니다
이러다 골로가는거 아닌가 할 정도로
건강이 좋지가 않습니다.

금방 괜찮아질줄 알았다만

쉬운 일이 아니네요

연재가 규칙적이지 못한 점 죄송합니다.
잊을만 할때쯤 한번씩
작품다운 작품으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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