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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연지기 Jun 23. 2024

무용지용(無用之用)

그대는 '산' 이올시다.

방파제는 부서질 줄을 모르는데도
파도는 방파제를 때린다.
메마른 강가는 물의 흐름을 잊었음에도
구슬픈 장마를 기다린다.
폭포밑 바위는 쉼 없이 폭포를 맞으면서도
쪼개진 조약돌을 품에 안는다.
거친 폭우에 무너지는 산은 무너짐에도
뿌리는 뿌리의 손을 놓지 못한다.
바위는 외로히 백 년을 그 자리에 있음에도
새와 동물들이 곁에 백 년을 함께했다.
..
강풍에 폭우가 쏟아지는 날,
폭풍에 폭포는 거세졌고
그 바람과 산에서 일어나는 파도의 태풍 같은 물살을 타고
외로운 바위 하나 항해를 하다
거대한 나무와 거대한 나무가 두 팔을 뻗어
바위를 포옹하며 쓰러졌다.
폭우가 그치고서
쓰러진 거대한 나무와 거대한 나무 사이에
조그마한 나무가 바위의 옆, 세상 밖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

그대는

'산' 이올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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