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고에서 권력을 얻는 방법을 아는가? 바로 힘이 세거나(싸움을 잘하거나), 웃기면 된다. 싸움을 잘하는 사람들은 힘의 논리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남고에서는 권력을 얻는다.
또한 웃긴 친구들도 인기가 많기 때문에 힘 있는 친구들도 함부로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둘 다 아니었다. 특히 학창 시절 가장 핫한 놀이는 오목, 뻑치기, 돈치기 그리고 팔씨름이었다. 팔씨름 1짱은(우리는 그 당시 짱이라는 말을 많이 썼다) 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권력을 가질 수 있었다.
나는 반에서 팔씨름이 두번째로 쌨다. 뒤에서.
어느 날 친한 친구였던 한 oo에게 팔씨름을 요청했다. 친구니까 장난스럽게 받아 줄 것이라 생각했다. 한oo은 우리 반에서 두 번째로 팔씨름을 잘하는 친구였다.
그런데 팔씨름도 하기 전에 나는 큰 상처를 받았다. 그 친구가 한 말 때문이다.
그 친구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꺼져.... 너 존나 약하잖아”라고 말했다.
나는 말없이 충격을 받은 채 내 책상으로 돌아왔다. 그때 생각했다. 내가 나를 지키지 않으면 아무리 친한 친구이든 의미가 없다고.. 그리고 힘이 필요하다고..
그때 운동을 열심히 해서 꼭 팔씨름을 잘하리라 다짐했다. 생각해 보면 그 친구가 나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것은 당연한 것 같기도 했다.
나는 그때 55kg에 거의 180cm였기 때문에 애들이 나에게 해골, 뼈, 말랐다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했고 나도 그것을 받아들이고 살았다. 아주 가는 팔의 소유자가 와서 팔씨름 요청이라니 내가 봐도 터무니없었다.
그렇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 때 나는 헬스장에 등록했다. 벤치프레스, 렛풀다운, 바벨컬, 덤벨컬을 하면서 운동을 했다. 그중 가장 힘들었던 것은 스쿼트다. 운동을 처음 했을 때라서 아무것도 얹지 않고 그냥 앉았다 일어났다만 5번 했을까? 6번째 일어날 때 부들부들 떨면서 일어났다. 그때 눈물이 났다. 내가 이렇게 약하다고?
다들 10kg, 20kg 큰 봉을 달고도 일어나는데 나는 아무것도 달지 못하고 끙끙대는 내 자신이 싫었다. 그렇게 6개월을 울고 일어나고 또다시 바벨을 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55kg -> 70kg까지 몸무게를 늘렸다.
그렇게 몸을 만든 후 몇 년 뒤 고등학교 친구들과 만나는 자리가 있어서 일부러 팔이 부각되어 보이는 옷을 입고 나에게 모욕을 줬던 한oo에게 팔씨름하자고 했는데 그 친구는 본인이 질 것 같다고 거절했다. 괜스레 내 안에 뿌듯함이 있었다. 물론 그 친구는 이 사건을 기억하지도 못할 수 있고 했던 말도 기억 안 날 것이다.
나 혼자 자극받았던 사건이었을 수도 있다. 그래도 그것 덕분에 몸도 만들고 힘을 기를 수 있었다. 더욱이 몇 년 뒤에 바디프로필까지 찍으며 '멸치, 해골, 마른놈'에서 꽤 괜찮은 몸을 가졌던 시간도 있었다.(지금은 이 정도는 아님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팔씨름사건에 상처받아 바디프로필까지 찍은 경험은 내게 소중하다. 목표했던 작은 것들을 하나하나 클리어할 때 비로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더 얻게 된다.
나와 내 가족을 지킬 수 있는 힘은 가지라고 말하고 싶다. 그게 물리적이든 정서적이든 경제적이든 말이다. 맞다. 누군가를 의지해서 나를 지키는 것보다 나 자신이 그 정도의 힘은 있어야 한다.
사람은 사랑해야 할 대상이지 의존하거나 믿어야 할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믿었던 친구에게 충격적인 말을 듣던 그 기억을 더듬으며 들었던 생각이다.
[실질적 지침]
- 남녀모두 헬스, 필라테스, 크로스핏 뭐든 좋다 운동을 하자. 건강을 위한 저축이기도 하고 자신감을 위한 첫걸음이다.
- 허세 피라미드에 나온 바디프로필. 그러나 인생에 한번 있는 소중한 경험이기 때문에 찍어보길 바란다
- 최소한의 힘을 가지려면 최소한 노력을 하자. 공부, 운동, 독서, 알바, 경험 무엇이든 좋다. 최소한의 것은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