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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RIS Jul 21. 2024

나의 거울

두 번째 별을 걸다.

"나는 어디서부터 시작했을까? 내 그림은 어디서부터 그려졌을까?"

우리는 집을 나서기 전에 거울을 본다. 누군가를 만나기 전에도 거울로 내 모습을 확인한다. 길을 나서거나, 관계를 시작하거나, 준비를 마치고 처음을 시작할 때 거울을 본다. 

나도 이제 내가 버린 별을 찾기 위한 여정의 시작이니까. 내 거울을 찾아보려고 한다. 나는 결국 그 거울에서 태어났고 그 거울의 축복 속에서 내 여정을 시작했으니까.


"삶은 혼자였다가 다시 혼자가 되는 것일까? 적어도 나의 시작은 혼자가 아닌 '우리'에서 시작되었다."

우리의 성격, 가치관, 내면 등등 많은 부분은 부모로부터 영향을 받고 자란다. 많은 전문가들은 아동기의 초기경험을 중요시 여기며 초기의 경험이 많은 부분을 결정한다고 이야기한다. 프로이트 또한 초기 경험을 중요시 여겼으니까, 뭐 당장 우리는 전문지식이 아니라더라도 주변에서 종종 어느 사람의 행실을 평가할 때 그들의 부모를 보면 알 수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 역설적이게도 나에게 부모 또한 내 거울이다. 


나는 '거울'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늘 생각했고 그들과 똑같은 선택을 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들이 내게 사랑을 주지 않았던 것 아니었지만, 자식이 늘 그렇듯이 내가 원하는 '사랑'을 주지 않았다고 생각했으니까, 나는 많은 기로에서 늘 선택을 했고 그 선택의 이면에는 '나는 내 부모와는 달라 내가 한 선택은 정답이고 그러니까 나는 그들과는 다른 삶을 살 거야.'라고 외치며 나아갔다.


내가 나의 거울을 부정하는 순간, 나의 별은 점점 빛을 잃기 시작했고 천천히 내가 알지 못하게 그 별은 찬란하게 빛이 나는 것이 아닌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 안나 카레니나-"


평범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평범한 가정에서 사랑을 받았으며, 어린 시절부터 따로 떨어져 살기 시작했던 나와 부모가 따로 사는 것에 대해, 쉽게 볼 수 없는 가정의 형태에 쉽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참 많다. "쟤 봐, 얼굴이 늘 그늘져 있잖아." "쟤가 왜 저렀는지 딱 알겠어. 부모를 보면 알 수 있다니까."라는 쉽게 이야기하는 말들은 내 인생이라는 영화에 사진 한 장을 찍어 판단할 뿐이다.


내 불행에 나 또한 내 거울을 늘 미워했고 부모와 반대에 서기 위해 노력했다. 그 행동이 내가 불행한 이유였고 거울을 부정하기만 한 나 자신이 내 빛을 잃게 만든 이유였을 뿐이었다. 모든 불행에는 갖가지 저마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 모든 행복에는 모두 비슷한 이유만 존재하는 데 말이다. 


가족, 부모 또한 똑같다. 그들을 벗어나기 위해 싫은 것에는 저마다 특별한 이유를 찾기 시작한다. 그들이 내준 행복에는 별 이유를 붙이지 않고 흘려보내지만, 그들이 준 불행에는 나만의 이유를 붙이려 노력하기 시작하니까. 내 친구, 직장동료, 연인 등 부모가 아닌 사람의 관계에선 그들의 서툰 모습에 늘 이해와 존중을 하려는 '나'는 부모로서 처음인 내 '거울'에 늘 냉정히 미워하기만 했다. 결국 그들이 내 거울이고 내가 그들의 거울이었으니까, 나는 나의 서툰 모습을 보기 싫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자식은 부모 마음을 평생 알 수 없다. 하지만 부모 또한 자식의 마음을 평생 알 수 없다."

가족에게 받은 모든 것들에 누구나 자유로울 수 없다. 어느 누구도 부모의 영향에서 자유로이 사는 사람은 없다. 내 부모 또한 그들의 가족에게 물려받은 영향들이 존재하니까 말이다. 우리는 늘 거울에서 비친 나 자신의 모습을 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렇기에 우리에겐 늘 부모가 비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흘려보낸 내 가정의 행복을 나만의 이유를 찾아 나를 다시 바라보게 된다면 그땐 서툴었던 내 부모의 마음을 알 수 있겠지. 그땐 정말 내 부모 또한 슈퍼맨이 아닌 나와 같은 서툴었던 아이라는 것을 내가 알게 되겠지. 그럼 그땐 내게 부모의 모습이 있다는 걸 인정하게 되겠지 


이번엔 내가 내 거울을 내 밤에 걸어두려고 한다. 우리는 아침이 끝나고 밤에 들어오면 성숙해진 나를 거울로 마주 본다. 내 모험의 시작에 본 거울을 다시 돌아와 바라보게 된다면 그땐 그 거울을 보며 비친 부모의 모습을 존경하게 될 것이다. 


오늘 걸어둔 두 번째 별 ‘거울’입니다. 나의 밤이 빛이 났던 이유는 내가 내 부모를 닮았기 때문입니다. 내 여정이 끝나는 그날 내가 내 부모를 진정으로 안아줄 수 있길 바랍니다.

   

"내 거울에 비친 내 부모의 모습을 여러분은 사랑하시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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