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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별

나의 거울

by IRIS
"나는 어디서부터 시작했을까? 내 그림은 어디서부터 그려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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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집을 나서기 전에 거울을 본다. 누군가를 만나기 전에도 거울로 내 모습을 확인한다. 길을 나서거나, 관계를 시작하거나, 준비를 마치고 처음을 시작할 때 거울을 본다.

나도 이제 내가 버린 별을 찾기 위한 여정의 시작이니까. 내 거울을 찾아보려고 한다. 나는 결국 그 거울에서 태어났고 그 거울의 축복 속에서 내 여정을 시작했으니까.


"삶은 혼자였다가 다시 혼자가 되는 것일까? 적어도 나의 시작은 혼자가 아닌 '우리'에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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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성격, 가치관, 내면 등등 많은 부분은 부모로부터 영향을 받고 자란다. 많은 전문가들은 아동기의 초기경험을 중요시 여기며 초기의 경험이 많은 부분을 결정한다고 이야기한다. 프로이트 또한 초기 경험을 중요시 여겼으니까, 뭐 당장 우리는 전문지식이 아니라더라도 주변에서 종종 어느 사람의 행실을 평가할 때 그들의 부모를 보면 알 수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 역설적이게도 나에게 부모 또한 내 거울이다.


나는 '거울'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늘 생각했고 그들과 똑같은 선택을 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들이 내게 사랑을 주지 않았던 것 아니었지만, 자식이 늘 그렇듯이 내가 원하는 '사랑'을 주지 않았다고 생각했으니까, 나는 많은 기로에서 늘 선택을 했고 그 선택의 이면에는 '나는 내 부모와는 달라 내가 한 선택은 정답이고 그러니까 나는 그들과는 다른 삶을 살 거야.'라고 외치며 나아갔다.


내가 나의 거울을 부정하는 순간, 나의 별은 점점 빛을 잃기 시작했고 천천히 내가 알지 못하게 그 별은 찬란하게 빛이 나는 것이 아닌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 안나 카레니나-"


평범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평범한 가정에서 사랑을 받았으며, 어린 시절부터 따로 떨어져 살기 시작했던 나와 부모가 따로 사는 것에 대해, 쉽게 볼 수 없는 가정의 형태에 쉽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참 많다. "쟤 봐, 얼굴이 늘 그늘져 있잖아." "쟤가 왜 저렀는지 딱 알겠어. 부모를 보면 알 수 있다니까."라는 쉽게 이야기하는 말들은 내 인생이라는 영화에 사진 한 장을 찍어 판단할 뿐이다.


내 불행에 나 또한 내 거울을 늘 미워했고 부모와 반대에 서기 위해 노력했다. 그 행동이 내가 불행한 이유였고 거울을 부정하기만 한 나 자신이 내 빛을 잃게 만든 이유였을 뿐이었다. 모든 불행에는 갖가지 저마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 모든 행복에는 모두 비슷한 이유만 존재하는 데 말이다.


가족, 부모 또한 똑같다. 그들을 벗어나기 위해 싫은 것에는 저마다 특별한 이유를 찾기 시작한다. 그들이 내준 행복에는 별 이유를 붙이지 않고 흘려보내지만, 그들이 준 불행에는 나만의 이유를 붙이려 노력하기 시작하니까. 내 친구, 직장동료, 연인 등 부모가 아닌 사람의 관계에선 그들의 서툰 모습에 늘 이해와 존중을 하려는 '나'는 부모로서 처음인 내 '거울'에 늘 냉정히 미워하기만 했다. 결국 그들이 내 거울이고 내가 그들의 거울이었으니까, 나는 나의 서툰 모습을 보기 싫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자식은 부모 마음을 평생 알 수 없다. 하지만 부모 또한 자식의 마음을 평생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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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게 받은 모든 것들에 누구나 자유로울 수 없다. 어느 누구도 부모의 영향에서 자유로이 사는 사람은 없다. 내 부모 또한 그들의 가족에게 물려받은 영향들이 존재하니까 말이다. 우리는 늘 거울에서 비친 나 자신의 모습을 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렇기에 우리에겐 늘 부모가 비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흘려보낸 내 가정의 행복을 나만의 이유를 찾아 나를 다시 바라보게 된다면 그땐 서툴었던 내 부모의 마음을 알 수 있겠지. 그땐 정말 내 부모 또한 슈퍼맨이 아닌 나와 같은 서툴었던 아이라는 것을 내가 알게 되겠지. 그럼 그땐 내게 부모의 모습이 있다는 걸 인정하게 되겠지


이번엔 내가 내 거울을 내 밤에 걸어두려고 한다. 우리는 아침이 끝나고 밤에 들어오면 성숙해진 나를 거울로 마주 본다. 내 모험의 시작에 본 거울을 다시 돌아와 바라보게 된다면 그땐 그 거울을 보며 비친 부모의 모습을 존경하게 될 것이다.


오늘 걸어둔 두 번째 별 ‘거울’입니다. 나의 밤이 빛이 났던 이유는 내가 내 부모를 닮았기 때문입니다. 내 여정이 끝나는 그날 내가 내 부모를 진정으로 안아줄 수 있길 바랍니다.


"내 거울에 비친 내 부모의 모습을 여러분은 사랑하시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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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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