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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RIS Jul 22. 2024

세 번째 별

중요한 것과 필요한 것

"나에게 제일 중요한 건 _____ 이야. ____아, 나에겐 이토록 중요한 것은 없을 거야."

나는 밤에 혼자 길을 걷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조용한 거리, 시원한 바람, 모든 것이 멈춰버린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밤거리를 정처 없이 걷다 보면 복잡했던 내 머리도 금세 밤거리처럼 고요해지고 편안해지는 일련의 과정이 나에겐 늘 소중했다. 


정처 없이 걷던 어느 날 문득 "내게 중요한 것이 뭐였지?"라는 의문이 들었다. 갑자기 든 의문에 나는 생각이 멈췄고 고요해졌다. 난 서둘러 집에 돌아왔고 잠을 청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날의 고요함은 내게 소중한 과정이 아니라 당황스러운 기억으로 남겨져 있다. 난 늘 중요한 것들을 잘 알고 살았다고 자부했는데, 어느 순간부터였을까? 내게 중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대답할 수 없다니 언제부터였을까?? 내가 중요한 것들을 잊어버렸을까?


"(__),  <____>,  [___], {___}.... 나에게 중요한 것이 뭐였을까? 저 빈칸에 있던 답이 생각이 나지 않아."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질문을 떠올리지 않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다고 느낀다. 회피를 했던 것 같다. 지금도 그날 내가 왜 황급히 집에 들어와 잠을 청했는지, 꽤 오랜 기간 그 질문을 떠올리지 않기 위해 다른 생각이나 작업, 행동을 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나는 무엇을 그렇게 외면하고 싶었던 걸까? 뭐 시간이 지나면 알 수 있겠지.


그렇게 꽤 오랜 기간 늘 회피했던 내가 문득 짜증이 좀 났다. 그런 내게 나는 답을 했다.


 "웃기네. 왜 내가 피해야 돼? 나도 내게 뭐가 중요한지 잘 알아 어디 보자.. 음.. 당연히 돈, 능력, 집 이런 게 중요하지? 어라..?"

이야기에 앞서 저기 나열한 것들이 가치 없다. 중요하지 않는 것들이다.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나는 어떤 진리를 전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고 논리를 설파하려는 것도 아니니까, 나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뿐이다. 이 세상에 100명이 존재한다면 100개의 이야기가 존재하기 마련이니까. 어디까지나 나의 이야기일 뿐이다.


나는 꽤나 놀랐고 당황스러웠다. 나에게 먼저 생각나는 것들이 돈, 능력, 집이라는 것이 너무나도 새로웠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변했다고 생각했고 나 역시도 변화하고 나아가는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그날은 만족스럽게 잠을 청했다. 내가 올바르게 나아가는 것 같이 느껴졌으니까.


"(__)을 위해서 돈이 필요하니까, 기다려줘. <____>를 위해선 능력이 필요해, 이해해 줘.  [___]를 위한 삶을 위해선 집이 필요해. 그러니까.. 너희들이 나를 이해주면 안돼? 다 중요한 ___를 위해서 이러는 거야."

하지만 누구에게나 중요할 수도 있는 그들이 나에겐 필요한 것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지내기 위해선 돈이 필요했다. 내가 소망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선 난 능력이 필요로 했다. 안정적인 삶을 위해선 집이 필요했다. 그것들은 중요한 것들을 위해서 필요로 한 것이지, 그 자체로 나에게 빛나는 것들이 아니었다. 빛나는 것을 지키기 위해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들일 뿐이었다. 내가 돈이 중요했던 이유, 능력이 중요했던 이유, 집이 중요했던 이유는 내 중요한 것들을 위해 필요했던 것이니까.


많은 사람들은 때론 길을 잃어버린다. 그들만의 중요한 것들로 시작된 여행이 어느 순간 필요한 것들을 위한 여행이 돼버리곤 한다. 누군가에겐 행운이 따라 되돌아오기도 하고 중요한 것들이 기다려주기도 하지만, 불운이 따라 영영 길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떠나가기도 한다. 나도 여전히 내가 잃어버린 수많은 빈칸의 답을 찾는 중이다. 


난 중요한 것을 놓칠까 두려웠던 것 같다. 이루지 못할까 무서웠던 것 같다. 그래서 그들 위해 필요했던 것들에 집착했다. 그것들의 이야기를 해피엔딩으로 만들기 위해서. 하지만 그것이 오답이었다. 뒤를 돌아보면 끝나버린 중요한 것들의 이야기는 결말 따위 나의 지금 상황 따위 상관없이 늘 소중한 것으로 남아있으니까, 특별하지 않았어도 늘 특별했던 기억으로 나를 이끌어주고 있으니까 말이다.


나에게도 나만의 이야기가 존재하듯이 여러분에게도 여러분의 중요한 것들이 존재하겠죠? 여러분의 여행에도 중요한 것들을 위한 이야기가 잘 쓰이길 바랍니다. 그 이야기들은 언제나 빛이 날꺼니까요. 우리가 좋아하는 영화가 소설이 드라마가 늘 해피엔딩이 아니니까요. '나의 중요한 것' 자체가 중요하니까.


세 번째 별은 '나만의 중요한 것'입니다.


"나의 중요한 것이 중심이 될 때 그 이야기의 끝을 걱정하지 않을 거예요. 우리의 이야기가 늘 우리답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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