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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비범 Apr 19. 2024

외전)엄하게 자란 아이들

바르게 크길 바랐던 거라고

정확히 어떤 것이 아이의 인격을 완성하는지 알지 못하지만 괜찮은 사람으로 자라게 하기란 어렵다. 육아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친구에게 대충 키워도 잘 자라는 아이들이 있고 애지중지 키워도 왜 저렇게 컸나 싶은 아이들이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한 적이 있다. 이는 내가 답을 못 찾아서였다.


나의 엄마는 엄했고 체벌의 기준을 아직도 잘 파악하지 못했다. 어떤 날은 기분이 풀릴 때까지 맞았고 어떤 날은 그저 말로만 타이르고 넘어가기도 했다. 어떤 잘못이었는지 기억이 안 나는 건 내가 미처 온전히 반성하지 못한 탓일까.


엄하게 자란 아이들은 바르게 자랐을까.

고등학생 때 무섭기로 유명했던 수학선생님이 있었다. 수업시간에 집중을 못하거나, 묻는 말에 답을 못하거나, 숙제를 해오지 않으면 세워두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혼쭐을 내시던 선생님이었다. 모든 아이들이 그 선생님에게 혼나지 않기 위해 바른 자세와 바른 태도를 노력하는 동안 나는 마음속에서 왜 학습을 저렇게 통제된 분위기에서 해야 하는지에 대한 반감이 있었다. 그날은 선생님이 타깃으로 나를 골랐는데 이유는 내가 집중하지 못해서 답을 잘하지 못해서였다. 하지만 나는 전혀 반성하는 태도를 취하지 않았고, 화가 머리끝까지 난 선생님은 나를 복도로 내쫓았다. 그때의 내 생각은 '어차피 저래봤자 엄마처럼 날 때리 지도 못할 텐데'라는 생각. 오히려 나의 공포는 '이게 엄마의 귀에 들어가면 무서울 듯'이었다.

동시에 자각했다. 나는 아주 예의가 없는 학생이구나. 복도에 서서 잠시 멍해졌다. 꼭 다른 사람을 마주한 느낌이었다. 혼이 나지 않더라도 어른에게 예의를 갖추는 건 당연한 일인데 왜 그걸 하는 게 그 순간 어려웠는지 스스로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렇다면 거짓말은?

지금은 어떨지 모르지만 주변에 나와 같이 엄하게 자란 친구들이 몇 있다. 우리는 참 거짓말을 얼굴색하나 변하지 않고 잘한다. 거짓말을 하다가 들켜서 엄마한테 혼나는 날이면, '왜 내가 거짓말을 했지' 반성하기보다 '다음에는 더 잘 숨겨서 안 혼나야지'라는 생각이 컸다.


내가 많은 답을 찾지 못했지만, 엄격함에는 정확한 기준이 있어야 하고 훈육에는 아이의 깨우침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자신의 감정의 해소가 아니라. 이런 사실을 알고도 내가 그저 받은 대로만 행동할까 봐 자식을 키우는 것이 꽤나 망설여진다. 나는 그러지 못했으니 내 아이에게는 좋은 환경을 주고 싶겠지만, 좋은 환경을 알아야 좋은 걸 주지. 가난했던 사람의 아이는 그저 치킨을 자주 사주는 것으로도 그 사람에겐 더 좋은 환경일 텐데. 나는 이상(理想)을 무슨 수로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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