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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비범 Apr 13. 2024

내 아래였지만 지금은 친구가 돼줘

속편해서 좋으시겠어요

-내 친구들은 딸내미들이 매일 같이 전화하고 한다는데 나도 그렇게 해줘. 왜 나한테 전화를 안 해? 니 앞으로 안 하면 보자

부탁과 강요가 항상 함께하는 말... 나는 그래서 알람을 맞췄다.

엄마한테 전화하기.

하지만 전화할 때마다 오늘은 어떤 감정쓰레기를 나한테 던질지 스트레스고, 딱히 할 말도 없었다. 분위기가 좋은 날은 나도 함께 웃고 장난치지만 원래 일진 옆에 똘마니들도 웃을 땐 정말로 행복하게 웃을 수 있다. 단 일진이 기분 좋은 경우에만.


시간이 조금 지나고 이런 관계에 이골이 나서 조금은 내 얘기를 하기 시작했을 때, 다시 대화를 한 적이 있다.

-민지 엄마는 좋겠다. 민지랑 친구처럼 지내잖아. 서로 데이트도 가고 놀러도 가고 전화도 매일 하고

--엄마 민지엄마는 민지를 그렇게 때린 적이 없어. 나도 어릴 때부터 엄마랑 그렇게 친했으면 내가 스스로 그러자 했을 거야. 전화를 하면 무서웠던걸 어떡해

-민지는 맞을 짓을 안 하잖아. 애가 착하잖아

--엄마 그럼 나는 엄청 나쁜*이었나 봐? 엄마가 그렇게 때릴 정도로?

그렇게 또 불꽃이 튀었고 둘은 아무 말도 없이 그냥 하루가 끝났다.

(하지만 이건 좋은 행동이었다. 엄마는 이로써 적어도 아 내딸이 이런생각을 가지고 있구나의 '인식'은 하게 되니 말이다. 긍정이든 부정이든 생각을 비틀게 만들 무언가는 늘 필요하다)


얼마 전 친구도 나에게 고민을 토로했다. 아버지가 어릴 때 어머니와 자신에게 폭력을 휘두르셨는데, 지금은 좋은 아버지인척 하는 것이 소름 돋는다고. 왜 이렇게 다들 이기적일까?


자식과 상하관계를 만들어두면 키우기가 편하다. 자신의 말에 딱딱 움직이고 통제 아래 지내니 자신의 감정에 요동이 없다. 그동안 아이는 자신의 벽을 쌓고 자신의 생각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큰다. 그리고 아이가 어른이 되면, 부모는 자식과 친하게 지내는 다른 부모들을 보고 그렇게 지내고 싶어 한다.

친구 같은 부모.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 자식이 사춘기가 오고 고민의 파도 속에 있는 동안 발을 동동 구르며 함께 해주려 하고 엇나가지 않도록 울타리가 돼주려 울며불며 노력한 그 일들을 자신들이 해냈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 어려운 일을 당연하게 해낸 것처럼 갖고 싶어 하는 것이 괘씸하다.



나는 엄마와 함께 하기로 했다. 그러니 나는 내가 가진 가졌던 상처들을 계속해서 노출했다. 지금이라도 친구가 되고 싶다면 내가 가진 상처들, 생각에 대해 온전히 이해하고 사과하길 바랐다. 하지만 한 번에 꺼내지 않았다. 아무리 지혜로운 어른일지라도 자신을 마주하기란 쉽지 않다. 내가 가진 상처가 10이라면 0.1씩 노출해서 생각하게 했다. 모든 말에 대답하려 하지 않았다. 침묵이라는 대답이 본인 스스로를 생각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매일 노출하기보다 사이가 좋을 때 혹은 나아졌을 때 하나씩 꺼냈다. 이런 나의 노출에 질려하는 날엔 나도 당신을 존중하지 않겠단 표정으로 답을 했다. 엄마는 나와 애착관계가 높고 나의 노력을 알고 있기에 엄마 또한 노력해 주었다.


절대 하루아침에 일어나지 않았다. 여러 요건들이 작용했을 것이다. 이제는 폭력으로 할 수 없을 만큼 내가 당신보다 많이 커버린 것, 함께 어른이 되어 그저 어른에 대한 공경만으로 대화를 할 수 없다는 것, 내가 당신을 위해 많은 것을 참아온 것을 인식하도록 혹은 느껴지도록 노력했기 때문이다.


우선 당신과 내가 공통적으로 먼저 해냈어야 할 일은 감정적인 속박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엄마(아빠)는 내가 이렇게 행동하면 저렇게 행동하고 말 꺼야. 나는 못할 거야. 저 사람은 변하지 않을 거야.'라는 내가 만들었다고 생각하기 싫은 내가 만든 생각들. 물론 높은 확률로 그 부모는 내가 예상했던 대로 흘러간다. 하지만 그 생각을 조금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싸울 의지가 생긴다. '저렇게 하면, 이렇게 내가 해야지'라는 생각들. 속박을 벗고 내가 예전의 당신 말에 벌벌 떨며 마음대로 하게 해주는 사람이 아님을 인식시켜야 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벗어나기가,,, 나는 10년이 걸린 것 같다. 평화롭지 않을 것도 알기에, 나는 당신이 여차하면 그냥 도망갔으면 좋겠다.


함께 하고픈 당신의 따뜻한 마음을 내가 꼬옥 안아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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