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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레이 Sep 19. 2021

어시스트 vs 골

《너 진짜 축구 싶냐?》


축구에서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플레이는 '골'이다. 어쩌면 승부를 가리는 스포츠의 세계에서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골보다 '어시스트'가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득점하기 좋은 위치에 있는 선수에게 패스하여 득점을 돕는 플레이, 어시스트.

처음 추국가 만들어지고 꽤 오랫동안 어시스트는 기록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오직 골과 파울로 인해 받은 카드 숫자, 골키퍼의 무실점 경기 수만이 중요시됐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전원 공격하고 전원 수비하는 형태로 축구가 진행되었다.

하지만 차츰 축구가 발달하면서 포지션의 개념이 생기고, 골만큼이나 어시스트도 중요하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정식 기론으로 인정받게 됐다. 다행이지 않은가, 결과만큼이나 과정도 중요하게 취급받게 된 셈이니까.


누구나 축구를 하다 보면 한 번쯤 골을 넣거나, 어시스트를 할 기회를 갖게 된다. 골문 앞에서 만나게 되는 그 찰나의 순간에는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오고 간다. '직접 슛을 할까? 나보다 더 좋은 위치에 있는 동료에게 패스를 할까?'

많은 사람들은 본인이 매 순간마다 최적의 선택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는 그런 순간이 올 때마다 '슛'이나 '어시스트' 중 하나를 무의식적으로 플레이한다. 그건 단순히 포지션 때문만이 아니라 개인의 성향과 연관된다. '내'가 골을 넣어야만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누가 됐든 간에 '우리'가 골을 넣기만 하면 되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처음 축구를 시작하고 꽤 오랜 시간 동안 골이 최고라고 생각했다. 자연스레 개인플레이가 늘었고, 결과에 목을 매게 됐다. 모든 플레이의 중심이 팀이 아닌 내게 맞춰졌다. 가끔 골을 넣기도 했지만, 팀플레이 측면에서는 최악의 구성원이었다.


한참을 지나 주장이 되고 나서야 내가 아닌 팀이 보이기 시작했다. 팀에는 내가 아니어도 골을 넣어줄 팀원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골을 넣는 것보다, 패스를 더 잘한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때부터 개인 기록에 대한 욕심을 줄이고 팀을 위해 뛰기 시작했다. 이 세상에는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을 축구를 통해 배운 것이다.


회사 일도 축구와 비슷하다. 일을 하다 보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운동장에서처럼 득점을 하려면 누군가 어시스트를 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회사에서는 그 역할이 개인의 직무나 영향, 성향에 따라 나뉜다. 지금의 나는 일하면서 어떤 프로젝트에서도 무리하게 골을 넣으려고 하지 않는다. 내 위치부터 먼저 돌아본다. 내가 가장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는 위치에 있는지, 나보다 더 좋은 위치에 있는 동료는 없는지. 그리고 나서 슛을 할지, 패스를 할지 결정한다. 물론 가능하다면 어시스트를 먼저 생각한다. 그게 가장 나답게 플레이하는 일이니까.


그러고 보니 어시스트, 득점 중에 무엇이 더 중요한지 힘들게 고민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스스로가 어시스트형 인간인지, 득점형 인간인지 구분할 줄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럼 자연스레 내 플레이에 집중할 수 있고, 성향이 다른 팀원들과도 좋은 케미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어떤 성향의 플레이어인가, 득점형인가, 어시스트형인가.

이건 축구에서도, 일터에서도 꽤나 쓸만한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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