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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구리작업실 Mar 18. 2024

꼬꼬마 냥이들의 안전을 지켜주세요! (9화)

#9. 고양이 안전울타리는 무용지물?

 어떤 생명이든, 물건이든,

그저 멀리서 바라보거나 지나쳐갈 때는 그 가치와 매력을 제대로 알 수 없는 것처럼,

고양이 또한 나에겐 그냥 스쳐 지나가는 그저 그런 존재에 불과했다.

하지만, 미덕이를 만난 이후론 무의미했던 그 틀이 깨지고,

고양이별의 깊은 신비로움으로 가득 찬 존재임을 함께하는 순간순간 발견하게 되었다.

고양이 가족과 함께하는 순간들은 지루할 틈 없이 늘 새롭고, 엉뚱하고, 우습고, 따뜻한 경험들로 채워지고 있다.

보고 또 봐도 너무 귀엽고, 예쁘고, 신기하고, 사랑스러운 존재들.

어쩌다 사고를 쳐도 그마저도 어이없는 찐 웃음을 자아내는 귀여움의 연속이다.

특히, 사냥놀이를 할 때의 놀라운 점프력과, 무언가에 놀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스프링처럼 순식간에 사방으로 튀어나가 눈앞에서 사라지는 모습을 볼 때면 경이롭기까지 하다.

이런 모습은 직접 눈으로 보아야 벙찌는 놀라움을 공감할 듯… 외계에서 온 생명체임을 인증하는 장면 중에 하나로 꼽는다.




 우리 꼬물이들의 시간은 하루가 다르게 빠른 속도로 흘러가고 있었다.

꼬물이들이 성장하는 속도만큼이나, 미덕이와 집사들의 할 일이 하나 또는 무더기로 계속해서 추가되었고, 생각지 못한 상황들도 함께 늘어갔다.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생초보 집사들은 이 낯선 상황들을 하나하나 공부하고, 알아가야 했다.

집사의 책임감이 점점 더 무거워지고 진지해지는 날들, 눈과 머리를 또륵또륵 이리저리 굴리고, 최선의 것을 선택하고 실행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남집사와 여집사의 의견충돌은 물론이요, 서로의 문제 해결력에 놀라기도 하고, 생각보다 신경 쓸 것과 필요한 것들이 많다는 사실에 한숨도 지었던 날들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고민과는 달리 ‘사랑스러운 귀여움’으로 무장하고 ‘호기심으로 똘똘 뭉친’ 영혼들은 언제나 해맑게 세상을 탐색하고, 경험하길 원했다.

‘그래~~~ 너희들 하고 싶은 거 다 해~~ 안전은 우리가 책임질 테니~~~~~~^^;;’


동글동글 몽돌이 귀엽지요 ;)ㅎ


 꼬물이들의 언제 떨어질지 모를 꼭 감은 두 눈에 실낱같은 빛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초점 없이 뿌옇게 보이던 눈동자도 각기 다른 자신만의 색으로 물들어 갔고,

유리알 같은 투명함 속에 푸르거나 황금색으로 빛나는 깊은 우주를 만들어 담아내고 있었다.

보일랑말랑 숨겨져 있던 조그마한 귀는 날이 갈수록 삼각형 모양의 꼭지 부분이 쭉쭉 길어져 갔다.

점토로 빚은 듯 한 코는 여전히 뭉툭하고 네모진 모양.

아직 좀 더 자라 봐야 모양새가 좋아지려나.

숨구멍이라고 뚫려있는 콧구멍은 이쑤시개로 콕콕 찔러 놓은 것 마냥 작고 동그란 것이 너무 귀엽다.

그 작디작은 구멍으로 숨을 쉬고, 씰룩씰룩거리며 냄새를 맡는다. 제 할 일 다 하는 야무진 콧구멍이 너무나 신기하다.

꼬리는 날이 갈수록 길어지고, 유연해졌다.

미덕이는 종종 육묘에 지친 모습이었지만, 그런 순간에도 어김없이 아가들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 놀아주었다. 어떤 날은 햇살 위에 가만히 누워 꼬리만 탁탁 흔들어 놀아주었는데, 엄마의 움직이는 꼬리가 사냥감이라도 되는 듯 서로서로 꼬리 잡기를 하며 재밌어하고, 가끔은 자기 엉덩이에서 파닥거리는 긴 꼬리가 신기했는지 그것을 잡으려고 뱅뱅 돌며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속살만 뽀얗게 보이던 핑크젤리 주변에도 털이 보송보송 나고, 몸의 털 색과 무늬에 따라 발바닥 젤리에도 점이 생기기 시작했다.

눈에 띄지 않던 고양이수염도 핑크빛 입술 주변과 눈 위쪽에 하나둘 삐죽삐죽 자라 나오고,

젖니가 차례로 빠져나간 자리에 새하얗고 자그마한 영구치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미래소년 콧뮬이 ‘코난’ 과 당차고 야무진 ‘코코’
도토리 ‘토리‘와 2:8 ’몽돌‘


 엄마 품속의 온기와 쭈쭈만이 세상의 전부였을 꼬물이들은, 시간의 힘을 빌려 조금씩 조금씩 자신의 모습을 갖추어 자라나고 있었다.

포근한 이불 위를 꼬물꼬물 기어 다니다가 뒤뚱뒤뚱 걸음마를 시작했고, 어설프게 뛰어다니다 점프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모방학습력이 매우 뛰어난 고양이들은, 엄마의 모습을 학습해 조금은 어설픈 몸짓으로 그루밍을 하고, 고양이 화장실에 들어가 앞발로 암팡지게 모래를 파내고 감자와 맛동산을 생산했다. 쭈쭈가 아닌 사료를 냠냠 씹어서 먹고, 서로서로 장난도 치고, 본능적으로 사냥놀이도 하면서 자연스레 사회성을 길러갔다.

하루가 다르게 커지는 덩치만큼이나 스스로 할 줄 아는 것들도 하나하나 더 늘어가고 있었다.



 좁은 산실을 벗어나 더 넓은 공간에서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게 되면서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탐색욕구가 끝없이 높아지는 시기가 찾아왔다.

고양이는 청각과 촉각이 매우 예민하기 때문에 작은 움직임이나 소리에도 크게 놀라 스프링처럼 튀어나가기도 한다. (후각도 매우 뛰어남.) 이처럼 예민하고 경계심 많은 고양이지만, 아직은 호기심만 왕성한 꼬꼬마들이기 때문에 어떤 것이 위험한지, 아닌지에 대한 틀이 만들어지지 않은 시기였다.

어디로 튈지 모를 호기심쟁이들 때문에 미덕이는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아가들을 돌보는 모습을 보였다.

꼬마냥들이 처음으로 복층세상을 벗어나 계단을 오르내리며 탐험하던 날, 계단 위에서 내려오지 않고 놀란 토끼눈으로 꼬마냥들을 애타게 부르던 미덕이의 울음소리는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동그란 두 눈을 있는 힘껏 크게 뜨고 ‘으워어—으엥~우엥~으엥’하고 아가들을 애타게 부르던 미덕이의 모습.ㅎㅎ

혹여나 잘 못 될까 걱정하던 미덕이의 모습에서 어미냥의 조심성과 지극한 모성애를 보았고, 그 모습이 너무 신기하고 귀여워서 영상과 사진으로 남겨두었다.


 날이 갈수록 에너지가 폭발하는 똥꼬 발랄 냥이 가족이 언제까지 복층 거실에서만 생활할 수 없는 노릇이니, 냥이들을 위한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했다.


< 안전을 위한 대책 >
첫째, 계단의 뚫린 부분과 복도 난간 막기
둘째, 복층과 아래층으로 내려오는 중간복도에 간이문 달기
셋째, 방문 사이에 안전울타리 설치하기
넷째, 미끄러운 바닥에 카펫 깔기
그 외,,,, 상황에 따라 대처하기…..

 

 가장 먼저, 복층 난간과 계단 중간중간 뚫려있는 부분을 막아주는 작업이 필요했다.

냥이들이 높이를 가늠하지 못하고, 난간 사이로 뛰어내리거나 놀다가 실수로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복도난간에 미관상 좋지 않은 판때기를 덕지덕지 붙이는 것이 썩 맘에 들지 않았지만…ㅜ

비용절감도 되고, 가장 빠른 시공을 할 수 있는 반투명한 플라스틱 판을 사용해 난간을 모두 막아주었다.

최대한 꼼꼼하게 여러 개의 판을 덧대어 안전벽을 설치하고, 계단과 연결되는 복도중간에는 각목과 철망으로 간이 문을 만들어 주었다.

남집사가 최선을 다해 만든 문이었다. 외관상으론 좀 깔끔하지도 예쁘지도 않았지만, 없는 것보단 훨씬~나으니까!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다.

문을 만들어 놓으니, 집사로서는 더없이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호기심 일등인 턱시도냥 ‘코코’가 철망 사이사이를 밟고 올라서서 문을 넘는 대범함을 보였고, 호기심 이등인 젖소냥 ’ 몽돌‘이가 그것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닌가…

그 뒤로도 성취의 맛을 본 사형제냥들은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계속해서 탈출을 시도했고,

생각지 못한 당황스러운 상황들은… 이것이 끝이 아닌 시작에 불과했다.

생초보 집사들이 고양이들의 능력을 과소 평가해서 나온 과오였다.

그 뒤로 간이문의 키를 더 높이고, 철망에 천을 덧대어 밟고 올라서지 못하도록 보수공사를 진행했다.

당황스럽고, 신기하고, 못 말리는 일들은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계단의 뚫린 부분을 ‘투명아크릴판‘으로 막아주었는데, 비용은 적지 않게 들어갔지만 결과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만약에 그곳을 막지 않고 나뒀더라면, 어떤 아찔한 상황이 닥쳤을지 모를 일이다. 스스로는 아주 칭찬하는 일중에 하나로 꼽는다.


 자, 다음으로 할 일은 개인 작업실과 거실이 연결되는 방문사이에 ‘안전울타리’를 설치하는 것이었다.

최대한 빠른 배송이 되는 곳에 주문을 했고, 설치까지 완료했는데….. 오 마이갓. 아뿔싸…. 이거 뭐지…..

당황스럽고, 어이없고,,,ㅎㅎ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 같은 집사야…. 큭.

우리 사랑스러운 똥꼬 발랄 꼬꼬마들께서 울타리 틈 사이사이를 아주 쉽게 물 흐르듯 왔다 갔다 빠져나오는 것이 아닌가….ㅡㅡ;

그것도 아주 재미난 놀이기구라도 찾은 것 마냥. 하. 하. 하…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울타리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장난도 치고 아주 신이 난 모습들이었다.

고양이 액체설과 스스로 바보임을 인증한 집사는 그제야 설치한 울타리가 고양이용이 아닌 강아지용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강아지용은 높이가 낮아도 되지만, 고양이용은 높이가 1미터는 훨씬 넘어야 하고 울타리 봉의 간격이 좁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고양이들은 자신의 머리만 통과할 수 있다면 웬만해선 통과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몰랐던 초보집사 시절의 웃픈 실수였다.

그 이후 고양이용 펜스를 다시 구입해 설치했지만, 이것마저도 그다지 큰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앞이든 옆이든 밟고 올라갈 곳만 있다면, 언제든지 울타리를 넘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였다. 고양이들의 영리함과 운동신경은 상상 이상이었다.

‘고양이는 생각보다 똑똑하다’는 어느 유명한 수의사의 말이 아주 딱인 듯. 고양이들의 능력과 호기심을 과소평가해서는 절대 안 된다! 는 교훈을 얻은 시간들이었다.

우리 귀여운 꼬꼬마냥이들을 말릴 방법은 없고, 고민을 안고 해결해 가는 것이 집사들의 몫이라는 것을 하나하나 알아가던 순간들이었다.


어찌 올라간 것이냥~~고양이 인증샷!!


 마지막으로 ‘고양이들의 신나는 우다다 행진 시‘ 미끄럼 방지를 위한 카펫을 깔아주는 일이 남아있었다.

인터넷에 넘쳐나는 다양한 상품들 중에서 바닥면적에 딱 맞게 깔 수 있는 타일카펫을 찾았고, 최대한 깔끔하게 셀프시공까지 완료!

지금껏 냥이들을 위한 안전대책 중 가장 시행착오가 적었던 일이라 매우 만족스러웠다.

‘토닥토닥 수고했어, 집사야. 당신의 노고에 축배를~!’


그 외에 소소한 에피소드들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스크레쳐, 캣타워, 숨숨집, 방석, 물그릇, 습식사료와 건사료, 간식, 화장실 형태와 크기, 화장실 모래, 장난감, 고양이 물품의 배치, 문고리 교체 등~~~ 모든 것이 처음이라 재밌기도 하고, 어렵기도 한 선택들이었다.

하나하나 찾아보고 선택하는 과정 속에서 조금씩 집사로서의 면모를 갖추어가고 있었다. 물론, 고양이라는 존재는 알면 알수록 신기하고 어려운 존재들이라 궁금증이 사라지진 않는다. 어떤 생각을 하는지,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어떤 표현을 하고 있는지, 서로 다른 표현방식을 가지고 있으니 좀 더 깊게 소통하고 교감을 하고 싶은 집사는 늘 궁금증을 안고 살아간다. 그럴 때마다 냥이에 대한 공부가 더욱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고양이 가족과의 동행이 조금 더 편안하고 행복하고 안정감 있는 삶의 과정이 되었으면 한다. 그래야 시간이 흘러… 고양이별로 돌아가는 순간 덜 후회하며 더 행복한 기억으로 남겨지지 않을까. 지금 이 순간 끝을 생각하는 것 자체가 싫고, 상상만으로도 아프고 슬프지만 ‘있을 때 잘해’라는 흔한 말속의 진리처럼 지금의 다짐을 깊게 새기고 싶다.


2021.12.15 ‘똘망똘망 용감한 사형제’




 고양이들의 성장과정을 떠올리다 보니, 사람의 성장과정과 닮은 구석을 생각해 보게 된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던 아가냥들이 낯설고 새로운 것들을 하나씩 배우고 성취해 가는 성장과정에서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고, 형성해 가는 모습이 사람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사람들이 어린 시절 새로운 것에 대해 다양한 호기심을 보이며, 그것을 하나씩 경험하고 실패하고 성취하는 과정에서 자아를 찾고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듯이 말이다.

나의 작은 경험으로 보아, 모험심이 강하고 대범한 고양이는 비교적 경계심이 낮고 사교적이며, 그에 비해 소극적인 고양이는 경계심과 조심성이 많은 성향을 보이는 것 같다.

사람도 마찬가지로 선천적인 성향과 더불어 다양한 경험을 어떻게 해나 가느냐에 따라, 자신의 성향이 만들어지고 외부로 드러난다는 점이 닮은듯 하다.


 생초보 집사가 꼬물이들의 성장과정을 함께하면서 집사로서 초보딱지를 떼고, 좀 더 현명하고 지혜로운 집사로 거듭나기 위한 필수 과정을 열심히 수료 중이다.

우리가 새로운 경험을 통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취하고 성장해 가는 것처럼, 냥이들과의 좌충우돌 시간들이 나쁘지만은 않은 이유가 여기에도 있는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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