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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구리작업실 Mar 21. 2024

덕을 쌓은 고양이의 비밀 (10화)

#10. 미덕이의 비밀

 다섯 마리 고양이 가족과 함께 하기로 결정한 우리의 시간은 은근히 쪼여오는 경제적인 압박과 더불어 더없이 따뜻하고 행복한 새로운 경험들로 채워져 갔다.

자고 일어나면 쑥쑥 커있는 냥이들의 지나가는 시간에 매달려 잡고 싶을 만큼 성장속도는 눈에 띄게 빨랐다.

한 번뿐인 꼬물이 시절에 마음껏 안아보지 못한 것이 내심 아쉬웠지만, 그것과는 무관하게 시간이 지날수록 집사와 냥이가족 간엔 신뢰와 안정감, 익숙함이란 감정이 조금씩 자리 잡고 있었다.

특히, 길 위의 고양이였던 ‘미덕이’가 집냥이가 되어, 적응하고 변화되어 가는 과정이 가장 흥미로웠다.


 미덕이는 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유명한 식당 앞에서 오며 가며 사람들의 예쁨을 받고, 애교를 부리던 고양이니까, 당연히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낮을 것이라 생각했다.

집냥이가 된 첫날에도 우리 부부를 경계하지 않았고, '아옹~냐옹~애옹~엥~'등 다양한 반응을 아낌없이 해주며 친절하고 살가운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최초로 집에 들어와 자신의 영역이 되었던 복층거실을 2~3개월이 지나도록 벗어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꼬마냥들이 위아래층을 왔다 갔다 뛰어다니며 마구 탐험을 하고, 아래층에서 놀다가 잠이 들어도 계단 위에서 바라만 볼 뿐 내려오지 않았다. 그저 위층 계단에서 목을 쭉 뺀 채 토끼눈을 뜨고, 사형제를 애타게 부르기만 하던 엄마 미덕이. 신기하게도 엄마의 부름에 똥꼬 발랄 꼬마냥들은 엄마를 안심이라도 시키듯 하나둘씩 올라가 미덕이 머리에 박치기를 해댔다. ‘쿵~! 콩콩!’ 미덕이는 그런 꼬마냥들의 얼굴 주변을 '쓱-쓱' 친절하게 그루밍해 주었고, 그제야 안심한 듯 복층 거실로 모습을 감추곤 했다.

집냥이 초기에는 외부사람이 집에 놀러 와도 그들이 건네는 관심에 ‘코인사’까지 해주며 낮은 경계심을 보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외부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져 갔다. 심지어 어떤 날은 더 이상 가까이 오지 말라는 하악질로 경고의 메시지를 날리는가 하면, 아예 눈에 보이지 않는 창고 구석으로 몸을 숨겨버렸다.


미덕이는 자신의 영역을 쉽게 벗어나지 않는 ‘신중하고 소극적이며 조심성 많은 고양이’라는 것을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알게 되었다.

여전히 친절하고 착하며 살가운 수다쟁이 아지매지만, 조심성 많고 안정감을 중요시하는 성향의 고양이였던 것이다.

이런 성향의 미덕이가 길 위에서 살아가는 동안 얼마나 많은 위기를 경험했을지 알 수 없지만, 지혜로운 고양이로서 삶의 방식을 찾아갔을 거라 생각한다.


코냔아~~엄마 쭈쭈 이제 그마아안~~~~~


 미덕이가 육묘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봤을 때, 미덕이는 언제나 따뜻하고 세심하고 지혜로운 엄마였다.

때로는 따뜻하게 품어주고, 때로는 여유 있게 기다려주고, 때로는 위험을 미리 차단해 주고, 때로는 눈을 떼지 않고 걱정스레 살피는 엄마.

길 위의 고양이들은 새끼를 낳아도 젖 뗄 시기가 되면 독립을 시킨다던데, 우리 미덕이는 젖을 떼고도 아가냥을 보살피듯 따뜻하게 품어주고, 성심성의껏 그루밍을 해주고, 함께 놀아주며 끊임없이 사랑을 주는 모성애 깊은 엄마였다. 어쩌다 한 번씩 꼬꼬마들이 컥컥거리거나, 울어대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쏜살같이 다가가 ‘괜찮아’하고 달래주듯 ‘따뜻한 그루밍’을 해주었다. 그리고 젖을 떼고 사료를 먹는 시기에도 꼬마냥들이 쭈쭈를 찾아 미덕이의 품을 파고들었지만, 미덕이는 매정하게 내치지 않고 부드럽게 달래주며 그루밍을 해주었다.

 커져가는 덩치를 생각지 않고 엄마의 품으로 파고드는 꼬마냥들의 날카로운 송곳니가 쭈쭈를 아프게 할 때면, 슬며시 일어나 꼬마냥들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배려해 주는 지혜로운 엄마였다. 음, 물론 꼬마냥들이 더 커서 초딩냥이 되었을 때는 더 이상은 안 되겠는지 더 강하게 내치긴 했지만 말이다. ^^, 이 또한 지혜로운 엄마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착하고 기특한 미덕 아지매 :-)


애들아~ 엄마처럼 예쁘게 앉아서 차례를 기다리는고양 :)
기다리면 차례가 온단다아~코냔, 몽돌~~ 아직 아니야아~~

 

 먹을 것 앞에선 무엇보다도 빠르게 먼저 반응하는 미덕이지만, 사형제 앞에서 만큼은 어른의 품위를 지키며, 앉아서 차례를 기다려주거나 양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덕엄마의 ‘예절교육과정‘이었으려나?

집사는 이런 미덕이의 마음을 헤아려 항상 ‘장유유서’를 지켜 먹을 것을 주었다. 지금도 지키고 있는 철칙 중에 하나다 :)

미덕이는 꼬마냥들이 제대로 핥아먹지 못하고 남겨놓은 습식사료를 설거지하듯 ‘싹싹!!’ 남김없이 먹어주는 모습을 보였다. 남아있으면 속상해할 집사의 마음을 헤아려서일까, 그저 늘 배고픈 엄마고양이라서 그랬을까? ㅎㅎ 물론, 후자가 맞는 것 같긴 하다.. 자식들이 남긴 음식을 먹는 것이 엄마들의 살찌는 이유라고 하던데… 미덕이도 엄마 인증 성공!


 3년 가까이 함께하고 있는 시간 동안 알게 된 우리 미덕이의 비밀은 바로~

아무에게나 다가가는 사교성 좋은 개냥이가 아닌, 조심성과 경계심이 많은 수줍고 예의 있는 친절한 고양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성향의 미덕이가 자신의 영역을 벗어나 우리 부부를 따라와 주었다는 건 아주아주 큰 용기와 결심이었을 것이다. 쉽지 않은 결정을 하고, 집냥이가 되어준 미덕이가 여전히 고맙고 너무나 사랑스럽다.


처음으로 방안에서 담요를 덮고 늘어져라 자고 있는 우리 이쁘니 아지매에요. 푸하... 이건 좀 못생김 주의 !!


집에 들어온 다음날
처음으로 나가본 테라스에서
조심스러운 걸음을 내딛으며
아래의 세상을 내려다보던 그 순간.

처음으로 세상 편한 자세로
드러누워 꿀잠을 자던 그 순간.

복층영역을 벗어나 계단을 따라
조심스럽게 내려왔던 그 순간.

소파 아래에 몸을 숨기지 않고,
소파 위로 처음 올라왔던 그 순간.

소파 위에서 사형제들과 함께
잠을 청하던 그 순간.

집사에게 다가와 부비부비를 하고,
무릎 위로 스스로 올라왔던 그 순간.

이방 저 방을 조심스럽게 탐색하다가도
집사의 눈치를 살피던 그 순간.

위층 창가의 캣타워가 아닌,
아래층 창가에 올라가
창밖을 바라보던 그 순간.

처음으로 발톱손질을 한다고
너를 품에 안았지만,
자꾸만 흘러내리며 당황해하던 그 순간.

처음으로 목욕이란 걸 했을 때,
두 집사의 손길을 믿고
잘 참아주었던 그 순간.

절대 올라올 것 같지 않았던 네가
처음으로 침대에 올라와 주었던 그 순간....

처음으로 보이는
너의 작은 변화 하나하나가
그저 신기하고, 고맙고, 기특하기만 했어.

미덕아~ 앞으로도
너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너의 세상에서 가족들과 함께
엄마, 아빠 집사의 사랑 듬뿍 받으며
행복하고 편안한 삶을 살아가길 바라 :)
이제 너의 비밀도 알아버렸으니
우리 더 친밀해진 거다!!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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