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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구리작업실 Mar 28. 2024

쭈쭈가 제일 좋은 고양이 사형제 (12화)

#12. 쭈쭈는 사랑이래요. 젖떼기가 이렇게 어려운지 몰랐습니다.

 2021년 8월 20일 꼬물들의 탄생을 시작으로,

예방접종, 수유 종료 및 이유식 시작, 중성화 수술, 고양이목욕, 사냥놀이 도우미, 고양이 용품 구매 및 공간 꾸미기, 털과의 전쟁 등…

모든 것이 낯선 상황이었지만, 계속해서 새롭게 추가되는 초보집사의 과제는 쉴 새 없이 이어져 갔다. 과제 해결이 필요할 때마다 온라인 정보를 참고했고, 고양이의 행동과 표현, 심리 등에 대해 조금씩이라도 제대로 알기 위해 고양이 관련 서적들을 읽고 공부해 나갔다. 구입한 책 중에는 그림이 귀여워서 선택한 것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초보집사의 열정을 우리 냥이들도 알고 있을까.


여러 과제들 중에 ‘예방접종’은 병원에서 해결해 주었지만, ‘수유 종료 및 이유식 시작’은 오롯이 미덕이와 나의 몫이었다.

미덕이가 젖떼기를 알아서 해줄 거라는 안일한 생각도 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처럼 쉬운 과정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온라인으로 이것저것 검색해 본 뒤, ‘이유식은 출생 후 33일 차 정도에 시작하고, 수유 종료는 35일 차 정도에 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워 보았다. 하지만 예정과는 다르게 ‘수유 종료 및 이유식 시작을 40일 차부터’ 하게 되었다.

고양이의 이유식이라 함은 ‘습식사료’를 말하는데, 넘쳐나는 다양한 종류 중에서 한 가지를 선택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고민끝에 병원에서 추천하는 사료 중에 내가 알고 있는 브랜드의 사료를 선택하게 되었다. 드디어 아가냥들에게 ‘맛있는 햄냄새가 솔솔 풍기는 습식사료’를 대접하는 날이 왔다. 냥이들의 몸무게에 맞게 습식사료의 양을 정해서 작은 그릇에 담아 주었다. ( 고양이들은 그릇에도 민감할 수 있는데, 음식을 먹을 때 고양이의 수염이 그릇에 닿거나, 그릇의 질감이나 모양, 크기에 따라 선호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한다. / 습식 사료는 연령별, 질감별로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처음 베이비 시절에는 덩어리 없이 으깨져 있는 부드러운 습식사료를 주로 급여한다.)

‘자~ 우리 귀여운 아가들~ 이제 맛있게 먹어보렴~ ’

‘ ……? ’

처음 보는 습식사료에 호기심을 가지고, 킁킁~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그런데… 작고 야무진 혀를 날름날름 거리며 연신 핥작거리기는 하는데, 입속으로 들어가는 사료의 양은 소량에 불과했다.

‘아니 왜… 제대로 먹지를 못하지…?’

‘그래, 지금까지 엄마 쭈쭈만 힘차게 쪽쪽 빨아먹기만 했으니, 아직 방법을 터득하지 못해서 그런 거겠지?‘ 생각하며, 여유롭게 기다려 주기로 했다.

그런데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몇 날 며칠이 지나도 제대로 먹지를 못하고, 거의 다 남기다시피 하는 사료를 보고 있자니 속이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매번 남겨진 사료는 수분이 다 날아가 말라가고 있었다. 언젠가는 먹겠지 싶어 그릇에 담아 그대로 놔두기도 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먹지 못하고 버려지는 사료가 생길 때마다 속은 타들어 갔고, 가끔씩 그 상황에 대한 짜증이 올라오기도 했다. ‘후우__’

이유식을 시작한 이후에도 틈만 나면 미덕이에게 다가가 영양가 없는 쭈쭈를 빨아대곤 했다. 이 시기엔 이빨이 제법 날카롭게 올라오고 있어서 미덕이의 쭈쭈도 빨갛게 붓고 아파 보였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은 생각에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만 했다.

‘왜…? 와이?? 무엇 때문에 잘 먹지를 못하는 걸까? 맛이 없어서? 아니면, 그릇 때문에…? 아니면, 사료가 너무 질퍽해서…? 아니면, 먹는 방법을 몰라서?’

시간이 갈수록 아가냥들에게 습식 사료를 하루의 양만큼 채워서 먹여야 한다는 강박이 나를 더 힘들게 했다. 아직은 성장기인 아가들이라 먹는 양이 부족하면, 성장에 문제가 되진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 때문이었다. 어느새 사료를 주는 시간이 무거운 책임감과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하아… 핥아핥작 냠냠 거리며 맛있게 먹는 모습을 너무너무 보고 싶다.’

어느 날은 속상함이 쌓이고 쌓여, 남편에게 말했다. ‘냥이들이 또 사료를 거의 안 먹었다고’ 속상한 마음을 털어놓으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터지고야 만 것이다... 그때는 냥이들을 잘 먹여야 한다는 책임감이 정말 크긴 했었나 보다. 지나고 보면 별일도 아닌데 말이다.


 아가냥들이 습식사료를 잘 먹지 않는 것이 어떤 이유에서든, 알아서 잘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우선은  엄마 쭈쭈에 대한 애착이 깊기 때문에, 쭈쭈를 물지 못하도록 미덕이에게 수유방지 옷을 입혀 보았다. 옷이란 걸 처음 입어본 미덕이는 그대로 얼음이 되어 자연스럽게 움직이지 못했고, 일어나지도 못하고 누워서 버둥거리며 벗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렇게 불편해하는 미덕이가 안쓰럽기는 했지만, '그래도 입고 있어야 해… ㅜ 어쩔 수 없다'며 설득을 해댔다. 집사인 나는 '나의 고양이'가 불편해하는 모습마저 귀엽고 사랑스러워 사진을 찍으며 웃고 있었다. (처음엔 많이 불편했을 텐데, 다시 그때를 생각하니 좀 미안한 마음도 든다.) 미덕이에게 양해를 구하며 조금만 참아달라고, 괜찮으니 움직여보라고 이야기하는 나도 웃기지만, 그 말에 계속해서 ‘나아~녜~~ 냐~~’ 소리를 내며, 대답 해주던 미덕이를 보며 참 신기해 했던 순간이었다.

'엄마집사! 이거 뭔데?? 움직이기 불편하니까, 내 몸에서 좀 빼주세요!' 했던 걸까? 아니면, '내가 좀 불편하지만, 참아는 볼게요.' 했던 걸까...? 어떤 의미의 대답이었을까?


수유 방지를 위한 옷을 입고 있는 '미덕이'


고양이의 신체 특성상 어깨 부분이 좁고 머리가 작아, 옷을 쉽게 벗어 버리는 바람에 목 부분을 좁게 수선해서 입혀야 했다.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불편하고 거추장스러운 낯선 옷을 어떻게든 벗어보려고 노력하는 미덕이. ‘고양이들은 정말 뼈가 없는 것 같다. 액체 같다’는 말이 왜 나온 지 알 것 같았다. 정말 유연한 뼈와 부드럽고 말랑한 피부를 가지고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옷에서 발을 빼내고, 옷을 반쯤 허리에 걸치고 있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다행히도 미덕이는 조금씩 포기한 듯 옷에 적응해 갔지만, 아가냥들은 그렇지 못하는 듯 보였다. 옷으로 가려져 있는 쭈쭈를 찾아, 옷의 틈으로 그 조그마한 핑크 주둥이를 밀어 넣어 기어코 쭈쭈를 찾아내 물고 빨고, 옷에 침을 잔뜩 묻혀 놓는 것이 아닌가…! 정말 못 말리는 녀석들이었다.


'모여라 쭈쭈 앞으로!!!!'


 나는 최후의 방법으로 방을 분리해 보기로 했다. 수의사 선생님께서도 말씀해 주신 방법이었다. 계속해서 아가들이 미덕이의 쭈쭈를 빨게 되면, 미덕이의 유두에 염증이 생길 수도 있고, 아가냥들에게도 영양이 부족해지기 때문에 여러모로  젖떼기는 중요한 과제였다. 나름 큰 맘을 먹고, 미덕이와 아가냥들을 안전문을 경계로 분리해 보았다.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아가냥들은 ‘높은음 자리’를 오가며 울고불고~~ 나와 눈이 마주치기라도 하면, 귀를 쫑긋 세우고, 눈을 땡그랗게 뜨고는 나에게 귀여운 협박을 해대곤 했다.

'왜 우리를 여기에 넣어놨나요!!! 엄마 보고 싶어욧!!! 우리 좀 내보내 주세요! 안 그러면 점프해서 나갈 거에욧!!! 마음만 먹으면 나갈 수 있다고욧!!!'

큰소리로 울어대거나, 안전문의 좁은 창살사이로 머리를 넣어보려고 안간힘을 쓰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안쓰럽기도 하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맘이 약해지기도 하고, 때때로 초조해지기도 했다.

‘그러니까~~~~ 꼬맹이들아~ 제발 습식사료 좀 잘 먹어주면 안 되겠니?!!’


눈물겨운... 시위중. ㅜ 그와중에 졸림... ㅎㅎ
엄마랑 떨어져 서럽긴하겠지만...사형제라 다행이다~ 얘들아...^^


 나는 아가냥이들이 있는 방으로 들어가, 사냥놀이도 해주고, 함께 잠을 자기도 하며, 안정감을 느끼게 해 주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때로는 습식사료를 먹지 않고 남겨두면 마음이 초조해졌다가도, 조금이라도 스스로 잘 먹는 모습을 볼 때면 한없이 기특하고 뿌듯해지기도 했다. 가끔은 속이 터지도록 멈춰있을 것만 같았던 우리 아가냥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사료에 대한 적응력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나는 결국,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선 ‘내려놓기’를 해야 한다는 것을 한번 더 알게 되었다. 쭈쭈를 먹던 습관을 버리고, 새로운 질감의 습식 사료에 적응하는 것은 내가 아닌, 아가냥들이 해야 하는 몫이었던 것이다.


뇸뇸쫍쫍 습식 사료 ASMR ~맛있게 먹어주는 모습에 집사는 웁니다..!
엄마쭈쭈 다음으로 노는 게 제일 죠하요!




 어떤 일이든 시간이 해결해 주는 부분이 있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보냈느냐에 따라 해결이 되기도 하고, 더 나빠지기도 하고, 정체되어 있기도 한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 한 완전히 멈춰있는 경우는 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집사가 처음 겪는 과정들에서 마음만 급해지고 초조했던 시간들을 되돌아보니, 아무 잘못도 없는 아가냥들에게 답답한 마음에 짜증 섞인 억양을 내뱉었다는 것이 부끄럽고 미안해지기도 한다. 정말로 쉬운 과제가 하나도 없을 정도지만, 어떤 경험이든 ‘이 또한 지나가리라’의 마음가짐으로 마주하다 보면, 조금은 여유롭게 문제를 바라보고, 다방면으로 살피면서 해결해 나가는 시간들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아무것도 모르던 나와 아가냥이들처럼.
시간의 흐름이 곧 배움의 시간이 되었던 것처럼.

때로는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고,
여유를 가지고 어떤 문제를 바라본다면,
조금 더 지혜롭게 해결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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