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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구리작업실 Mar 13. 2024

덕을 쌓은 고양이 (8화)

#8. 복덩이 고양이 가족을 소개합니다.

 2021년 8월 20일을 시작으로 우리 집엔 고양이 다섯 마리와 두 명의 집사가 함께 살게 되었다.

미묘의 미덕이와 그녀의 사랑둥이 네꼬물이.

한 마리가 다섯 마리가 되는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났고,

모성애가 넘쳐나던 미덕이의 예민함으로 꼬물이들을 마음껏 안아보지 못했지만, 하루하루 기쁨과 사랑으로 충만했던 순간들이었다. 그와 더불어 어느 정도 예상했던 고민거리도 하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1. 첫 번째 고민 : 이름 짓기


일단 정식으로 이름을 짓기 전 별칭으로,

'2:8 젖소' (머리의 검은색 무늬가 2:8 비율인 젖소냥)

'고등어' (미덕이를 닮은 갈색빛 줄무늬 고등어냥)

'까망이' (검은색 턱시도냥)

'콧물까망이' (검은색 턱시도와 코에 콧물 같은 점이 있는 턱시도냥)라 불렀다.


네 꼬물이의 성별은 모두 수컷!!

사형제의 이름이니까, 연관되는 단어가 좋을지.

하나하나의 특징을 살린 이름이 좋을지.

꼬물이들의 이름을 지어주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고민이 되었다. 작명엔 재주가 없는지 떠오르는 것마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오랜 고민 끝에 좀 어설픈 연관성을 끌어다가 우리가 좋아하는 제주도를 떠올렸다.

'2:8 젖소냥'은 하얀색 바탕에 동글동글한 검은색 무늬가 제주도의 몽돌해변이 떠올라 '몽돌'이라 지었고,

'고등어냥'은 우리 부부의 이름에서 한자씩 따온 '지+미'와 제주도의 '지미오름'을 연관 지어 '지미'라 지었다. 그리고 남은 두 녀석이 문제였다. 턱시도 1번 '까망이'와, 턱시도 2번 '콧물 까망이'는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다시 머리를 비우고 단순하게 접근하기로 했다.

'까망이'는 깔끔한 외모니까, 이름도 군더더기 없이 '코코'라 지었고, '콧물까망이'는 '코옆에 콧물이 난 까망이'를 줄여 '코난'이라고 부르기로!  >.,<

모두 제각각 서로가 연관성 없는 이름들이지만, 머리를 이리저리 쥐어짜서 고민 끝에 지어준 이름들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지미'의 이름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느 날, '도토리'를 가지고 현란한 드리블 실력을 뽐내며 신나게 놀고 있는 지미의 모습을 보다가, 도토리를 좋아하는...... '토리'?!가 떠올랐다.

동글동글 귀엽고 순한 성향과 딱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그래, 이거야~!@4@ 이때부터 '지미'가 아닌 '토리'가 되었다.



2. 두 번째 고민 : 입양 보내기


 꼬물이들이 점점 커갈수록 함께 커져가는 고민이 있었다. 주변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기도 했던 꼬물이들의 입양 여부였다. 모두 키울 것인지, 아니면 몇 마리는 다른 집사에게 보낼 것인지... 피해 갈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였다. 경제적으로 여유롭다면 고민이 덜 되었겠지만, 외벌이나 마찬가지인 사정이었기에 다섯 마리를 모두 키울 때 들어갈 경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머리로는 알지만, 가슴으론 쉽게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 남편과 입양여부에 대해 이야기 나눌때마다 매번 같은 고민이 계속되었다.

'몇 마리를 보낼 것인지, 누구를 보낼 것인지...'

'입양을 보낸다 해도 그 사람이 끝까지 책임져 줄 수 있는 인성의 사람인지, 어떻게 알 수 있느냐고...'

나는 이렇게 말하면서도 이미 마음속에선 '정이 이렇게나 깊게 들었는데... 어찌 보내지...'라고 말하고 있었다. 남편도 마찬가지로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보내는 것이 맞지만,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둘 다 어떤 확실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우물쭈물했다. 조금이라도 어리고 귀여울 때 입양도 잘 될 거라고 주변 사람들이 말하곤 했다.

오랜만에 놀러 오신 친정아버지는 '미덕이를 다시 밖으로 내보내!! 안 그러면 시댁에 말할 거야'라는 말을 남기시곤 가버리셨다. 감정적으로 쏟아낸 야속한 말에 황당하고 속이 상하기는 했지만, 뭐 어른들 입장에선 결혼 후 아이를 낳지 않고 사는 우리 부부가 고양이를 키우는 것이 못마땅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가 선택한 일이고, 우리의 책임이었다.

어쩌지, 어찌해야 할까... 끝나지 않는 고민이 계속되었다. 그렇게 멈춰주지 않는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냥생에 한 번뿐인 귀엽고 사랑스러운 쪼꼬미 시절이 지나가면서, 그 시간과 더불어 우리에게도 깊은 감정이 새겨지고 있었다. 결국 우리는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다섯 마리 고양이를 모두 키우기로 결정 내렸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지인들이 모두 이렇게 말한다.

"첨부터 그렇게 될 것 같았어~~ 미덕이랑 아가냥이들은 복 받았네~ :)"

나도 덩달아 복을 받은 것 같은 뿌듯함이 밀려왔고,

그간 머리와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던 돌덩이가 떨어져 나간 듯 가벼워졌다.





보면 볼수록 귀엽고 사랑스러운,

봐도 봐도 질리지 않고 새로운, 엉뚱하고 우스운,

신비롭고 소중한 존재가 우리 집엔 다섯이나 있다.

'사랑해~'라고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 표현할 수 있는 존재들이 되었다.

남편에게도 말로 잘 하지 않는 ‘사랑고백’을 미덕이와 얼굴을 마주대고, 이마를 콩! 부딪히며 말한다.

"미덕아, 사랑해~ 아프지 말고 건강하자~"

이렇게 말하는 나 자신이 처음엔 조금 낯설기도 했지만, 가슴 깊은 곳의 향기로운 마음을 나누게 해 준 고양이 가족에게, 특히, 우리 미덕이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고양이 가족과 함께하며 경험하게 된 새로운 고민들만큼이나, 우리의 삶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찾아왔다.

미니멀라이프를 지향하는 나는 고양이 용품을 들여놓음으로써 맥시멀라이프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최대한 깔끔하게 정돈된 환경을 만들고 싶어서 가구와 물품들을 이리저리 옮기며 머리를 굴린다. 고양이들은 환경의 변화를 싫어한다지만, 어릴 적부터 집사의 별난 변덕에 익숙해진 듯, 오히려 바뀐 환경에 호기심을 보인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털은 그 자리에서 없애고 봐야 하는 성격 때문에 돌돌이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집안 곳곳에 고양이 용품이 자리하게 되었고, 복층의 작은 거실로 시작해 우리 집 모든 공간이 고양이들의 영역이 되어가고 있다.

안방 침대의 주인인 나는 가장자리에서 쪽잠을 자며 오늘도 행복해한다.


뭐, 어쩌겠는가.

무해하고 사랑스러운 우리 고양이들을 탓할 수는 없고, 사람인 우리가 선택한 상황이니 충실하게 책임질 수밖에.




고양이 가족을 소개합니다~!

0호 : 미덕

( 내가 좀 육묘에 지쳐 피곤한 얼굴이지만~ 말랑말랑 쪼꼬미들을 품에 안고 있으면 세상 행복하답니댜~ 울 아가들 너뮤 사랑스럽죠? 호호 )



우리 사형제는 한시도 떠더지면 안된다구욧 !!

* 사형제 냥이들 : ( 왼쪽부터 ) 토리 / 코난 / 몽돌 / 코코



1호 : 몽돌

( 나는 옴마가 2:8 머리스퇄이 어울린다고 하셔쪄요. 등에는 하트 비스므리 깜장무늬도 있어서 사랑듕이 인증도 해꾸요. 집샤는 내가 머리큰 녀석일꺼라 추측하지만, 그건 더 커봐야 아는 거쟈냐요오?! 나 아직 눈도 안떳다구욧. )




2호 : 토리

( 갸꿍~ 냐는 울엄마 이쁜것만 골라 닮은 토리라구 해여. 내 이름이 좀 바뀌는 바람에 나는 누구인가! 잠시 혼란스럽기도 해찌먄! 도토리를 좋아하는 '토리'가 아주 맘에 들어요. 잡샤는 내가 순딩순딩하다고 하는데....순딩이가 원래 더 무셔운거 모르나봐여. 나 이래봬도 어흥! 호랭이 무뉜뎅. 훗 )



3호 : 코코

( 나뉸요, 코코! 야무지고 당찬 느낌의 이름이 딱 죠하요. 엄마 배쑈에셔 아쥬 야무지게 양말이랑 턱시도까지 챙겨 입꼬 나와따구요. 나눈냐 완벽한 똥꼬왕쟈!! 뉸빛부터 용맹함이 보이지 않냐요오? 앞으로 내 활약 기대햐셔도 죠하요! )



4호 : 코난

( 엄마가 집사 채용하느라 정신이 팔려서, 내 콤뮬도 몬 다까쥬고! 꼬리 펴주는 것도 깜박해떼요!!

그리고,,, 양말도 발가락만 겨우 신켜 줘쪄요 ㅡ.,ㅜ;; 그래두, 마음 챠칸 집샤는 내가 보묜 볼슈록 귀여운 볼매라며, 나를 옴춍 예뻐해 줘요~ >.,<  아, 근데여... 내 콤뮬이 하뚜하뚜 모양인거 눈치 채뗘요? :- )






* 그 외 고민들

: 배변훈련. 젖떼기와 습식 시작. 첫 발정이 오기 전 중성화 수술하기, 고양이 안전펜스 설치 등~

끝나지 않는 에피소드는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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