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구리작업실 Mar 11. 2024

'엄마 고양이'의 모성애 (7화)

#7. 꼬물이들이 사라졌다!!!

 꼬물이들이 세상에 어떻게 나왔는지, 집사는 평생 알 수 없는 이야기.

미덕이가 숨겨둔 비밀을 너무너무 알고 싶지만, 절대로 풀리지 않을 고양이별의 자물쇠로 꽁꽁 잠가 놓았다. 그래서 누가 첫째인지, 둘째, 셋째, 넷째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뱃속에 있을 때 머리 큰 녀석이 누구였는지도. (사실… 누구인지 대충 짐작은 가지만 ㅎ 모른 척.) 그리고 모두 다르게 생긴 꼬물이들의 아빠는 어떻게 생긴 놈일까, 몇 놈 인지도 알 수가 없었다.

( 모두 다른 무늬를 가진 꼬물이들이 신기해 수의사선생님께 물어본 결과, 암컷 고양이는 여러 마리의 수컷과 교미가 가능하다는 사실에 적지 않게 놀랐다. 즉, 아빠가 서로 다른 새끼들을 임신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


미덕이의 품을 떠나지 않고, 살기 위한 꾹꾹이를 하며 ‘쪽쪽 쪽쪽’ 쭈쭈를 빨고 있는 배 빵빵~사랑스러운 꼬물이들.

‘꼭 감은 두 눈,

보일랑 말랑 생기다만 두 귀,

점토로 네모나게 대충 빚어 놓은 듯한 코,

세상 가장 바쁜 핑크 주둥이.

부드러운 솜털로 가득한 배 뽈록 몸매에

버둥거리는 작고 야무진 젤리슈즈,

쥐꼬리처럼 얇고 삐죽한 꼬리’

이 모든 신비로운 조합으로 만들어진 꼬물이들은 어떻게 세상을 느끼고 있을까.

보드랍고 따뜻한 엄마의 품이 세상의 전부일까?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엄마가 옆에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며, 꼬물꼬물 쭈쭈를 찾아다니는 귀중한 몸부림.

그 옆엔 항상 미덕이가 있었다.

좁은 산실 안에서 덥고 지치고 힘들어도 볼일을 볼 때 말고는 자리 한번 뜨지 않는 열혈엄마.

뜨겁게 아가들을 품어주고, 누구 하나 서운하지 않도록 세심하고 정성스럽게 핥아주던 미덕이.

지나간 시간들을 추억하다 보니, 지금의 시간들이 더욱더 감사하고 행복하다.




 

 동물병원의 수의사 선생님께 미덕이의 출산 소식을 전했다. 산실의 위치가 미덕이와 아기냥이들을 관찰하기 어려운 곳이니, 눈에 잘 보이는 곳으로 옮기는 것이 좋겠다고 하셨다. 좁은 화장실 안의 산실은 지붕이 있어서 그 안이 어둡고 잘 보이지 않았다. 지붕에 구멍이라도 뚫어야 하는지 고민하던 차였다.

그리고 미덕이의 밥을 챙겨주거나 냥이들의 상태를 확인하려고 할 때마다 비좁은 공간에서 허리를 숙여 쪼그려 있을 때마다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팠다.

또 중요한 이유하나, 출산할 때 축축하게 젖은 패드와 수건을 빼내고 깨끗하게 정돈해 주어야 했다.

나는 모두를 위해! 복층 거실로 산실을 옮기기로 결정.

그런데…. 어쩐다.

어떻게 옮겨야 미덕이가 놀라지 않을까.

미덕이를 일단 산실 밖으로 유인한 뒤, 꼬물이들이 있는 상태로 산실을 옮기는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미덕인 출산 이후 예민한 모습을 보였고, 꼬물이들을 만지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과정이 될 거라 예상했다.

일단, 거실에 적당한 위치를 정하고, 화장실에 있던 식기와 바닥에 깔아 둔 패드를 치웠다. 그리곤 계획과 달리 미덕이까지 있는 상태로 산실을 조심스레 들어 올렸다. 드디어 화장실에서 꺼내어 거실로 옮겼지만, 놀란 미덕이는 불안해하는 눈빛이 역력했다.

그래도 해야만 했다. 우선 미덕이를 산실 밖으로 유인하고, 새끼냥이들을 잠시 다른 방석으로 옮겨야 했다.

손바닥보다 작고,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가볍고 보드라운 생명체…

‘흐아… 너무 귀엽잖아…… 귀엽다아…두근두근‘

이 순간을 충분히 느끼지 못했지만, 그때의 감동은 잊히지 않는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장면들을 불안하게 보고 있던 미덕이는 다른 방석으로 옮겨지는 새끼들을 내려놓기 무섭게 목덜미를 물고 다시 산실로 데리고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아이고,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이런 미덕이 덕에 같은 작업을 여러 번 반복하고 나서야 생각했던 위치에 산실을 놓고, 깨끗한 패드와 담요를 깔아줄 수 있었다.

‘흣, 이거 참 쉽지 않구먼. 두 번은 못하겠다.’

그렇게 한바탕 소리 없는 눈치전쟁이 지나가고, 나름 안전하고 안락하게 주변을 꾸며주었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냥이들을 살피러 위층으로 올라가 보았다.

‘응???? 뭐야..??? ’ 그 순간 머리가 띵.

‘없다. 산실에 아무도 없어. 어찌 된 일이지.

어디로 갔을까…..!!!!’

이 당황스러운 상황을 함께 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나는 미덕이를 부르며 여기저기 찾아보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려 그쪽으로 가보니 작은방에 있는 창고였다. 어두운 창고 안의 짐들을 하나하나 살피며 빼내기 시작했다. 창고 구석에 쌓여있는 짐들 사이에서 눈도 뜨지 않은 ‘삐약삐약 울고 있는 꼬물이들'. 어둡고 비좁은 곳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것이 아닌가.

‘아이고, 이 녀석들 여기 있었네… 휴……‘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조심스럽게 한 마리씩 꺼내어 산실로 옮겨 주었다.


미덕이는 갑자기 옮겨진 산실 주변이 낯설고 불안하다고 느꼈던 걸까. 위험을 느끼고 새끼들을 지키려고 그 좁은 창고 구석까지 한 마리씩 물고 옮겼을 거라 생각하니, 왠지 좀 짠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런 일이 또 벌어지지 않도록 모든 방의 문을 닫고, 어찌 되었든 앞으로 생활할 환경에 적응하고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했다.

이렇게 또 한 번의 작은 소란이 지나갔다.

‘어휴~… 진짜 쉽지 않네. 휴~’


살뜰히 보살피는 모습이 기특하고 짠하기까지 하다.


 다행히도 미덕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안정을 찾아갔다. 꼬물이들에게 젖을 주느라 밥을 먹으러 산실 밖으로 나오지도 않고, 계속해서 곁을 지켜주었다. 육묘에 지치지 않도록 미덕이를 챙겨주는 것이 집사의 역할이었다. 남편이 만들어준 닭가슴살 영양식과 출산 후 필요한 칼슘제을 섞어 따뜻한 식사를 가져다주면, 산실 안에서 젖을 물린 채 허겁지겁 맛있게 배를 채우던 미덕이.

‘정말 대단한 모성애를 가진 엄마. 단 한 번도 새끼들을 내치지 않고, 살뜰히 보살피는 착하고 지극정성인 열혈 엄마’였다.

우리도 미덕이 못지않은 정성으로 고양이를 위한 클래식 음악을 틀어주었고, 조용하고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주고자 무던히도 애를 썼다. 고양이가 환경의 변화에 예민하다는 사실을 조금만 더 빨리 알았더라면, 미덕이를 조금 더 편안하게 해 주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도 집사가 처음이었으니까, 미덕이도 이제는 이해해주지 않을까.


 그해 여름, 멈추지 않을 것 같던 긴긴 장마와 장대비는 마침내 그쳤고, 가장 높은 곳의 햇살 가득한 보금자리를 마련한 미덕이. 잠시 스쳐 지나가는 세입자가 아닌, 기꺼이 집주인 대접을 해주는 정 많은 집사부부를 만나, 그 무엇보다 소중한 꼬물이들과 함께 따뜻하고 배부른 냥생 2막을 시작하게 되었다. 덕분에 우리 부부는 순간순간이 새롭고 충만한 행복감을 선물 받았다.





미덕이와 냥생 2일 차 꼬물이들
배 빵빵하게 쭈쭈 먹고 자는 꼬물이들과 미덕이

 

지혜로운 엄마를 만나서

안전하게 세상밖으로 나온 소중한 꼬물이들.

이제는 위험하지 않으니,

건강하게만 자라주면 좋겠다.

세 번의 임신을 했다는 미덕이.

이전의 새끼들은 어찌 되었을까.

그간 쉽지만은 않았을 길 위에서의 미덕이의 마음을 헤아려본다.

미덕이의 모성이 저리도 깊어진 이유가 있지 않을까.


‘걱정 마, 미덕아.
이제는 우리가 너희를 지켜줄 거니까.’



 



이전 06화 덕을 쌓은 고양이 (4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