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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니 Aug 23. 2024

영화 《추억의 마니》 리뷰

영화 《울고싶은 나는 고양이 가면을 쓴다》와의 비교 리뷰


    얼마 전에 영화 《추억의 마니》를 보게 되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영화가 아니라 그런지, 지브리 영화 중에서도 인지도가 크게 있지는 않은 영화라 그다지 기대를 하지 않고 봤다. 그런데 예상보다 재밌는 데다가 심지어 지브리 영화 중에 젤 괜찮지 않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추억의 마니》를 보며 《울고 싶은 나는 고양이 가면을 쓴다》라는 영화가 떠올랐는데, 이번에는 두 영화를 한번 비교해보고자 한다.

 두 영화 모두 혈육의 부재로 인한 아픔을 극복하는 성장 이야기에 판타지를 섞은 애니메이션 작품이다. 그런데 개인적인 의견이긴 하지만,《추억의 마니》는 그 과정이 판타지와 절묘히 어우러지며 설득력 있게 깊은 감동을 주었지만,《울고 싶은 나는 고양이 가면을 쓴다》는 끝끝내 상처의 중심부로 들어가 완전한 치유를 하는 것에 실패한 것처럼 느껴진다.

 후자의 영화가 건넨 위로의 마음은 알겠다. 또 다른 아픔을 겪은 타인들과의 연대(결국 고양이가 되는 것을 선택한 사람들의 도움). 그리고 본인이 어쩌지 못하는 과거와는 다르게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일굴 수 있는 미래에 대한 희망(히노데)을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에 대한 직면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사상누각의 느낌이 나는 위로처럼 느껴진다. 과거의 상황과 과거의 자신에 대한 수용이나 긍정은 없는 상황이다. 현재 자신을 키워주는 양부모에 대한 믿음이나 고마운 마음도. 과거와 현재를 그저 덮어두고 부인하는 것만으로 온전한 치유와 성장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 이 상태로는 후에 힘든 일이 생기면 또 과거를 반추하며 갈등을 겪지 않을까.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무조건적으로 장밋빛으로 예상하는 것도 우려스럽다. 희망했던 이상적인 미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현실은 이상과 다르다면 그땐 또 주저앉을 것인가? 이런저런 이유들로 이 영화가 제시하는 해결책들이 순간의 희망은 줄 수는 있지만 진정한 성장은 아닌 듯한 느낌을 준다.

 《울고 싶은 나는 고양이 가면을 쓴다》는 연대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제시했다면,《추억의 마니》는 상처받은 자들 간 연대뿐만 아니라 과거와의 이해와 화해(마니와의 만남), 긍정으로 상처를 치유하고자 한다. 영화를 보며 "빈 의자 기법"이라는 것이 떠올랐다. 실제 심리상담기법 중에 하나인데, 상처를 준 사람이 직접 그 상처에 대해 사과하는 말을 하지 않더라도 그렇다고 상상하고 자신에게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치유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알고 한 건지 모르고 한 건지, 마니가 주인공에게 건넨 사과의 말이 강력한 심리 치료의 효과를 가져온 것이다.

>> "친부모님은 내가 어렸을 때 돌아가셨지. 할머니도. 물론 일부러 죽은 건 아니지만 가끔 화가 나. 

      나 혼자 두고 떠난 걸 용서할 수 없어."


>> "안나! 사랑하는 안나!"

     "왜 나 혼자 두고 간 거야? 왜 날 배신한 거야?"

     "미안해 그럴 생각은 없었어. 안나, 난 이제 여기에 있을 수 없어. 너랑 작별해야 해. 그러니까 부탁해. 

      날 용서한다고 말해줘."


     "물론이야, 널 용서해."

  마니를 만난 일이 실제로 겪은 일인지 그저 상상일 뿐인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어쨌건 주인공은 자신을 버렸다 생각했던 가족을 이해하게 되고, 화해함으로써 더 이상 과거의 상처에 얽매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가능해 보인다. 미래가 마냥 장밋빛이 아니더라도. 상처를 극복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좋든 싫든 과거의 아픔과 대면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추억의 마니는 해냈고, 《울고 싶은 나는 고양이 가면을 쓴다》는 간과한 것 같다.

 《추억의 마니》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평을 덧붙이자면, 몽환적인 분위기와 서정성이 너무 마음에 와닿았다. 시각적으로도 청각적(특히 저녁 무렵 풀밭을 지날 때의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풀벌레 우는 소리!)으로도 서정성으로 가득 넘치는 영화였다. 일본의 고즈넉한 시골과 서양의 영향을 받은 근대적인 느낌이 뒤섞인 색채 또한 너무 아름답게 느껴졌다. 미스터리 한 느낌이 한가득한 것 또한 취향저격. 마니도 너무 사랑스럽고 이쁘다. 아무튼 여러모로 내 취향을 저격했기 때문에 안 좋아하는 게 이상했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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