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니 Oct 14. 2024

영화 《옥자》 리뷰

공장식 도축에 대한 비판


    영화가 진짜 알차다고 해야 하나, 거의 순간순간의 씬마다 사회풍자적인 요소가 녹아있다. 비교적 직접적인 사회 비판적 메시지에 우화적인 풍자, 거기다 대중적인 재미까지 놓치지 않는, 역시는 역시다 싶은 봉테일의 작품.


 영화 초반에 산골에서 옥자와 오손도손 자연친화적으로 지내는 미자의 모습이 나온다. 물고기를 잡되, 새끼는 풀어주는 미자의 모습은 후반부에 새끼까지 열악한 생산 공장에서 기르는 미란도 기업의 모습과 대비를 이룬다.

 옥자랑 알폰소를 강제 교미시키는 씬이랑 마지막에 생산공장 풍경을 보여주는 씬은 진짜 보기 힘들었다. 근데 현실에서도 개농장이나 도살장 같은 곳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난다는 점. 심지어는 이보다 더 열악한 곳도 있을 거라는 점. 물론 모든 사람이 동물을 아예 안 먹길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일지도 모른다. 자연에서도 생존을 위해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고, 이를 잘못됐다고 누가 감히 욕할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기업의 이윤이 우선시되는 상황에선 이익 추구를 위해 도살을 필요 이상으로, 게다가 비윤리적이고 잔혹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는 게 아무래도 마음에 걸린다. 정말 이게 최선일까?라는 의구심이 생기는 거다.

 봉준호 감독은 으레 그랬듯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을, 공장식 도축에 대한 비판에 곁들여 이야기한다. 틸다 스윈튼은 미란도 기업의 회장, 루시와 낸시 쌍둥이역을 1인 2역으로 연기한다. 루시는 거짓으로 그럴듯하게 포장하였지만 실제로는 이익만 추구하는 기업의 모습을 보여주고, 낸시는 그 포장을 벗겨낸, 정말 이익만을 추구하는 솔직 담백한 날것의 기업의 모습을 보여준다. 루시는 핑크색 담배, 낸시는 초록색 담배를 피우는데, 색상에서도 서로의 특징이 드러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드러움과 순수함을 연기하는 핑크 색상의 루시, 돈의 색이 연상되는 초록 색상의 낸시.

 "왜 옥자를 죽이려 해?"

 "우린 죽은 것만 팔거든."

 "옥자랑 집으로 갈래."

 "안돼. 저건 내 자산이야."

 미자 할아버지가 미자에게 건네주었던 황금 돼지는 말 그대로 돈과 자본의 상징. 미자는 이 황금돼지로 죽을 위기에 처했던 옥자를 구해낸다. 돈이 가치 있고 중요한 건 사실이다. 시간도 노동, 심지어는 사랑의 가치까지도 응축되어 있으니. 하지만 이 돈과 다른 가치들이 주객전도 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시간과 노동, 사랑과 같은 돈과 교환되는 가치가 우선이지, 돈은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기 위해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물질일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돈을 당연하게 쓰면서, 그 가치들을 점차 망각해가고 있다.

 여담으로, ALF(동물해방전선)가 회사 트럭에다 낙서할 때 최우식의 대사도 인상적이었다. 옆에 미란도 회사 직원이 "너는 지금 이 상황이 웃겨?"라고 묻자, 그는 "나야 뭐.. 내 것도 아니고. 회사 물건인데, 뭐."라고 대답한다.  "나랑 뭔 상관이야.. 제가요, 1종 면허는 있는데 4대 보험이 없거든요." (Mirando is completely fucked! They fucked not me.. They fucked!)라는 대사는 그야말로 언중유골(骨)이 아닐까. 이렇듯 영화는 와중에 열악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환경도 보여주는 것이다. 거기다, 지하상가를 헤집고 다니는 옥자 때문에 난리통이 난 와중, 옆에서 영상을 찍는 한 여자의 모습도 씁쓸한 웃음을 자아낸다. 얄팍한 자극과 관심만 추구하는 소셜미디어의 폐해를 보여주는, 그야말로 봉준호식의 블랙코미디라 할 수 있겠다.


 영화 옥자를 찬찬히 곱씹으며, 내년이면 개봉할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 17》도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해 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