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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니 Oct 21. 2024

영화 《그것, 두 번째 이야기》 리뷰

트라우마 극복이란


    넷플릭스로 그것 2를 본 소감: 공포영화의 탈을 쓴 힐링물이자 성장영화.

 1편은 예전에 개봉했을 때 영화관에서 봤었는데, 처음 혼자 영화관에서 본 공포영화였다. 무서운 걸 잘 보지는 못하는 나에겐 약간의 도전이었다. 본지 꽤 시간이 지나서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약간 공포영화판 구니스같은 느낌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아이들 시각으로 진행되어서 그랬는지 크게 재밌다는 느낌은 못 받았다.

 2편은 그로부터 시간이 흘러 1편의 아이들이 어른이 되고 난 이후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넷플릭스에 있는 걸 발견하고, 1편을 떠올리며 큰 기대 없이 킬링타임용으로 보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재밌었다. 앞서 말했듯이 상장영화의 느낌이 강하다. 공포영화이지만 그 공포를 극복하는 이야기라, 보고 나서 찝찝함이나 무서움은 덜했다.

 영화의 그것(it)은 결국 트라우마나 무의식적 공포 등을 실체화한 것으로 보인다. 주인공들은 각자 과거의 일들을 잊고 살다가 다시 모이게 되는데, 그렇게 잊힌 과거는 사라진 듯 보이지만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령 에디는 여전히 통제적이고 과민한 어머니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동일한 성향의 아내와 지내고 있으며, 베벌리도 마찬가지로 아버지를 닮은 폭력적인 남편과 살고 있다. 벗어났다고 생각하지만 현재까지 과거의 사건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단지 시간만 흘러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영화 내 표현을 빌리자면, "그것이 우리를 바꾸어 놓았으며 바이러스처럼 27년간 자라왔다.") 기억하기 싫다고 무섭다고 단지 회피해서는 안된다. 과거의 트라우마를 직면하고 이를 제대로 해결해야만 한다. 그래야지만 제대로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의식이 성공하려면 기억해야 한다.", "묻혀버린 과거를 다시 파내야 해.") 그리고 과거의 기억이 담긴 물건을 가져오는 의식이 곧 과거의 트라우마와 직면하는 과정으로 은유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저번에 리뷰한 영화《추억의 마니》가 생각나기도 한다. 이 영화도 결국 과거의 상처와 직면하면서 상처를 극복하는 이야기, 즉 성장영화로 볼 수 있겠다.

 그 당시에는 무서웠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그것이 본인에게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며 자신들에게는 어른으로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또한 그 두려움은 "동생이 죽은 것은 나 때문이야.", "뚱뚱한 나를 좋아할 사람은 없어.", "병 때문에 죽을지도 몰라."와 같은 비합리적인 사고에서 비롯된 실체 없는 두려움이며, 이는 곧 자신이 만들어낸 것이기도 하다. 그 두려움이 형상화된 "그것"을 단지 우스꽝스러운 광대, 즉 자신에게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별 볼일 없는 것으로 인식하면서 주인공들은 트라우마를 극복한다. (자신이 만든 두려움이니 자신이 없애버린다. 해리포터의 리디큘러스 주문이 생각나기도 했다.) 그것과의 직면을 위해 구덩이, 지하로 내려가는 장면은 공포심이 잠들어있는 무의식의 세계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여러모로 장르영화(공포, 스릴러)로도 훌륭하지만 그 기반도 탄탄한 영화로 보인다.

 스탠리의 과거 연설에서의 멘트이자 영화의 마지막 대사인 "We are losers, and we always will be."가 얼마나 깊은 감동을 주던지. 이렇듯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긍정함으로써 주인공들은 또 한층 더 성장한다. 성장영화 마니아로서 굉장히 만족스러웠던 영화. 힐링을 받고 싶다면 그것 2를 보는 게 어떨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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