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첫째 아이가 처음이고, 둘째 아이도 처음이고, 셋째도 처음이었다. 한 배에서 나왔다 한들, 서로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진 아이들이다. 엄마는 무엇보다 각 사람에게 맞는 양육을 하고 싶어 하셨다. 엄마 마음대로 하는 게 아닌, 우리 존재 자체를 존중해 주는 그런 삶.
어린 시절의 나는 청개구리였던 적이 꽤 있었다. 공부하라고 시험 문제집을 사주셨는데, 시험 전날까지도 백지상태여서 아주 호되게 혼난 기억이 있다. 노력을 안 했다는 이유로, 그럼에도 뻔뻔한 태도에 회초리를 맞았던 적이 있는데, 그때 당시에는 엄마가 계모인가 싶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자녀를 매질하는 엄마의 마음도 좋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은 우스갯소리로 엄마와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엄마, 나 키우시느라 아주 노고가 많으셨네."
"그니까 말이야? 네가 생각해도 그렇지? 알아줘서 감사하네."
어느 날, 내가 엄마에게 이렇게 말씀드렸다.
"엄마가 우리 엄마라서 참 다행이에요."
"왜?"
"독립적으로 살 수 있게 키워주셨잖아요. 그리고 각자 성향에 맞게 지원도 해주셨고."
"에이 그냥 하는 거지 뭐. 나 그렇게 잘난 엄마 아닌데."
"엄마 잘났는데?"
딸에게 칭찬받으시는 게 좋으셨는지, 눈썹을 살짝 위로 올리며 어깨도 함께 올라가는 게 눈에 보였다.
"진~짜?"
"엄마! 겸손 겸손! 항상 겸손!"
우리 모녀의 대화의 끝은 늘 겸손이다.
서로를 칭찬하다 보면 괜히 어깨를 으쓱이게 되는데, 무엇보다 겸손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모녀는 서로에게 '겸손'을 외친다.
"자녀가 엄마를 인정해 주는 것만큼 좋은 게 없지!"
"엄마 인정해 드리면 어떤데요?"
"참 감사하지! 나는 애 키우면서 늘 부족한 엄마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잘 커주고 엄마를 칭찬하니 말이야."
"나도 나중에 자녀가 있으면, 엄마처럼 인정받았으면 좋겠다. 엄마 같은 엄마가 되고 싶네요."
어깨를 으쓱이는 엄마. 그런 엄마의 어깨를 톡톡 두드리며 또다시 겸손을 외친다.
"엄마, 진정 진정. 겸손 겸손."
어린 시절부터 내가 바라보는 엄마의 모습은 늘 안정적이었다. 큰일이 발생해도 포커페이스. 항상 침착하셨다. 위급한 상황 속에서도 어떤 것부터 해결하면 좋을지 상황 판단을 먼저 하셨다. 그래서일까? 그런 엄마의 모습을 닮아가게 되었다. 이성보다는 감정을 중요시했던 나는, 감사하게도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는 이성적인 사람이 되었다. 엄마는 엄마가 처음이지만, 스스로 생각하기에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100점짜리 엄마다. 엄마가 나의 엄마라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