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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은 Sep 13. 2024

아빠는 아빠가 처음이라서

보통 부성애보다 모성애가 높다고 이야기한다. 아무래도 뱃속에서 엄마와 교감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의 아빠들은 엄마들보다 아이에 대한 마음이 덜한 편이다. 나 또한 부성애는 모성애를 따라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는 아빠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다. 뭐가 저렇게 과격하고, 표현이 과장되고 전반적으로 행동이 큰지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아빠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게 되었다. 아빠도 어린 시절의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내가 인정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다. 그래서 내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잘 모른다. 그저 내가 좋아하면 아이도 좋아하겠지 생각하시는 것처럼 보인다.


아빠는 재미난 영화가 개봉하면 온 가족을 집합시키신다.


"여보 여보 이거 재밌겠지?"

"얘들아, 이거 보러 가자! 어때?"


맛있는 게 생각나면 가족 생각 먼저 한다.


"여기 지난번에 가봤는데 좋더라고! 다음에 우리 가족 같이 가자!"


때로는 싫다고 표현을 해도 끝까지 의견을 내신다.


"아니야~ 한 번 해봐! 좋대~"


어느 날은 같은 말을 반복하다가 지쳐서 결국 속마음이 튀어 나왔다.


"사람이 말하는데 좀 의견 존중해 주면 안 돼?"


그렇게 아빠와 부딪힌다.

사소한 일에도.


우리는 서투름에서 마주하는 것들이 있다.

이 사람이 왜 이렇게 행동하는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행동을 하는가.


사실 나도 안다.

아빠가 좋은 마음으로, 좋은 것을 같이 느꼈으면 하는 마음으로 요구한다는 사실을 안다.

그러나 싫을 때는 싫다고 표현하고, 아빠도 이러한 의견을 존중해주셔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빠는 아빠가 처음이라서, 나는 딸이 처음이라서 그렇게 부딪히며 가족이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감사한 것은, 좋은 게 있으면 아빠는 가장 먼저 가족을 떠올리신다는 것이다. 표현이 서투르고,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잘 모르는 아빠이지만,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 하나는 1등이다.


1) 나에게 아빠는 어떤 존재인가요?


2) 나에게 아빠는 몇 점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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