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참 감사하게도 어린 시절, 나를 예뻐해 주시는 친척 어른들이 계셨다. 말괄량이 같은 나는 내 집도 아니면서 아무 때나 친척 집을 방문했다. 마치 불시검문 나온 사람처럼 말이다. 이런 불청객(?) 같은 나를 늘 반갑게 맞이해 주시던 이모들과 삼촌들. 어른들은 늘 나에게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 주셨다. 무언가를 실패하는 경험을 해도, 성공을 향해 거쳐가는 과정이라고 말씀하셨다.
나에게 가장 큰 용기를 심어주신 분은 외할머니다. 직접 뵐 때든, 외할머니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전화 통화를 할 때든 언제나 마무리 멘트는 "어뗘튼지 우리 세은이는 나중에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될 거여."였다. 외할머니는 늘 내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대단한 사람이 될 거라고 선포하셨다. 시험 성적을 망칠 때든,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며 나를 스스로 부족하게 바라볼 때든, 언제든지 우리 외할머니는 나의 편이셨다.
아빠는 나를 그냥 두셨다.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생각해 보니 못할 때는 성적이 그게 뭐냐고 공부 좀 하라고 하시기는 하셨다. 그리고 예상했던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 아쉬워하는 내 모습을 보시며 "괜찮아. 그거 뭐 얼마나 한다고. 다음에 또 도전하면 되지."라고 말씀하셨다. 엄청 큰 관심을 보이신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 한 두 마디 무심하게 툭툭 던지시는 아빠가 차라리 나았다. 그 말이 맞으니까. 다시 도전하면 되니까. 그렇게 감동받고 아빠를 지그시 바라보던 찰나, 그럼 그렇지. 엎드리시자마자 드르렁 코를 고신다.
엄마는 사자처럼 나를 키우셨다. '안 되면 되게 하라!'라는 정신보다는, '하기도 전에 미리 포기하지 마라!' 정신이 엄마와 어울린다. 그래서 시험공부를 안 하고 성적이 안 나오면 호되게 혼이 났지만, 열심히 했으나 성적이 잘 안 나오는 때면 '그럴 수도 있지. 최선을 다했잖아.' 하며 응원을 해주셨다. 성실히 하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엄마 덕분에 용기를 낸 적이 많았다.
어렸을 때 용기를 내었던 경험이 어른이 된 이후에도 영향을 많이 준다.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도전한 적이 있었고, 그것이 잘 이루어지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반대로 좋은 결과를 얻게 된 경험도 해보았다. 그래서인지 처음 해보는 일에 도전할 때 생각보다 겁을 내지 않는 편이다. 일단 부딪혀보자.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지만, 일단 너무 계산하지 말고 해 보자. 그래서 계획한 것을 잘 실행에 옮기는 편이다. 이렇게 용기를 낼 수 있는 힘이 있음에, 건강한 힘을 기를 수 있도록 옆에서 응원해 주시고 도와주신 어른들이 계셔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