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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위의 족적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가?

by 하늘소망 Feb 1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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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가는 산에 눈이 쌓였다. 소복이 쌓인 하얀 눈 위를 걸으며 처음 발자국을 만드는 건 짜릿함과 흥미가 있다. 뽀드득 눈이 밟히는  소리와 함께 나의 흔적이 선명하게 남는다.

흰 종이에 도장을 찍듯 흰 눈이 만든 하얀 눈길에 찍힌 나만의 발자국은 나를 그곳의 주인공으로 만든다. 그리고 내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나의 궤적을 상세히 알려준다.

시간이 흐르며 누군가의 또 다른 발자국들이 생겨난다. 어떤 발자국은 나의 발자국과 반대방향으로 간 족적 남긴다. 여러 발자국과 섞이면서 내가 눈길의 주인공이라는 생각이 흐릿해진다. 나의 궤적도 희미해진다. 내가 가는 길이 뚜렷했던 처음과 달리 어디서 와서 어디로 는지 알 수가 없다. 길 잃은 발자국이 되었다.

또 다른 시간이 흐르며 그 위에 눈이 쌓인다. 사라진 발자국이 되었다.

내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었는지 사람들에게서 그리고 나에게서 잊히고 말았다.


눈길 위의 발자국이 인생길의 발자국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 다짐했던 삶의  철학과  방향이 생존경쟁과 같은 사회생활 속에서 흐릿해져 어떤 삶의 길가야 하는지 망각하는 것 같다.


눈길에서 다시 한번 나의 발자국을 선명하게 찍어본다. 나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생각하며...



새김과 되새김


아무도 밟지 않은 하얀 눈길

첫 발자국

새로운 시작, 새로운 방향의 출발점이다.


발자국이 오간다

족적의 섞임

방향의 혼돈이 생겨난다.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갔는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발자국에 눈이 쌓인다.

사라진 발자국

기회가 다시 생긴다


나는 어디에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

눈 위를 지그시 밟으며

다시 한번 궤적을 만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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