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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지웅 Apr 15. 2024

안경 사이로 보이는 물체가 흐릿합니다.

그녀는 대뜸, 4번입니다 라 하십니다

 ☆~~~ 푸른 고흥에서의 귀촌 생활 중입니다.

애써 산 높은 곳에 올라가지 않고 이곳저곳 드라이브만 해도 좋습니다. 온통 붉은빛, 저쯤에는 샛노랗게 변해지고 있는 은행잎들을 바라보아서 좋습니다.
우리 부부 매년 그러하듯이 찬찬히 차창밖으로 언듯 언 듯 스쳐 보이는 알록달록한 가을의 잎들을 눈으로 잡다 그 너머로 떨어지는 노을을 발견하면 적당한 곳에서 차를 세우기도 하여서 황금빛으로 변하는 노을을 바라봅니다. 물론 아무리 부부이지만 서로 다른 느낌으로 석양을 바라볼 것입니다.
쉬엄쉬엄 가다 이제 우리의 차박지인, 그때쯤 호수에 반영되는 노랑 은행잎을 바라보다 하나하나 건져 다시 뜨거운 여름으로 돌아가고픈 마음이 들곤 하는 괴산 문광지로 왔습니다. 거리엔 이미 샛노란 은행잎이 수북한 이 작은 길을 왔다 갔다 하는 사이 가을은 더 깊어만 갑니다.

아침,
우리는 느긋이 혹은 부리나케 햇살을 받아 노랑이 막 시작 되려고 하는 은행잎을 하나하나 세어 보면서 천천히 호숫가를 돌고 있습니다. 

어~~~~

저기 은행잎, 여기 듬성듬성하다? 왜 키가 저렇게 작지? 하다 다시 눈을 껌뻑입니다. 아직 겨울이 오지 않아선지 햇살은 따스롭고 호숫가 밑 논에는 추수하지 않는 황금빛 벼들이 듬성듬성 서 있습니다.


아차! 재빨리 허겁지겁 생각이 납니다.

안경!!!!!!!  눈상태!!!!!!!!!!!!!!

요즘 자꾸 흐릿하게 보이고 초점이 맞지 않는 TV상자 때문에 눈상태가 걱정이 되었는데 여행지서 불쑥 찾아옵니다. 미뤘던 안경점사장께 휙 전활 던집니다.

나 : "사장님, 안녕하세요. 내 눈상태에 이상이 있는 것 같아서요. 1,2,3번 중 몇 번으로만 이야기해 주시요."
안경점사장님:"???????????????"
나 : "1번, 전기세를 아끼려고 불을 꺼고 텔레비전을 보니 눈이 흐릿하다."
     " 2번, 안경이 오래되어 뒤틀리고 각도가 안 맞아 사물이 흐릿하다."
     " 3번, 시력이 더 떨어졌다."
안경점사장님 :"4번입니다."
나 : "어잉,??? 4번은 없는데요?"

안경점사장님 :"없지만 4번 녹내장, 백내장이 의심되니 시간 내어 안과에 한번 가 보십시오."

속으로 며칠 생각합니다 병원에서 처방받아 좋다는 눈영양제도 몇 년 동안 꾸준히 먹고 있는데, 백내장이면 수술비가 비쌀 텐데 하다 사실은 안 좋은 얘기 들을까 봐 안과에 가는 것을 차일피일 일부러 잊고 있다 생각나면 또 피합니다.

이윽고,
귀촌 전 살았던 부산에 갈 일이 있어서 제일 먼저  단골 안경집 사장님을 만나 시력테스트를 해 봅니다. 연극무대에서 나오는듯한 흰 쇠 안경테에 핀셋으로 동그란 알을 집어넣었다 뺏다 다시 첨가하여 여러 개 만들다 다시 큰 것도 넣기도 하면 앞 벽에 붙어있는 글자를 자꾸 읽어보라 합니다.

안경점사장님 : "제 소견으로는 시력이 up 된 것 같습니다."
나 :????????????????????????
안경점사장님 :"드물게, 아주 드물게 나이 드신 분이 눈이 좋아질 수 있습니다."
나 : "눈 영양제를 먹어서 그렇소?"
안경점사장님 :"그건 아주 아주 약간 도움이고~~~ 공기 좋은 데서 푸른 산을, 멀리 쳐다보셔서 그럴 수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곳을 나와 얼굴엔 미소가 가득한 내 모습을  스스로 쳐다보고 속마음은 흐뭇합니다
'야, 비싼 수술비가 안 들겠구나! 돈 굳었다.'
요즘 안경을 벗고 지낼 때도 가끔 있습니다. 평생 안경을 잠잘 때 빼고는 쓰고 지냈는데 그리  벗어도 크게 불편하지 않습니다.

정말 맑은 공기 때문에 시력이 좋아졌나 봅니다
맑은 공기!!!  푸른 산!!!

그러거나 말거나 이 기쁨을 오래 간직하기 위해 정밀검사는 천천히 받아 머리로 받아들이고 지금의 좋은 감정은 가슴속으로 적금을 들고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창문을 다 열어 맑은 공기를 만나고,,,,,,,,
아직 쌀쌀한 새벽이지만 살아 있다는 기쁜 마음으로 나가 크게 심호흡하고 저 먼산을 먼드시 쳐다보고 있습니다.

 하얀 벚꽃과 군데군데 있을법한 듯 있던 붉은 도화는 물러가려고 하고 오늘의 따뜻한 날씨와 발맞추듯 푸른 녹음이 시작되려고 하는 우리 집 앞산입니다.
또 들어옵니다. 거실에서도 야트막한 야산을 바라봅니다. 아침부터 먼산을 멍하니 보고 있습니다. 거실에 앉아서도 먼산 막 시작 되려고 하는 푸르름의 산을 볼 수 있어서 좋구나!

바로 담 건너 자라던 마늘잎은 다 자란 듯 파란 키 높은 잔디밭같이 온통 녹색 천지입니다

여기 고흥,,,
지금의 고흥의 공기는 더없이 맑고 하늘에는 가끔 떠 있는 뭉게구름이 저곳으로 다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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