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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

by 샤토디

약제부는 지하 2층에 있습니다. 동시에 지하 2층에 있는 시설이 하나 더 있으니 그것은 바로 장례식장입니다. 계단을 통해 지상으로 나오면 검은 영구차가 조용히 들어서고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하루에 한 구, 때로는 두 구. 삶을 마친 이들이 마지막 여행을 떠나는 순간을 매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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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을 볼 때 나와는 아예 다른 존재가 되었구나 라는 아득히 먼 거리감이 듭니다. 시신은 하얀 천으로 덮여 장례식장으로 운구됩니다. 천 위로 드러난 윤곽만이 한때 여기 누군가가 살아 있었음을 말해줍니다. 저 천 아래 누워있는 사람에게도 어제가 있었고, 내일에 대한 계획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또 건강했을 때엔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마시고, 누군가에게 안부를 묻고, 저녁 메뉴를 고민했을지도 모릅니다.


한 젊은 환자가 생각납니다. 암 교육을 통해 인연을 쌓아갔던 그 환자는 대장암 진단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환자는 놀라울 정도로 건장해 보였습니다. 목소리도 쩌렁쩌렁하고 입원 환자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에너지가 넘쳤습니다. 병실 복도에서 마주쳤을 때 "선생님 오랜만입니다"라고 인사해 주셨을 때의 그 미소, 치료 계획에 대해 적극적으로 질문하던 모습, 죽음이라는 단어와는 너무나 거리가 먼 생명력이 그에게서 흘러나왔습니다. 암 정도는 그에게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근 2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는 열심히 싸웠습니다. 고된 항암치료를 견디며, 임상시험에도 참여하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회진 때마다 보는 그의 눈빛에는 여전히 무언가가 살아 있었습니다. 몇 차례의 치료 실패에도 굴복하지 않는 의지가, 포기하지 않겠다는 결심이 깃들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질병이라는 것은 때로 의지보다 강하기도 한 것 같습니다.


어느 토요일 당직날, 그 환자 이름의 응급처방이 반복적으로 나오는 것을 보고 급히 의무기록을 열었습니다. 의무기록에는 환자의 극심한 통증을 호소, 눈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내용등이 적혀 있었습니다. 저는 그가 이 세상에서 겪는 마지막 시간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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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복도에서 주치의 선생님과 마주쳤습니다. 평소 수술복을 즐겨 입고 여유롭게 회진을 다니시던 선생님이 그날만큼은 달랐습니다. 반듯한 가운을 차려입고 급히 병실로 향하는 모습에서, 저는 그 젊은 환자에게 향하겠거니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윽고 그 환자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2년간의 긴 투병 끝에 맞은 마지막이었습니다.


죽음을 가까이서 보는 것을 통해 역설적으로 삶이 소중하다는 것을 더욱 깨닫게 됩니다. 숨을 쉴 수 있다는 것, 걸을 수 있다는 것,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놀라운지 모릅니다. 건강할 때는 당연하게 여겼던 모든 것들이 사실은 기적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지하 2층 약제부에서 일하며 매일 보는 운구 행렬은 이제 일상이 되었습니다. 또 다른 누군가의 마지막 여행이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처음에는 무겁고 슬픈 광경이었지만, 이제는 삶의 자연스러운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저는 다시 한번 다짐합니다. 오늘을 소중히 살자고.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말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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