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항상 그렇게 온다. 무거운 공기와 함께, 누구도 피할 수 없이. 나는 매년 여름이 다가올 때마다 나만의 방식으로 그 뜨거움을 피하려 한다. 차가운 음료를 손에 쥐고, 멀리 떨어진 곳을 꿈꾸며 나 자신을 숨겨 놓는다. 하지만 그 여름, 나는 숨을 곳이 없었다.
그녀와의 만남은, 그 여름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시작되었다. 우리는 서로의 삶을 잘 알지 못하는 채로,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짧은 순간에 마주쳤다. 주변의 소음 속에서 우리는 어색함을 느낄 새도 없이, 서로에게 말을 건넸다. 그 순간, 내가 그녀에게서 느낀 것은 예상보다 더 많은 것이었다. 무엇을 기대했는지조차 모르겠지만, 그녀는 내 삶의 일부분이 되어 있었다.
우리는 여름의 한 가운데에서 만났다. 땀이 흐르고, 바람은 거의 없었고, 사람들은 모두 더위 속에서 똑같이 지쳐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대화는 가볍지 않았다. 처음에는 별것 아닌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것이 나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처럼 여겨졌다. 여름의 열기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속내를 조심스럽게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 여름의 일부였고, 나는 그 여름의 일부가 되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익숙해지지 않으려 애썼다. 그저 그때 그 순간을, 그 여름을 살아갔다. 우리가 만난 여름은 그저 계절의 흐름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것은 어느 누구에게도 똑같이 경험되지 않을 순간들이었다. 더 이상 계절은 단순히 날씨의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았다. 그때 우리에게는 여름이란, 서로를 발견하는 과정이었다.
그러나 여름이 지나가면 우리는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다. 차가운 바람과 함께, 그 모든 뜨거운 순간들은 아련히 사라져 간다. 우리가 만났던 그 여름이 지나가면서 나는 깨달았다. 사람들은 서로에게 잠시 다가가지만, 그 만남은 늘 그 시점에서 멈춘다. 그것이 아쉽다기보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계속해서 살아간다는 사실이 더 큰 진실처럼 다가왔다.
여름이 지나면 사람들은 잊어버린다. 하지만 그때 그 여름을 함께한 기억은, 언제까지나 내 마음 한구석에 조용히 자리 잡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잊지 않기 위해, 다시 여름이 오면 마음 한켠에 그 때의 온도를 담아두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