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되면, 언제나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그 믿음은 아침 햇살처럼 부드럽고 따스하다. 그러나 오늘 아침은 그 믿음이 전혀 다르게 다가왔다. 밖은 온통 서리로 덮여 있었다. 가로등 아래, 나무 가지 위, 풀잎 하나하나가 서리로 얼어붙은 채로 고요하게 잠들어 있었다. 처음 보는 풍경이었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 속에서, 차가운 공기가 내 얼굴을 스쳤다. 서리가 내려앉은 세상은, 그 자체로 새로운 세상처럼 다가왔다. 내 몸 속 깊은 곳까지 그 서리의 찬 기운이 스며드는 듯했다.
서리 내린 아침은, 마치 세상이 잠시 멈춘 것 같다. 한참을 서서 그 풍경을 바라보았다. 얼어붙은 풀밭에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차가운 기운만이 나를 감쌌다. 나는 그 고요함 속에서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을 받았다. 모든 것이 굳어버린 채로 멈춰서 있는 듯, 아무리 기다려도 시간이 흐르지 않는 듯한, 그런 이상한 느낌. 아침의 상쾌함을 기대했던 내가 실망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차가운 기운이 나를 압도했고,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멀어져 가는 어떤 느낌을 받았다. 다시 말해, 서리 내린 아침 속에서 나는 새로운 시작보다는 잃어버린 무엇인가를 느끼고 있었다.
혹시 내 마음 속에서도 서리가 내려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어떤 아픔은 녹지 않는다. 차가운 바람에 얼굴을 스치는 순간, 나는 다시 그 아픔들을 떠올렸다.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던, 아무리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그늘들이 떠오른다. 서리처럼 내 마음에도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그 그늘은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바뀌어도 사라지지 않는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겠지만, 봄이 온다고 해서 그 서리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서리는 내 마음 속에 묻혀, 지나간 시간의 흔적처럼 나를 계속해서 붙잡고 있다. 나를 움켜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서리 내린 아침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 차가움 속에서 나는 무언가를 발견하려 했다. 아픔도, 고통도, 그 모든 것들이 살아있는 시간의 일부라는 걸 인정하면서, 그 속에서 무언가를 느끼고 싶었다. 서리가 내린 아침은 차갑고 쓸쓸하게 느껴졌지만, 그 안에는 묘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그 차가운 기운 속에서도 여전히 살아 있다는 사실. 시간이 지나면 녹아내릴 서리처럼, 나도 그 속에서 조금씩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나는 나의 내면을 다시 돌아보았다. 여전히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나는 무엇을 놓쳤고, 무엇을 붙잡고 살아가야 하는지 고민했다.
서리가 내린 아침은 그 자체로 아름다웠다. 그것은 차가운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보이지 않는 따뜻함이 담겨 있었다. 겨울이 지나면 다시 봄이 오듯, 내 마음도 서서히 녹아갈 것이다. 그때, 나는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내 마음 속 서리도, 언젠가는 풀릴지도 모른다. 그날이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서리가 녹아내릴 때까지 나는 그 아침을 떠나지 않기로 했다. 그 차가운 아침 속에서 나는 내 안에 있는 시간을 다시 살펴보기로 했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서리 내린 아침처럼, 얼어붙은 채로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곧 지나갈 것이라는 사실을 믿으며, 우리는 여전히 그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 서리 내린 아침 속에서 나는 다시 한 번,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온다는 그 믿음을 가지고, 내 마음의 겨울을 지나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