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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양 Dec 12. 2024

사계, 나를 찾는 이유


봄이 오면, 세상은 늘 다시 시작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그 시작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봄이란 말은, 늘 그 자체로 고요하고도 복잡하다. 한 송이 꽃이 피어날 때, 그 순간의 조용한 아름다움 속에는 수많은 날들이 묻어 있다. 지나간 겨울의 차가운 숨결과, 잃어버린 시간들이 섞여 있다. 봄은 그 많은 것들을 다 들여다보려는 듯, 내 마음을 다시 흔든다. 그리고 그렇게, 내가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이유를 찾게 된다.


여름은, 봄의 여운을 밀어내는 날들이다. 사람들은 여름을 무시무시하게 이야기한다. 덥고, 답답하고, 억지로 살아내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여름을 생각할 때마다 한 가지 사실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여름은, 그 모든 과열된 것들 속에서도 나를 다르게 만든다. 땀을 흘리고, 더위 속에서 숨을 고르며, 나는 점점 더 나를 느끼게 된다. 여름은 무엇보다 내면의 불꽃을 건드린다. 무언가가 타들어 가는 듯한 기분. 하지만 그 불꽃 속에서 나는 나를 찾는다. 뜨겁게, 조금은 쓸쓸하게.


가을이 되면, 그 뜨겁던 여름의 흔적이 사라지고, 차가운 바람이 나를 감싼다. 그 바람 속에서 나는 종종 돌아보게 된다. 이 길을 걸어온 내가, 이제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가을은, 늘 생각을 하게 만든다. 가을은 어디선가부터 시작되었고, 지금 나는 그 끝자락에 서 있다. 그 끝자락에서, 나는 다시 한 번 길을 묻는다. 시간이 지나가면, 내가 가진 것들은 그저 지나쳐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 지나침 속에서도, 어떤 것은 내 안에 깊숙이 남아있다. 가을의 냄새, 그 안에서 나는 여전히 찾고 있다.


겨울은, 모든 것이 멈춘 것 같지만, 사실 가장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나는 고요함을 느낀다. 겨울의 차가운 손길이 내 마음을 어루만지는 순간, 그 속에서 내가 얼마나 무력했는지를 알게 된다. 겨울은 고백한다. 내가 잃어버린 것들, 내가 못 다한 말들, 내가 돌아보지 않았던 그 모든 것들. 겨울은 나를 더듬어, 다시 그 모든 것을 나에게 되돌려준다. 그렇게 나는 겨울을 지나간다. 지나간 모든 것들과 함께. 다시 시작을 기다리며, 한숨을 쉬며.


사계는 그 자체로 묘하다. 봄이 시작되면, 여름은 이미 그 끝을 향해 달려가고, 가을은 그 모든 것을 지나쳐 겨울로 다가온다. 모든 것이 변해가지만, 그 변화를 품은 나는 여전히 그 안에 있다. 시간은 계속 흐르고, 나는 그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를 느끼며, 나의 이야기를 쓴다. 사계는, 그저 시간이 흐르는 대로 흘러가지만, 나는 그 시간을 따라가며, 나만의 길을 만든다. 그것이 바로 내가 살아가는 이유, 사계 속에서 나를 찾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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