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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양 Nov 08. 2024

작은 기도



내가 사랑하는 복음 성가 중에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라는 곡이 있다. 침대에서 일어나기조차 힘든 시간. 몸과 마음이 지쳐 있을 때, 자신을 향한 실망감이 누군가를 미워하기보다 더 크게 느껴질 때, 우리는 기도할 힘마저 잃어버린다. 정확히 말하면, 아무런 생각조차 떠오르지 않는다.



마음만은 기도원의 오르막을 오르고 있고, 떨어지는 낙엽에 시와 찬양을 만들어내고 있어도, 지금 내게는 작은 기도조차 할 힘이 없다. 이사를 앞두고 있지만, 준비는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어디서 넘어졌는지, 이마는 까졌고, 원래 누군가를 미워하지 못하는 성품을 지닌 나는, 상대방보다 자신을 더욱 원망한다.



감기약, 몸살약. 이틀 만에 흰죽에 장조림을 먹었다. 장조림은 맛이 갔다. 만약 누군가 내 곁을 챙겨 주지 않았다면, 적어도 날 위해 울어주고 나를 대신해 기도해줄 사람이 없었다면 이번에는 정말 쓰러졌으리라.



이런 가운데 걱정되는 것은, 나처럼 몸이 아프거나 힘든 상황을 겪고 있는 사람이 스스로 ‘날 위해 기도조차 해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대는 나의 기도 제목이 되어라.



스스로 미워하기를 멈추고, 당신을 알아보고 아껴주는 자리로 나아가라. 면도를 하고 상처에 약을 덧붙이고, 누군가의 말처럼 밥에 콩나물국이라도 든든히 먹고 자리에서 일어나라. 신은 당신이 주저앉길 바라지 않고, 나 또한 그렇다.



아무런 일 없이 연락 오는 사람이 없다.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가족을 포함한 몇몇이 있다. 그들이 당장 내 손을 잡지 않더라도, 각자의 삶에 자리해 있을지라도 나를 위해 기도해줄 것이라는 믿음은 나를 지탱해준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아픔을 딛고 일어나고 상처가 회복되는 데 그리 큰 것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바로 ‘작은 기도’면 충분하다. 나에게 말하라. 누군가가 없다면 내가 그 누군가가 되어 당신을 위해 진심으로 기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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