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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t La Vie Cerato! 시즌 2 4편

Alpiniete 2->3일 차 - 강릉에서 고성까지

by 곰돌아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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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에서 강릉까지 가는 290km가량의 거리를 4시간 동안 달리면서 도를 닦는 기분이었다.

항속 주행도 쉽지 않았지만 신호를 준수하면서 가는 게 제일 곤욕스러웠다.

마음 같아선 동생한테 공수교대를 요청하고 싶었지만 면허가 없......


게다가 호미곶에서 해넘이를 보고 강릉을 가는 과정에서 저녁 식사를 고려하지 않아

가는 내내 문을 닫은 휴게소를 마주하게 되었고 굶주려질 대로 굶주려진 배를 끌어안고서

숙소 인근 마트까지 벌게진 눈으로 나아가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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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강릉에 당도하고서 많은 생각들이 스쳐갔다.

애초에 이 루트를 3일 내로 관통하겠다는 발상이 무모했구나 하는 생각이

최상단에 고정된 채로 운전대와 씨름을 이어갔는데

돌이켜보면 이때 잘 넘어간 덕분에 세 번째 날 일정이 순탄했던 것 같다.


밤 10시가 다 되어서 도착한 숙소에서

컵라면부터 햇반에 빵에 눈을 까뒤집고 늦은 저녁을 먹었다.

첫날 800km를 달린 것을 생각해 보면 둘째 날 630km을 달린 것이 소박해 보였지만

등뼈 국도의 위력은 1,000km를 하루에 소화한 듯한 기분을 선사했다.


마지막 날인 3일 차에 강릉에서 고성을 들리고 집까지 돌아가는 최종 국면을 생각해 보면

조금이라도 눈을 붙여둬야 승산이 있어 보여 폭룡적인 식사가 끝나고

조금의 여지를 남기지 않은 채 그대로 잠에 들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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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차 아침이 밝았다.

1,400km 넘게 달린 것을 생각해 보면 사람이 탈이 날지언정

차는 눈 하나 깜빡 안 하고 쌩쌩하다는 점에서 위안을 얻었다.


조식을 먹을 시간이 아직 남아있기에 숙소 인근 바다를 보러 뚜벅뚜벅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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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다는 변명으로 게으름을 합리화할 수도 있었는데

경포해변을 보며 흔들의자에 앉아 멍을 때리면서 순간 뜨끔했다.

첫 전국일주 때보다는 준비가 미비했지만 그때보다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는 여정을

여기에서 늘어진다는 것도 용납할 수 없었고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까 여지없이 마무리르 잘해야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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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전국일주 당시에 아파서 경황도 없고 정신도 없이 왔었던 정동진부터 보기로 했다.

전 날에 이어서 흠잡을 것이 없었던 날씨였지만

이른 시간대라서 살짝 구름이 낀 경향이 있었는데 첫 일정을 시작하기 전에

가볍게 몸을 푸는 마음으로 거닐며 남은 하루에 대한 결의를 다지는 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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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차 서론이 길었다.

아홉 시 땡! 하자마자 들어간 곳은 하슬라아트월드!!!

지난 5월에 강원도로 홀로 여행을 떠났을 당시에 방문했던 곳인데

동생 입장에선 이곳에 자리 잡은 피노키오 컬렉션이 매력적이었다고......

본인도 가보고 싶다는 의사에 4개월 만에 하슬라아트월드를 다시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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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동생 아니었으면 4개월 사이에 전시 구성이 바뀌었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을 것 같았다.

기분 탓인가 하고 갸우뚱했지만 계속해서 지나가다 보니 뭔가 많이 변했는걸? 하고 있었는데

그 내용을 동생에게 얘기해 주다가 그걸 듣고 토끼눈이 된 직원분의 설명 덕분에

동생에게 보다 더 전문적인 이야기로 이곳을 관람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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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반 정도 관람을 마치고 굿즈샵에서의 고민을 한 차례 지나간 끝에

하슬라아트월드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물론 지갑도 무사히 지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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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간 곳은 참소리축음기박물관.....

원래 계획은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에서 영화를 보는 것이었는데

일정이 맞지 않아 이곳으로 계획을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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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에 2만 원이라는 입장료는 사악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이 당시에 서울에서 전시를 봐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전구부터 축음기, 영사기 등의 전시품을 본다는데 의의를 두었고

두 시간 정도 전시 해설을 들으며 관람하면서 나름 만족한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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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라 아이들이 정말 많았고 이 친구들로 인해 분위기는 조졌겠구나 생각했는데

해설을 진행하는 분이 잘 통솔해서 그랬는지 박물관을 빠져나올 때까지 나름 안락한 분위기 속에서

전시품들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돌아갈 시간까지 고려했을 때 마냥 눌러앉을 수 없었기에 진짜 마지막 목적지로 향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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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에서 속초를 거쳐 고성까지 가는 길은

지난 이틀 동안 달려온 길에 비하면 굉장히 쉬웠다.

계속해서 구름이 두껍게 끼어있는 것을 보고서 비가 올까 봐 걱정이 들었지만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다행히 비는 한 방울도 안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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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타깃인 최북단을 들어가기 전에 일련의 과정을 거치고

통일전망대로 들어가는 길에 만난 다양한 바이크들도 인상적이었는데

문득 다음에 이곳을 오게 된다면 오픈카를 타고 와보면 어떨까 싶었다.


물론 그러고 픽업트럭을 덜컥 사버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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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사는 곳 근처에도 통일전망대가 있어 낯설지 않지만

최북단이 주는 의미는 또 다르게 다가왔다.


몇 달 전 공사 중이라 다음을 기약했던 통일전망타워도 들어가 보고

해파랑길의 끝무렵에 다다랐다는 것도 자연스레 깨달았는데

만약 해파랑길의 끝에서 저 너머로 다시 시작할 날이 있다면

그땐 다시 여정을 떠나봐야겠다는 생각으로 가득 채워진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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