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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t La Vie Cerato! 시즌 2 1편

Alpiniete 1일 차 - 해남으로 가는 머나먼 길

by 곰돌아부지 Feb 2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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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전국을 떠돌아다닌 2018년의 강렬한 8일 이후로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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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순정을 유지하던 차량은 경량 휠과 차체 보강 작업을 통해 입맛에 맞게 손을 보았고

2,300km 동안 무사고로 돌아다닌 걸 경험 삼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별천지를 구경하고 다녔는데

전국일주를 다녀온 나를 본 동생이 어느 날 나에게 전국일주를 본인도 가보고 싶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그래? 그럼 추석 연휴 3일 동안 고속도로 통행료가 무료니까

그 3일 동안 해남 땅끝마을부터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다 돌아보자!!! 하고는

동생한테 여행 루트를 짜보라고 했다.

근데 워드 파일에 보고서처럼 정리해 와서 브리핑 아닌 브리핑을 했고

나로서는 전국을 ㅁ자로 돌아보자는 새로운 타깃이 생겼다.


근데 그 3일 동안 최남단부터 최동단을 거쳐 최북단을 찍고 돌아오려면

자동차 입장에선 지난 전국일주보다 더 가혹한 환경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3개월 동안 차분하게 준비했던 작년과 다르게 생업에 시간을 빼앗겨

우격다짐으로 준비하면서 최대한 짐을 덜어내는데 최선을 다했는데

그저 작년보다 더 재밌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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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퇴근해 장시간 운전을 위해 눈을 붙이고

명절 연휴가 시작되기 30분 전 최남단이자 첫 번째 여행지인 해남 땅끝마을로 향하는

내 기준에서 장엄한 여정의 시작을 하게 되었다.


원래 예상은 여유롭게 내려가 오전 8시 정도에 해남 땅끝마을에 당도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느긋하게 남파랑길과 해파랑길을 따라 여정을 이어가는 일정을 생각했는데

내가 여기서 생각이 짧아도 너무나 짧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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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의 추석과 다르게 2019년의 추석을 짧았기에

사람들이 전부 나와 같은 생각으로 고속도로에 올랐던 건데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통행료를 내고 좀 더 일찍 나왔어야 했다.


결국 출발한 지 9시간 반동안 평택항에서 행담도로 넘어가는 구간에서 한번 붙들리고

군산에서 부인으로 넘어가는 구간에서 또 붙들리는 바람에

정체구간마다 국도로 돌아서 가는 고되고 복잡한 경로가 되었고

340km를 달려왔음에도 아직 도착도 못하고 120km 정도를 더 달려야 하는 상황을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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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면허가 아예 없는 (5년 반이 지난 지금도 없는) 동생과

크루즈 컨트롤이 없어 쌩 페달로 달려야 하는 자동차는

이 여정을 내가 온전히 안아야 하는 부담으로 다가왔다.

근데 첫 번째 경유지에 도착하기 전에 내가 퍼지면 의미가 없어진다.

군산휴게소에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쉬어야만 했다.


그러다 동이 트고 정체가 사라질 때까지 우직히 앞만 보고 다시 달리기로 마음먹은 채

해남으로 다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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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동생 입장에선 이 여정의 시작부터 내 마음 같지 않다는 사실이

굉장한 부담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가볍게 이야기하고 추진했던 꿍꿍이가 실제로는 험난하기 그지없었을 테니......


근데 나도 같은 마음이었다.

작년에 부산에 내려가는 과정에서 안개가 발목을 잡았던 건 있었지만

정체가 사람을 힘들게 하진 않았기 때문에 여기까지 계산을 못 했다.

뭐.... 이럴 때 아니면 서해안 고속도로를 횡단해 볼 기회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을 바꾸니 계속해서 나아가야 할 동기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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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0km 정도를 달려 해남 땅끝마을에 당도하니 출발한 지 자그마치 12시간 반이 지나있었다.

새벽을 가로질러 아침을 먹어야겠다는 알량한 계획은 아침이 아니라 점심이 되었고

거의 다 도착할 즈음에 길게 늘어진 줄에 정신을 살짝 놓을 뻔했다.


근데 그 줄이 땅끝마을을 방문하기 위한 줄이 아니라

해남 여객선 터미널에서 배에 차량을 선적하기 위한 줄이었고

카 페리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은 경로를 틀어 뒷길로 들어가라는 안내에

꼬불꼬불한 동네 마을을 가로질러 원하고 원했던 여정의 첫 쉼표를 찍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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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인내심이 바닥을 친 지는 오래였다.

나도 사람인 지라 사서 고생하는 게 쉽진 않으니.....

그래도 조수석에서 이 고생을 같이 구매한 동생의 찰떡궁합과 응원에

여기까지 오는 용기와 인내심을 계속해서 새로고침하며 올 수 있었다.


특히 "여기까지 내가 왔는데....."라는 말을 되새긴 게 제일 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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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을 겨우 도착해 숨을 돌리고 경치 구경까지 알차게 마친 뒤

남파랑길을 따라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두 번째 목적지로 가는 길이 무난했으면 했는데 그러면 우당탕탕이 아니지......


대신 쌈짓돈을 모아서 곳곳에 진행한 차체 보강이 여기서 빛을 발휘했고

데이비드 보위의 Space Oddity가 생각나는 순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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