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piniete 1일 차 - 외나로도와 여수의 담대함
최남단 해남 땅끝마을을 겨우 도착하고서 다음으로 향한 곳은
바로 나로우주센터가 있는 외나로도!!!
이건 내가 가보자고 동생한테 권한 곳이었다.
아무래도 본업인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 거쳐온 과정에서
나로호 발사는 항상 주목해야 할 이슈였고
나로호가 발사된 곳이 해남에서 가깝다는 사실에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가보자는 생각이었다.
근데 외나로도를 들어가는 길이 공사 중이라 아스팔트를 다 까놓았고
여유를 가지고 운치 있게 가려던 생각은 비포장 도로를 지나가며
갑자기 랠리를 하는 듯한 모습으로 뒤바뀌었다.
머릿속 뇌부터 뱃속 위장까지 한데 뒤엉키는 듯한 진동을 얻어맞으며 느낀 건
차체 보강을 거치고 이 여정을 떠난 게 신의 한 수였다는 것이다.
세월의 흔적에 물렁해진 차체였으면 이 구간을 지나가는 동안
엄청난 스트레스를 넘겨받았을 텐데 여기저기 가로지른 바들이 바짝 조여 오는
탄탄한 강성에 돈 들인 보람이 느껴졌다.
여기까지 들어오는 길에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비포장 도로로 구성된 고갯길을 지나오며
횡가속도에 시달린 허리와 파일럿의 중력가속도 테스트 못지않은 고통이 뒤따랐지만
주차를 마치고 풍경을 바라보자 산전수전 공중전이 싹 잊힐 정도로 아름다웠다.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에서 만난 로켓들은
엔지니어인 본캐에 초신성처럼 아주 밝은 빛을 뿜어내게 했다.
물론 나의 블라블라블라에 동생은 실시간으로 버석거리는 모습을 보게 되었지만
거부를 거절하는 나의 굳센 마음에 동생은 나의 투머치 토크를 온전히 받아내야만 했다.
과학관 중앙에 자리 잡은 호버만의 에 눈이 휘둥그레지는 두 형제는
4D영상관에서 과학관에서 소진된 체력을 차곡차곡 충전하고
숙소가 있는 세 번째 경유지로 향하려는데
어..... 우리 잠시만 더 보고 갈까......???
아니야.....
110km를 다시 달려가야 하고 세 번째 목적지에서 봐야 할 게 있어
늦장을 부릴 수가 없었다.
작년 전국일주 4일 차 당시에 들렸던 여수를 보고
동생이 나도 이거 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꺼낸 게 이 여정의 시발점이었다.
특히 여수 밤바다에서 불꽃놀이를 보고 싶다는 마음에
아예 1일 차 숙소를 여수에 잡아두고 오게 된 건데
해남을 가는 과정에서 소모된 시간으로 인해 자연스레 여유는 사치가 되어버렸다.
원래는 스카이 타워 전망대에서 보려고 했는데
저녁을 광양에서 해결하고 들어오면서 간발의 차이로 입장 시간이 지나버렸다.
그래도 불꽃놀이 시간 전에는 도착할 수 있었고
동생에게 약속한 여수 밤바다를 보여줄 수 있었다.
1년 만에 다시 만난 이 구도는 다사다난했던 첫날이 크리티컬 한 문제없이
무탈히 마쳤다는 의미로 다가오면서 겨우 숨을 돌리게 했다.
하루 꼬박 800km에 가까운 거리를 혼자 짊어지고 왔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럼에도 동생과 나 둘이서 감정이 상할 일이 없었다.
묘하게 튀어나온 동지애라고 할까나?
1일 차에 하려던 거 다 했으니까 숙소로 도망가자!!!
22시간 만에 도착한 숙소는 고단함이 풍겨져 나왔다.
중간중간 쪽잠을 잤다고 하지만 그게 개운할 리가 없고
시간에 쫓겨 달리고 달리느라 아무 말 없이 각자의 로직대로 움직이며 침대로 다이빙을 하게 했다.
아무튼 2일차 첫 일정으로 잡은 부산을 향해 다시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