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piniete 3일 차 - 우리 이제 집으로 가자!
목표로 삼았던 곳들을 모두 방문하는 데 성공하고 나니
빨래가 한가득 쌓인 채로 트렁크를 채우게 되었다.
그래서 델피노 리조트를 찾았다.
코인워시 때문에 들린 리조트는 연휴 시즌이라고 약소한 페스티벌을 펼치고 있었다.
동생과 나는 스타벅스에서 호두 당근 케이크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곁들이며
세탁기와 건조기가 다 돌아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쿵작 쿵작 대는 소리에 엉덩이를 붙이기 어려웠다.
리조트를 거닐다 벤치에 앉아 바람을 느끼고 있었는데
문득 귀에 걸려온 요상한 단어들......
다시 들어보니 레드벨벳의 짐살라빔이었다!
고성에서 저녁과 세탁을 해결한 후 진짜 마지막 과제가 남았다.
"통행료 면제가 끝나는 12시 이전에 복귀하는 것"
3시간 반동안 기름 한번 충전하느라 세운 것 빼고 미시령 옛길을 통해
정체를 피해서 달리고 달려 집에서 출발한 지 71시간 30분 만에 돌아오게 되었다.
통행료 면제 기간인 72시간을 30분 남기고
국토의 최극단 세 포인트를 거쳐 1844.8km를 완주한 셈이다.
1년 전 전국일주를 했을 당시엔 순정 상태의 차량에
3개월간의 준비를 거쳐 나 혼자 여덟 8자를 그리고 왔는데
이번엔 튠업이 된 차량으로 한 달의 준비기간을 거쳐
동생과 둘이 ㅁ 자를 그려서 돌아오게 되었다.
서해안고속도로의 끝까지 달려 해남을 거쳐
남파랑길을 따라 고흥-여수를 지나 부산에 도착했고
부산-포항고속도로와 한반도의 등뼈를 그리는 7번 국도를 따라
강릉과 고성까지 다니면서 아무런 트러블 없이 잘 도착했다는 것이 다행스러웠고
일에 치여 산만한 상태에서 출발해 고속도로를 원 없이 다니면서
달린다는 것에 대한 스스로의 정의를 내리는데 조금의 힌트를 얻는 기회가 되었다.
이제 번뜩이는 주제가 아니라면 당분간 이렇게 달릴 일이 없겠지만
누구도 시도해보지 못한 나만의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진 것이
이번 여행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