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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t La Vie Cerato! 4편

나 홀로 전국일주 장흥, 군산, 대구 편

by 곰돌아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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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짧았다......

추석 당일날에 문을 닫는 곳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고

직전 날에 일정을 뒤흔든 것이.......




해돋이를 보러 간 곳은 장흥 정남진 전망대였다.

물론 해남 땅끝마을까지 가보는 것도 좋겠지만 당시엔 정남진이 주는 의미가 더 크게 다가왔다.

근데 부지런이 병이라고 전망대는 9시에 열리는데 아침 5시에 와서는

그저 해안가에 해가 뜨고 아침이 찾아오는 모습이 꽤나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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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나 인터넷에서 사진으로만 보던 그 풍경을 눈에 담아내면서

남들 눈에는 극성일 궁상각치우를 내 나름대로 무척이나 즐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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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그런데 해 뜨고 나니까 뭔가 급 식상해졌다.

그래서였는지 주차장에서 눈을 좀 붙이고 전망대가 열리는 9시까지 기다렸다가 들어가 보려는 생각을 접고

전 날 테디베어뮤지엄 여수에서 일정을 뒤흔들고서 여수에서 제일 가까운 테디베어뮤지엄이 있는

군산을 가보기로 한 김에 이성당을 가보기로 했다.

물론 테디베어뮤지엄 군산은 문을 연다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이성당은 설마 문을 안 열겠어? 하고 우격다짐으로 간 점이 있었기에

별 다른 생각을 안 하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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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차차!!! 여기까지 아무런 탈 없이 왔으니까 애옹이도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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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당일날이라 그런지 논스톱 두 시간 반 230km에 이르는 과정에서

정체를 만나지 않았다는 점은 좋았다.

심지어 중간중간 경유하는 졸음쉼터라던지 간이 휴게소에도 사람들이 없어

이게 웬 횡재냐! 하고 혼자 신나서 달리는 내내 재밌기 그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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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뭔가 과하게 술술 잘 풀린다 치면 의심을 해봐야 한다!

하필 이 날 이성당이 문을 안 열었다.


하.....

이럴 줄 알았으면 정남진 전망대를 볼 걸 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후다닥 구경하고 잽싸게 빵 사려고 근처에 대충 차 세워두고 간 건데.....

별 수 없었다.

단팥빵 못 먹어 아쉬울 시간에 원래 계획을 실행하는 게 더 나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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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을 재빨리 털어내고 원래의 목적지인 테디베어뮤지엄 군산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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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엑스포의 여흥이 남아있던 테디베어뮤지엄 여수와 다르게

테디베어뮤지엄 군산은 조용한 분위기에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그리고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테디베어뮤지엄의 색채가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점에서도

여수보다는 군산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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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군산의 테마가 더 짜임새 있었다.

단순히 테디베어뮤지엄 하와이의 구성을 옮긴 여수보다

테순이를 찾아 20여 개의 나라를 돌아다닌다는 군산의 테마가 보는 입장에선

미션 임파서블 같은 블록버스터를 몸소 체험하는 듯한 기분이라 지루함도 덜 했을뿐더러

각각의 디오라마를 톺아보기에도 흥미로웠기 때문에

이성당에서 허탕 친 상황도 별 거 아니라는 듯이 넘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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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디베어뮤지엄 군산을 보면서 나중에 군산을 다시 찾아와 봐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여수에서 검색해 본 것보다 훨씬 괜찮았고 혼자 보기에 아깝다는 생각이 마지막 섹션을 보고

굿즈샵에서까지 이어졌던 이유가 컸었는데 전국일주가 끝나고

한 달 뒤 즈음에 가족을 태우고 군산을 다시 찾았던 것을 보면

당시에 이곳이 얼마나 매력적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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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차차!!!

테디베어뮤지엄 군산을 보고 나오니 문득 빨래 생각이 났다.

트렁크에 차곡차곡 채워둔 빨래가 쌓이고 있었는데

쉬어가는 시간도 필요했고 중간에 한번 정리해야겠다는 결심이 들어

주변에 있는 코인세탁소를 다급히 찾았다.


근데 별생각 없이 찾은 세탁소에서 세탁기에 빨래를 잔뜩 넣고서 누운

안마의자에 몸이 사르르 녹아버리고 말았다......


안마의자 거들떠도 안 보고 다니던 사람인데

며칠간 밖에서 지내다 보니 여로가 만만치 않음을 실감했고

이후에 두세 번 추가로 코인 세탁소를 다니며

안마의자의 진면목과 함께 옷을 이렇게까지 바리바리 싸들고 다니지 않아도

코인 세탁소와 함께 돌아다니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2020년 제주도 여행 당시엔 쿠팡 박스 하나에 옷가지 클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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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에 왔으니 한 군데 더 들리고 가야지 하고 마지막으로 들린 곳은

옛 군산 세관이었다.

군산의 과거도 알 수 있었던 것과 함께 너무 화려한 것만 보고 다녔던 여정에서

심심한 것을 보고 싶었던 마음을 충족시키기 좋았던 곳이었다.


앗차차!!!

대전에서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는 걸 잊을 뻔했다.

군산의 또 다른 매력은 다음에 만나기로 하고

대전을 향해 다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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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만났을 당시의 사진이 없네......

아! 맞다!

당시에 친구가 다리를 다쳐 깁스를 하고 있었던 데다 꽤 오랜만에 만난 상황이라

이야기에 집중하느라 기록을 남긴다는 생각을 못 했다.

그래도 정남진에서 대구로 가려던 기존 일정에 군산과 대전이 들어서며

삭막했던 일정에 색채가 곁들여진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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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서 대구로 향하는 길에서 본격적으로 전국 팔도를 8자로 도는 루트가 시작되었다.

정남진부터 쭉 올라갔던 길을 틀어 다시 내려가는 이 여정에서 또 하나의 변수가 생겼다.

대구에서 만나 저녁을 같이 먹기로 했던 형이 가족들과 만나는 중에 끝이 나지 않아

목을 빼고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휴..... 추석 연휴임을 다시 깨달았다.

그래서 근처에 어딜 가서 노닥거리고 있을까 하다가 수성못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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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못에 와서 어디에 주차를 할까 하다 발견한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

서울을 밥 먹듯이 오가면서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을 처음 와본 것 때문인지

촌스러운 촌띄기였다는 걸 그제야 눈치챘다.


원두에 대한 정보가 담긴 카드와 커피와 곁들이라고 준 초콜릿까지

장흥에서 군산을 거쳐 대전을 경유해 대구까지 500km가 넘는 거리를

하루에 해치운다는 표현이 가까울 정도로 지나며 흐릿해진 여유가

여기서 명확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커피가 한 모금씩 줄어들 때마다 다시 경치 구경이 필요해졌음을 깨닫고

커피값에 주차를 퉁치고 수성못 구경을 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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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당시에 수성못이 떠오른 건 수성못이라는 장소를 다뤘던 영화를 보면서였다.

따지고 보면 한강을 볼 때랑 크게 다르지 않은 감흥인데

목에 빛이 나는 노란 나비넥타이를 맨 오리배에 묘한 로망이 전해졌다.


청승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적당히 부는 바람도 좋았고

부산에서 느꼈던 빡빡하기 그지없었던 야경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는데

더위가 추위로 슬금슬금 변할 즈음에 만나기로 했던 형에게서 연락이 왔다.

가족 약속이 이제야 끝났고

괜찮다면 밥은 내일 점심에 사 줄 테니 오늘은 커피 한잔 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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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의 연락을 받고 간 곳은 베토벤하우스 대구였다.

건물 외형부터 예사롭지 않은 모습이었는데

건물 내부로 들어가자마자 이곳에 단박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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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 잠깐 하자는 이야기에 간 곳에서 낭만을 찾았다.

아! 이런 곳이 있었구나!!!

문 닫는 시간이 거의 다 되어갔기에 30분에서 1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눈 게 전부였지만

그 잠깐동안 머문 이곳에서 속으로는 우와! 를 연신 외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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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다시 만나기로 했음에도 친한 형은 내심 미안했는지

커피 한잔과 함께 에그 타르트와 호두 케이크를 챙겨줬는데

얼큰한 게 생각났던 이 당시에 에그 타르트와 당근 케이크는 다음 날 아침으로 스킵하고

다시 고속도로 위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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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자동차도 주유가 필요했고 사람도 끼니를 때워야 하는 상황이었다,

애호박이 들어간 짜글이를 골랐는데 그릇을 비울 정도로 맛나게 먹었고

준비된 체력을 소진한 나머지 다시 차박이라는 선택지를 골라버리며 기나긴 하루가 또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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