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전국일주 경주, 대구 편
경주는 원래 계획에 없었다.
만약 경주를 가야겠다 생각을 했으면 한 이틀 정도 넉넉하게 배분해서
수학여행 같은 코스로 불국사부터 국립경주박물관까지 살뜰하게 다녔겠지만
여기도 테디베어뮤지엄 때문에 넣게 된 곳인데 지금은 테디베어뮤지엄이 아니라
바니베어뮤지엄으로 바뀌었구나......
전 날 친한 형이 준 베토벤하우스 에그타르트와 당근 케이크는 아침 식사가 되었다.
보문관광단지 내에 있었기에 풍경도 괜찮았는데 특히 이 날 날씨가 환상적이었다.
어느 정도였냐면......
별생각 없이 찍은 이 사진이 전국일주 당시에 찍은 사진들 중에 제일 잘 나오기도 했거니와
이후에 기아자동차 홍보 관계자에게 눈에 띄게 되면서
플레이기아 인터뷰에서 요렇게 메인 컷들 중 하나로 뽑혔을 정도였다.
물론 이 당시엔 그저 날이 좋아서라는 이야기뿐이었지만.....
아무튼 햇살을 즐기며 브런치에 가까운 아침 식사를 마치고
테디베어뮤지엄 경주로 들어갔다.
이곳에선 경주에서 만나볼 수 있는 유적지와 함께 신라의 역사를 디오라마로 만든 섹션을 만났는데
테디베어로 표현할 수 있는 한국적인 감성을 마주하게 되었다.
우선 과거로 떠나는 탐험에 대한 기초적인 설정을 담은 첫 섹션이 인상적이었다.
다분히 영화 백 투더 퓨쳐를 차용한 스토리였지만 이렇게 함으로써 관람객이 단박에 눈치채고
뒤에 이어질 이야기를 자연스레 받아들이기 좋게 유도한다는 부분이 탁월했다.
시간을 잘못 설정해서 공룡의 시대로 가서 겪는 이야기도 피식하면서 웃음이 터졌고
다시 바로잡은 뒤에 넘어간 신라시대 경주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는데
테디베어들의 모습에서 당시의 모습을 유추할 수 있다는 점이 이곳을 찾은 보람을 느끼게 했다.
아! 동궁과 월지에 타임머신 빠뜨리는 이런 설정이
내 개그 코드와 맞아떨어지면서 혼자 빵 터지며 관람했는데
이때의 기억 덕분이었는지 경주 여행 당시에 누구보다도 노련하게 장소를 탐미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테디베어뮤지엄만 세 번째에 이르다 보니
자연스레 여행 중에 구매하게 되는 테디베어들도 속속들이 늘어가고 있었다.
군산에서 한바탕 구매했기에 카드가 나오진 않았지만
그래도 마지막 굿즈샵이 위험한 건 여전했다.
날 좋은 경주는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자극적이었다.
사진 속 헬륨 기구를 탈까 하고 잠시 고민했는데 대구에 아주 큰 게 기다리고 있어서
잠시동안의 유혹으로 넘기고 대구로 다시 향했다.
바로 대구미술관에 간송미술관 컬렉션이 전시 중이라는 소식을 들은 건데
예약을 하고 갔어야 했지만 무모하게 현장 예약을 노리고 갔고
이 날 무슨 기운이었는지 사람들이 한산해 30분 정도만 기다리고 들어가 볼 수 있었다.
이 당시에 이곳을 놓쳤으면 진짜 아쉬움에 몸부림을 쳤을 것 같았다.
그림에 소질이 없는 입장에서도 조선회화명품전 속 그림들은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특히 미인도를 직접 마주한다는 사실이 경이로웠는데
몇백 년이 지난 입장에서도 이 그림이 그렇게나 아름다웠다.
그래서 굿즈샵에서 미인도 굿즈를 큰맘 먹고 샀는데
6년 반이 지난 지금 이거 어딨는지 모르겠네.......
옛 것을 배워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되 근본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법고창신의 정신을 되새기며 어제 만나기로 했던 형과 커피 타임을 가지고
저녁 약속을 통해 대구 시내에서 보낸 반나절은 추석 연휴에 가족 대신 고독을 선택한 나에게
따뜻한 인류애를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고
남부지방에서 중부지방으로 떠나는 기폭제가 되었다.
물론 치밀했던 계산을 비트는 새로운 이슈가 있을 줄 몰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