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로운 삶-5

5. 사라진 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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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생명체들이 꼬불꼬불 움직인다.

벌레 같기도 하고, 뭔가 글자 같기도 한 그것은. 바로 루트 방정식 부등식 함수ᆢ미적분ᆢ 저주받을 피타고라스와 유클리드와 페르마의 자식들!

하늘에서 눈처럼 그것들이 쏟아진다. 숫자들과 알파벳들과 무수한 기호들이. 그 얼음처럼 날카롭고 뾰족한 촉수로 내 머리 카락 속으로 파고 들어와 나를 찔러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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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ᆢ 악ᆢ

나는 책상 위에 엎드려 잠들었던 거다. 연습장 스프링노트 자국을 내 뺨에 선명하게 남긴 채. 그 위에 오스트레일리아 대륙과 비슷한 모양을 한 젖은 침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서 내가 얼마나 피곤했었는지를 반증하고 있었다.

아. 몇시지?

불도 안 끄고, 아니 못 끄고 잤다.

5시 반?휴,. 다행이다. 한 시간은 더 잘 수 있겠네.

나는 연습장 옆에 둔 수학 시험문제가 혹시나 찢겨지거나 구겨지거나 침이 묻지 않았는지 확인한 후, 누가 볼세라 얼른(내 방에 나 혼자 있는데 대체 누가 본다고) 서랍 깊은 곳에 두고 열쇠로 잠갔다. 그리고 불을 끈 뒤 침대 이불 속으로 포옥.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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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야~ 정의야~ 지금 일곱 시 반이야! 학교 안 가니?"

엄마의 목소리. 아아아앗ᆢ 늦었다!

일어나자마자 단톡을 확인한다. 오늘은 수행평가가 없겠지ᆢ?

그런데, 반톡에 이상한 메시지가 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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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순진 님이 나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