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순진이가 스마트폰을 새로 구입한 걸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단톡에서 나갔다가 다시 들어올 거라고. 하지만 다음날, 순진이는 학교에 오지 않았다.
순진이의 미인정 결석 삼일째 되던 날, 학교에 경찰들이 왔다 갔다 하고 담임 선생님과 교장, 교감선생님이 교장실에 함께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아침 조회 시간이었다.
"다들 오해하지 말고 잘 들으세요. 우리 반 강순진 학생이 지금 어디 있는지 전혀 파악이 되고 있지 않습니다. 순진이 어머님이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하셨다고 해요."
반아이들은 놀라서 웅성웅성거렸다.
"어쩐지 인스타 디엠도 안 받더라ᆢ어떡해ᆢ"
"얘 진짜 가출한 거야?"
"설마ᆢ 범죄?"
선생님은 잠시 한숨을 쉰 뒤 말을 이어갔다.
"잠깐 조용ᆢ! 혹시 순진이와 관련해서 아주 작은 단서라도 있으면 교무실에 와서 샘에게 조용히 알려주기 바라요."
조회 시간이 끝난 뒤에도, 친구들은 조심스럽게 순진이의 안전을 걱정하는 이야기들을 하다가, 1교시가 시작되자 자세를 고쳐 앉고 아이패드와 참고서와 필기도구를 꺼냈다. 어쨌든 오늘은 기말고사 이틀 전인 것이다. 당연히 진도는 다 나갔고, 자습할 준비를 해야겠지.
나는? 순진이를 걱정하고 있나? 솔직히ᆢ 나는ᆢ잘 모르겠다.
내 수학문제. 순진이가 왜 내게 이걸 주고, 그리고 사라졌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순진이가 기말고사나 끝나고 나타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뭐, 어디 시골 친척집이나 친구네 집에 있겠지. 학교랑 공부에 염증이 난 모범생의 이야기야 주변에서 너무 흔하게 들었으니까. 자살이나 범죄에 연루된 것만 아니라면ᆢ
나는 순진이가 사라져 준 것이 너무 고마웠다.
사실 수학은 시험 문제만 안다면, 답은 너무 쉽게 구할 수 있다.
챗GPT나 널리고 널린 AI를 이용하면 되니까. 내 이용 기록만 인터넷에 남기지 않으면 된다. 대체 난 왜 무식하게 문제를 풀어보려고 한 거야?
윤사나 국어 문제라면 몰라도, 답이 딱 떨어지는 수학 문제라면 AI는 몇 초면 모든 문제의 풀이과정과 답을 모두 완벽하게 내놓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기말고사에서 100점을 맞을 수 있고, 지난번 중간고사와 수행평가와 합친다고 해도, 3등급 정도는 올릴 수 있다!
나는 이런 생각들을 하며 나도 모르게 싱긋 웃었다. 옆 짝꿍인 '김보람'이 그런 나를 이상하다는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너, 왠지 순진이가 안 보여서 기분이 좋은 것 같다?"
보람이는 쫌 재수가 없다. 지 꿈은 상담심리사가 되는 거라면서 대놓고 자기는 사람을 관찰한다고 말하고 다닌다. 그럼 관찰당하는 나는, 뭐 니 실험용 몰모트니?
하지만 난 보람이와 별로 싸우고 싶지 않다. 짝꿍과 싸우면 안 그래도 힘든 학교 생활이 더 짜증 날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쿨한 표정으로 한 마디만 해 준다.
"아닌데? 그럴 리가 없잖아ᆢ"
그리고 무심한 척, 참고서에 집중한다. 빨리 짝 바꿨으면 좋겠다. 한 달은 더 참아야 하는데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