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헉ᆢ 나는 교실 뒷문을 열고 내 자리를 찾아 앉았다. 그리고 순진이가 왔는지 확인하기 위해 다시 교실 앞문 쪽을 쳐다봤다.
순진이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 마스크를 한 채로 교실 제일 앞자리에 앉아 있다. 평소엔 마스크를 안 쓰는데ᆢ 혹시 독감이라도 걸린 걸까? 가서 말을 걸고 싶다. 그동안 왜 무단결석을 한 거냐고 물어보고 싶은데, 오늘 아침에 받은 쪽지 때문에 근처에 가까이 가기도 망설여진다.
담임 선생님께 스마트폰과 에어팟을 제출하고 부정행위 하지 말라는 둥의 몇 가지 잔소리를 듣고 나서 조회 시간이 끝났다.
교실 자리에서의 거리 때문이라도 순진이에게 접근하기는 좀 힘들다. 왜냐하면 나는 '최'씨라서 내 자리가 항상 뒤에서 두세 번째쯤 되기 때문이다. 번호도 항상 25번에서 26번을 왔다 갔다 한다. 하지만 성씨가 '강'인 순진이는 반에서 1번이라 항상 운동장 쪽 제일 첫 번째 자리, 아니면 복도 쪽앞 문 바로 옆이다.
순진이는 아마유치원,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까지, 매년 학년을 진급하면서 시험을 볼 때마다 제일 앞에 앉고, 출석을 부를 때마다 1번으로, 첫 번째로 호명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언제나 반에서 1등, 전교에서 1등,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시험에서 1등을 했다. 내 앞에 아무도 없다는 건, 눈을 들어 보이는 사람이 같은 학생의 등이 아닌, 언제나 나를 지켜보는 어른들의 얼굴만이 존재한다는 건. 도대체 어떤 느낌인 걸까?
하지만 하느님은 불공평하지만은 않다! 항상 조용히 공부만 해서 '공부 기계'라는 별명이 붙은 순진이는, 필기시험을 제외한 음악 미술 체육 실기시험은겨우겨우 통과하곤 했다.
그래도 반 아이들은 모두 순진이를 존경하는 듯 보였다. 공부를 잘한다는 것, 성적이 좋다는 것. 그것은 그 자체로 학생들에게 있어 '최고의 권력' 이기 때문이다. 모든 선생님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창창한 미래와 앞날이 보장되어 있는 '될성부른 싹'.
비록 지금 당장은 바빠서 내게 수학문제 풀이 따위로 도움을줄 시간이 없어도, 나중에 혹시 아는가? S대 의과대나 법과대 남사친이라도 소개해 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