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스트랄 Dec 02. 2024

정의로운 삶-1

1. 하늘에서 뚝 떨어진 시험문제

"최정의! 정의야! 기다려!"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휴지로 닦아내며, '순진'이가 내 뒤를 쫓아 달려온다. 얼마나 뛰었던지, 걔가 멘 백팩이 굵은 어깨끈부터 하늘로 두세 번은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한 것 같다. 안 힘드나ᆢ


"야! 너 왜 그렇게 뛰어? 강순진! 아직 시간 있다고! 십 분이나 남았는데!"


교실 입실 시간은 9시다. 종 치기 전까지만 올라가면 되지, 뭘ᆢ


"야! 그게 아니라! 너 가방 완전히 열렸다고ㆍㆍ"


숨을 헐떡거리며. 순진이가 무릎을 짚는다.


"뭐? 어디ᆢ"


내가 고개를 돌려 등을 돌아보는 순간, 순진이가 내 가방에 뭔가를 툭. 넣는다.


"뭐야!"

"이따가 꼭 읽어봐!! 그럼 나 먼저 간다!"


휘이잉ᆢ


운동화 바닥에서 모래먼지(?)를 날리며ᆢ 순진이가 혼자 먼저 뛰어 가버렸다.


'뭐지ᆢ?'


궁금했지만, 곧 종이 칠 거기 때문에 이따 확인하기로 하고 나는 얼른 좁은 계단을 헉헉거리며 올라간다ᆢ 아ᆢ 생리통ᆢ 존나 아프네ᆢ생결 쓸걸ᆢ 후회하면서ᆢ




하교하고 집에 오자마자, 가방을 뒤집어서 순진이가 넣은 '무언가'를 꺼냈다.


이건ᆢ수학 참고서ᆢ? 그것도 전교 1등을 하는 순진이가 몇번이고 풀어서 오른쪽 위아래 모서리가 너무 낡아. 마치 날개처럼 날렵하게 뻗은 수학 참고서 겸 문제집이다.


근데, 안이 조금 불룩하다. 책등을 들어보니 휘리릭. 두번 접은 B4 용지가ᆢ


'응ᆢ? 이건 족보인가? 예상문제ᆢ? 순진이가 설마 날 위해ᆢ?'


그런데ᆢ 학습지 같은 거라고 보기엔 너무 심하게 '시험지'같다. 제일 아래 중앙엔 [2024 2학기 2학년 수학 1/4] 라고 쓰여 있다.  흠ᆢ 요즘 문제집은 이렇게 나오는게 트렌드인가ᆢ 학교 시험지 양식과 크기와 펀집 형태가 똑같다ᆢ고 느낀 순간! 시험지 제일 마지막에 있는 네모칸 안의 문구가 내 눈을 확! 잡아버렸다.


이 문제의 모든 저작권은 ㅎㅅ고등학교에 있습니다.


헉. 얼른 시험지 첫째장 상단 오른쪽을 봤다.


김인정(인), 박수홍(인)


허어어억ᆢ 우리 학교 시험지잖아! 대체 이걸 내가 왜 보고 있는거지? 아냐ᆢ 순진이는 이걸 어떻게 구했지?그것보다ᆢ  나한테 대체 왜 준거지?


난 순진이와 같은 반이고, 가끔 짝을 했고, 가끔 다른 아이들과 같이 급식실에 간 적이 있고, 인스타 팔로워를 하거나 한 적은 있지만, 찐친은 절대 아니고, 오히려 약간은 서먹한 사이인데ᆢ


아니!!!!! 대체 나한테 왜 이런일이 일어나냐고!!!!

꿈에서만 상상해봤지만, 뉴스에서나 봤던 일인데!!!

아아아아악..!!! 나한테 왜이래ᆢ 어쩌란 말이야ᆢ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