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대하여
인간은 태어나길 의존적으로 태어난다고 한다. 누구든 누군가에게 기대고 의지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그것을 가장 잘 충족해 주는 감정이, 관계가, 바로 사랑이고 연인이기 때문에 고로 우리는 모두 사랑에 눈먼 자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 욕구를 충족할 만큼 깊은 관계가 형성이 된다면, 친구든 연인이든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둘 다 같은 사랑이다. 같은 종류의 '사랑'.
나는 불완전한 사람이다. 그런 내가 연애를 시작하고 반복적으로 오던 우울증과 강박증이 줄어들고, 매일같이 꾸던 악몽도 불면증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나를 사랑했던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네가 꾸던 악몽을 나아지게 하지 못했는데, 너의 밤을 평안하게 해주지 못했는데. 네가 연애를 시작한 이후 이름도 모르는 그 사람이 너의 악몽을 꾸지 않게 해 주었고 너를 안정시키게 만든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내가 죽도록 노력해도 해주지 못한 일을 그 사람은 너무도 쉽게 하는 것을 보고, 질투가 나기도 하고 눈물 나도록 허망한 기분이 들었어."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건 사랑이었다. 그 친구가 내게 느낀 감정은, 어쩌면 당연하게도 사랑이었다. 처음에는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이제야 알 것 같았다. 그 친구가 내게 준 게 단순한 우정의 감정이 아닌, 남녀 간의 사랑과 같다고. 아니 혹은 그 이상으로 깊고 큰 사랑이었다고. 너의 마음을 온전히 다 이해하고 그만큼 돌려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내게 과분한 사랑을 주어서 고맙다고. 이제와 늦었지만 그렇게 말해주고 싶다.
아마 다시 돌아간다 해도 나는 네가 바라는 만큼의 사랑을 돌려주지는 못하겠지. 그러니 우리의 끝은 결국 지금과 같겠지.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서로의 스무 살이었고 어쩌면 첫사랑이었을지도 몰라. 네 덕분에 이런 종류의 사랑도 배워간다고, 이런 종류의 관계도 만들어본다고. 너는 내게 너만이 줄 수 있는 수많은 것들을 주었고. 스무 살, 내 청춘의 클라이맥스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너와 함께 있던 순간이었다고. 너와 함께 있을 때 가장 나다울 수 있었으며 가장 환하게 웃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그때도 지금도,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