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설, 배꽃 리
어제 설리의 페르소나를 보았다.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더라. 새하얀 복사꽃 같은 사람이었다. 목소리는 얼마나 얇고 가는지, 들으면서 마음이 간질간질해지는. 새하얀 피부에 새빨간 붉은색이 그리도 잘 어울리는. 나는 설리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죽었다는 사실보다 어떻게 죽었는지에 더 큰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집안에 있는 전깃줄을 목에 감고 숨졌다는 사실이 왜 그렇게 충격적이었을까. 약을 먹어서도, 뛰어내려서도, 자해를 해서도, 가스를 피워서도 아닌 전깃줄에 목을 칭칭 감고 매달아 숨졌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더욱 자극적이고 고통스럽게 느껴졌다. 꽃다운 나이의 어여쁜 사람이었다. 어렸을 적부터 정신적으로 불안정했던 사람이 연예계에서 활동하며 온갖 구설수에 오르고 내렸으니 오죽할까. 수없이 아팠을 거다, 아주 많이. 나로서는 상상도 하기 힘들 만큼.
설리는 과연 단순히 악플 때문에 죽었을까? 그녀를 지탱하던 그 모든 줄이 끊어지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모든 것이 한 번에 암전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서서히 하나씩 무너져갔겠지. 왜 악플러들을 용서해 주었냐는 질문에 그녀는 이렇게 답했다. "사람들은 모두 남 이야기를 하고 헐뜯는 것을 좋아해요. 그런데 그중 그저 운이 나빠서 걸린 사람들이잖아요. 그래서 용서했어요." 그녀는 악플을 쓴 사람들이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모두가 똑같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그중 운 나쁘게 걸린 사람들을 선처해 준 것이다. 용서, 이걸 과연 용서라고 할 수 있을까. 애초에 그녀는 그것이 죄라고 여기지 않았던 것 같다. 당연한 것이라고 여겼다. 그것이 당연한 것이 되기까지 그녀의 인생은 어떠했을까.
미래를 묻는 질문에 오래도록 답하지 못하고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와 공허하게 차오르던 슬픔 어린 눈빛, 그 질문은 내게 너무 어려운 것 같다며, 감정을 지우려 애써 수없이 지어 보이던 익숙한 미소. 그래서 더욱 슬퍼 보였던 그 습관 같은 미소. 그 모든 것들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