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토릭(rhetoric, 수사법)이란?
세계적인 정치 리더들의 연설을 보면 수많은 청중이 연설의 적시 적소에 박수갈채로 호응한다. 어떻게 그 수많은 청중이 박수를 칠 타이밍이라는 것을 알고 동시에 박수를 치는 것일까?
이 연구를 처음 시작한 연구자는 청중의 박수는 우연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연사의 전략에 따라 나온다고 제안하며, 그 전략은 연설에서 몇 가지 레토릭(rhetoric)과 비언어적인 요소를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라고 제시했다 (Atkinson, 1984).
참고: 비언어적 요소는 목소리의 강약, 속도, 고저, 쉼, 제스처, 표정 같은 언어 이외의 전달 요소들.
후속 연구는 영국 정당 연설을 질적·양적 방법으로 분석했고, 청중의 박수를 받은 메시지에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보고했다 (Heritage & Greatbatch 1986).
1. 박수를 받은 메시지의 81%는 5가지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1) 상대 정당이나 정치인 비판, 다른 단체 비판; (2) 연사의 소속 정당, 정책, 리더십 지지; (3) 특정한 정책에 서로 다른 입장으로 내부 비판; (4) 특정한 정책에 대한 변론; (5) 감사 표현.
2. 연설은 여러 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있고 주제별로 다음과 같은 구조로 짜여있다. 주제 소개 (정치적 이슈나 정책) → 주제에 대한 설명 → 주제에 대한 연사의 견해 표명 → 마지막 단계인 핵심 문장에서 정치적 이슈나 정책을 비판하거나 옹호.
3. 박수받은 메시지의 70%는 청중이 연사의 핵심 문장을 알 수 있도록 전체 메시지가 설계되어 있고, 청중이 핵심 문장이 끝나는 부분을 예측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이렇게 메시지를 설계하는 데에 7가지 수사적 장치(rhetorical devices)를 사용했다: 대조(contrast), 열거(lists), 퍼즐-솔루션(puzzle-solution), 헤드라인-펀치라인(headline-punchline), 포지션 테이킹(position taking), 콤비네이션(combination), 추구(pursuit),
4. 비언어적 요소는 수사적 구조를 더 탄탄하게 만들어 박수받을 가능성을 높였다.
위의 공통점에 설명을 덧붙여 보면 이렇다. 1번, 메시지 내용은 연설의 장르에 따라 달라진다. 위의 연구는 정당 연설의 메시지 내용이지만 대선 유세연설에서는 공약이 메시지 내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2번, 연설 구조는 다른 연설 장르에서도 비슷하나 마지막 단계에서는 연설 장르에 따라 약간 다른 것으로 나타난다. 4번, 비언어적 요소는 언어적 요소에 비해 연설 장르별 또는 문화적 차이를 비교할 만한 연구들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
3번, 레토릭 사용에 관해서는 문화적 차이를 비교할 만한 연구들이 몇 개 있다. 미국 대선 유세연설에서 청중의 호응을 받은 메시지의 70% 이상에 위의 7가지 레토릭이 사용됐다 (Bull & Miskinis, 2015). 영국의 정당 연설과는 연설 장르와 문화가 다른데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미국 대선 유세연설뿐만이 아니라 프랑스와 노르웨이 정치 연설에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일본 총선 유세연설에서는 이 7가지 레토릭 보다는 화용적인 표현이 더 많이 사용됐다 (Bull & Feldman, 2011). 화용적 표현에는 인사, 감사, 문답식 구조가 포함된다.
이렇게 청중의 박수를 끌어내는 데는 문화별로, 장르별로, 유사점과 차이점이 있다. 문화적 차이점, 장르별 차이점, 언어의 차이점 등 다양한 차원에서 이 분야의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그럼, 레토릭이란 무엇일까?
많이 쓰는 용어이지만 이 콘텐츠에 자주 나올 단어이니 간략하게 정의를 내려보자.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따르면 레토릭은 "언어를 효과적으로 사용해 사람을 설득하고 영향을 미치는 기술"이며,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활발한 연구가 있었던 학문이다.
레토릭은 한국어로는 수사학이나 수사법으로 통용되고 있다. 『장하늘의 수사법 사전』에는 레토릭을 순수 우리말로 "말부림새"라고 하고, "말(언어)을 부리는(구사하는) 새(태도 · 깜냥) - 언어의 구사술"이라고 정의한다. 아름다운 표현이다.
종합해서 레토릭을, 사람을 설득하고 영향을 미치는 기술이나 기법으로 정의하고 수사적 표현(rhetorical figures), 즉 수사법의 종류를 알아보자.
수사적 표현은 크게 어휘 선택, 소리 패턴, 의미적 레토릭, 구문적 레토릭으로 나뉜다 (Cockcroft & Cockcroft, 2005).
어휘 선택은 특정 효과를 얻거나 청중과 독자를 설득하기 위해 적절한 단어를 선택하는 것이다.
소리 패턴은 특정 음성 요소를 의도적으로 반복 사용하여 리듬감을 주며 청각적 효과를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면, 두음을 반복해 운율, 즉 라임을 만드는 것.
의미적 레토릭(tropes)은 상징적 표현이나 상상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단어에 의미를 담는 것으로 은유, 직유, 의인, 아이러니 등이 있다.
구문적 레토릭(schemes)은 단어의 순서나 문장 구조로 수사적 효과를 만드는 것이다. 대조, 병렬, 반복 등이 있다. 위의 연구들이 제시한 7가지 레토릭이 여기에 해당한다.
다음 시간에는 이 7가지 레토릭을 예문과 함께 알아보자.
Atkinson, J. M. (1984). Our masters’ voices: The language and body language of politics. London: Routledge.
Bull, P., & Feldman, O. (2011). Invitations to affiliative audience responses in Japanese political speeches. Journal of Language and Social Psychology, 30(2), 158–176.
Bull, P., & Miskinis, K. (2015). Whipping it up! An analysis of audience responses to political rhetoric in speeches from the 2012 American presidential elections. Journal of Language and Social Psychology, 34(5), 521–538.
Cockcroft, R. & Cockcroft, S. (2005). Persuading people: an introduction to rhetoric (2nd edn.), New York: Palgrave Macmillan.
Heritage, J., & Greatbatch, D. (1986). Generating Applause: A study of rhetoric and response at party political conferences. American Journal of Sociology, 92(1), 110-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