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희망♣

38화. 숫자는 스토리다.

by mark

'숫자가 인격이다.'

이 말을 처음 들었던 순간을 평생 잊을 수 없다. 영화 '해운대'에서 해안가로 밀려오는 해일을 보는 것만큼

충격이었다. 반박할 수 없기에 더 그러했다.


2014년 회사 경영진단을 받으면서 들었던 이 화두는 가슴을 인두로 지진 듯 박힌 후 내 삶의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숫자의 중요함이야 진작에 알았지만, 깊이 철학적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왜냐면 산업현장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하며 그들의 생명을 가장 우선시하면서 집단의 힘을

한 방향으로 모아 뭔가를 완성해야 하는 엔지니어이자 관리자로서 생산관리 측면에서 그것은 단순히

일을 완성해 가는 도구이자 소통수단이었지, 엄정하고 냉정하게 성과를 내는 척도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숫자가 다소 부실해도 납기를 위해 일을 완성하는 게 더 중요했었다.


근데 글로벌 경제의 변동성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업의 특성상 한 치 앞도 못 보는 상황이 되자,

오로지 생존의 확보를 위해 뼈를 깎는 반성과 노력, 환골탈태하기 위해선 숫자를 모두 경영판단의

관점에서 봐야 했기 때문이다.


그때만큼 고통스럽고 힘들었던 적도 없었던 것 같다. 물론 시야도 그만큼 넓어지고 깊어졌다.

그러면서 습관도 하나 생겼다. 숫자로 뭐든지 표현하고 설명하는 버릇이다. 때로는 괴롭지만 때로는

재미있다. 숫자에 담긴 숨은 의미를 생각하고 상상하다 울컥한 적도 있다.


덕분에 2016년 8월부터 2021년 12월까지의 해외생활 중 숫자로 판단하고 평가받고 거기에 파묻혀

고민하던 수많은 나날들도 결과론적으로 잘 넘긴 듯하다.


요즘 보다 더 나은 판단, 통찰, 더 나아져야 할 현재와 미래를 위해 새로운 컴퓨터 언어와 엑셀 심화

학습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배운 것이 있다. '숫자는 스토리다'


여전히 숫자가 가진 무게는 부담이자 숙제이다. 그러나 피할 수도 없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숫자와

연관되지 않는 생활이란 없다. 기상시간부터 노력으로 얻어지는 자격증까지 말이다. 건강함의 판단

근거도 측정된 숫자로 유추하여 우리를 웃고 울게 하는 생활의 방향성을 결정하니 말이다.


숫자는 공기와 같은 우리의 동반자이다. 정도를 지키는 과유불급의 뿌리 아래 숫자에게 정성을 다해 보자.

매일 숫자야! 안녕~하며 씩 웃자.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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