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화. 동네 골목길
'골목길 상권의 모습이 서민 경제의 지표다.'
지난 주말, 집사람이 베이글만 전문적으로 파는 가성비 좋은 동네 빵집이 생겼다고 하여 휴일 산책길에
다녀오며 든 생각이다.
어디 가지 않고 집에서 보내는 행복한 토요일 밤, 잠들기 전부터 즐거운 일요일을 준비했다.
평일보다는 조금 늦은 6시 30분에 일어나 욕실에 목욕물을 받고 30분가량 목욕을 했다.
그런 후에 적당히 따스하고 인적이 많지 않은 시간의 고요한 해안도로를 걸었다.
1시간가량 걷고 나니 배가 고팠다. 집사람과 얘기 끝에 사람온기가 북적되는 전통시장의 맛집에 가자는
유혹을 물리치고 동네 큰 블록 다음 골목길에 있는 '복국집'을 갔다. 오며 가며 본 지 15년이 넘었는데,
가보는 건 처음이었다. 역시나 선택은 옳았다. 맛있었다. 더구나 불콰하게 취한 분들이 있지도 않고,
여행객으로 보이는 노부부만 식사를 하고 계시어 더 좋았다.
기분 좋은 배부름에 다시 산책을 하다, 동네 골목길을 탐방했다. 있다가 없어지고 없는 자리에 새로
생긴 여러 가게들을 보며 생각의 편린들이 파닥거리기 시작했다.
그 정점에 새로 생긴 베이글 가게가 있었다.
60명 가까이 수용할 수 있는 공간에 쾌적한 공기와 분위기... 제조과정을 눈만 돌리면 볼 수 있는
깨끗함과 신뢰를 주기 위해 디자인된 열린 주방과 계산대에 잘 생긴 파릇한 두 청년이 일하고 있었다.
절로 호감이 생기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오전 9시가 넘는 시각에 빵집에 사람이 없었다. 꽃을 찾아다니는 벌꿀들처럼 주민들이
북적돼야 하는데, 딸랑 1명만 있었다. 그러면서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전세로 했든 자가로 했든 초기
투자비용으로 든 돈이 꽤 클 텐데, 손님들이 있어야 매출이 생기고 유지가 될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게 연예인 걱정이다'라는 누구의 말처럼 섣부른 생각일 수도 있지만, 따뜻한 공기를
감싸고 있는 동네 골목길에 사람이 오가지 않으니 자연스레 든 생각이었다.
빵을 고르고 나오는 동안 아무도 오지 않았다. 다음 주는 점심시간쯤 들러보아야겠다 다짐했다.
왜냐하면 이 가게가 오래 잘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빵집의 수명은 창업 후 5년을 넘긴 가게는
30%도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숱한 사례의 벤치마킹 끝에 열었을 이 가게가 택한 단순화, 차별화의
경영철학이 좌절하는 걸 보고 싶지 않다. 대학 다니는 아들들이 있으니 더 감정동화가 되는 듯하다.
오래전 스무 살 때 '천하삼일'로 끝난 과외가 있다. 지인의 권유로 고1 영어를 가르쳤는데, 3일이 지나니
내 실력의 한계에서 비롯된 양심의 가책이 느껴져 그만두었었다. 물론 3일 치 과외비는 과분하게 받았었다.
그때의 일을 떠올리면 늘 마음이 아프다. 그 학생에게도... 나에게도... 그때 얻은 교훈이 '실력'이다.
뭔가를 할 땐 실력이 제일 중요하다. 그건 이미 존재하는 집단에 속하든 창업을 하든 동일한 잣대의 우선순위라 여긴다. 다만 다른 중요한 고려요소가 있다. 바로 통제불가의 영역이다. 집단은 위험이 생기면 조직으로 대응하고 대비한다. 자영업은 개인이 모든 걸 다 고려하고 준비해야 한다. 이게 큰 변수인데, 상상도 못 한 통제불가능한 영역밖의 일이 생겨서 지속되면 버틸 수 있는 자생력이 별로 없다. 그게 힘들다.
지구촌의 모든 시선을 받고 있는 중동사태... 골목길 가게를 보고 나니 갑자기 관심이 더 생겼다. 어떻게든
얼른 끝나야 한다. 자연재해보다 무서운 게 전쟁이다. 이 인공재해는 존재의 가치 자체를 깡그리 지워버리기 때문이다.
평온해야 골목길에 사람이 모이고 그 온기가 퍼져 모두가 산다.
그래서 절실히 바라본다.
베이글처럼 둥글게 살자.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