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하교 풍경 하나
신호등도, 횡단보도도 없는 작은 사거리.
삼현여중, 삼현여고 아이들이 잰걸음으로 등교를 하다가 이 작은 사거리에 이르면 친구들과의 재잘거림을 멈추고, 그 맑은 웃음소리도 접어두고, 잠시 눈치를 보며 멈춰 서야 한다. 아주 잠깐이면 아이들이 지나갈 텐데, 그 찰나의 시간 같은 잠깐동안을 허락하는 자동차가 없다.
내 앞의 자동차들은 그렇게 바쁜 듯이 지나갔다. 이제 내 차례가 되고 차량을 세웠다. 운전석 앞 차창으로 아이들이 가벼운 목례를 한다. 손을 흔든다. 물론 당연한 것을 기다렸다는 듯이 눈길도 주지 않고 지나는 아이도 있다. 하지만, 이내 한 무리의 아이들이 지나고 그 짧은 찰나의 시간을 참지 못해 경적을 울린다. 처음엔 한 대의 소리가 들리다가 이내 두세 개의 다른 경적소리가 합주를 한다.
그들 중에서 유난히 잦은 한 가지 종류의 경적소리가 바로 뒤차에서 들려온다. 택시다. 승객이 없다. 70은 넘어 보이는 속알머리는 없고, 몇 가닥 남지 않은 주변머리가 희끗한 늙은 기사가 빤히 나를 응시하다가 고개를 돌린다.
창문을 내려 보래도 응답이 없는데, 아이들이 웃으며 기분 좋게 지나가고, 아무도 빵빵거리지 않으니 그만 내 차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등하교 풍경 둘
아이를 등교시키고 우회전하려는데, 빵빵거리는 경적소리에 고개를 돌려 보니 삼거리 신호등 횡단보도로 아이들이 바쁜 걸음을 더하고 있다. 거기에서 족히 30-40미터는 떨어져 보이는 뒤에서 앞의 소형차의 차선변경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한 택시가 달려온다. 그리고는, 급히 자신의 차선을 변경해서 그 소형차 앞으로 끼어들더니 한 차례 브레이크를 밟고 다시 차선을 변경해서 돌아나간다. 베스트 드라이버다. F1에서 달려도 결코 슈마허에게 뒤지지 않을 듯하다.
내 앞을 지나쳐 갈 때 보니 역시나 빈정 상하게시리 속알머리도 없고, 주변머리도 찾아보기 힘든 딱 그 나이대의 늙은 기사가 앉아 있다.
등하교 풍경 셋
아이를 내려주고 진양교를 건너 구, 법원을 지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이 아침부터 한 잔 야무지게 걸쳤는지
지그재그로 두 개의 차선을 넘나드는 승용차가 있다.
자신의 운전을 과시하기로 마음먹은 듯했다. 운전석 쪽 차창을 반쯤 내린 70대로 보이는 영감이 휴대폰을 눈앞에 들이대고 무언가를 열심히 보고 있다. 그래도 이따금씩은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펴보기도 하며 운전을 하고 있다.
무슨 생각으로 운전을 하는지 궁금했다. 아니, 어떻게 운전을 그렇게 하는지가 더욱 궁금했다. 나란히 주행을 하다가 두 번째 신호등에서 옆 차선으로 오기에 창문을 내리고 아저씨 하고 불렀다. 초점 잃은 눈, 어시장 좌판에서 자주 보일 듯한 그런 눈빛으로 나를 한번 쳐다보고는 창문을 올린다. 그리고는 다시 휴대폰을 보고 있다.
도대체 이들은 왜 이러는 것일까. 그의 아들과 손자가 오늘도 자신의 차량에 생을 달리하고 있음을 알고는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