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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유 Sep 29. 2024

운전석 워리어

강약약강의 찌질이들 2

강약약강의 찌질이들 시리즈 2탄이다.

꽤나 오래 전의 어느 날이다.

거제 고현시내에서 통영방향으로 오르는 언덕길을 오르는 중이었다.

앞서 운행 중이었던 프라이드 승용차를 suv차량이 진로를 방해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지금이야 보복운전의 개념으로 설명할만한 상황이었지만, 그 당시엔 보복운전의 개념은 없었던 듯하다.


암튼, 짙은 선팅이 없는 차창으로 보이는 구형프라이드 차량의 운전자는 30대가량으로 보이는  여성 운전자였다.

뭔가 잘못된 운전행위를 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suv차량의 두세 차례 위협운전에 속도도 떨어지고 잔뜩 움츠린 느낌이었다.


추월을 해서 후사경을 보니 여전히 갈지자로 프라이드 승용차를 앞세워 보내지는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던 suv차량.

짙은 선팅에 운전자는 보이지가 않았다.

그냥 지나쳐 갈까 하다가 속력을 줄이고 suv차량의 옆차선으로 이동을 했다.

그리고, 3차선에서 suv차량이 프라이드차량의 진로를 방해할 때 갓길 쪽으로 살짝 밀어붙였다.

다행스럽게도 추돌은 하지 않고, 세 대의 차량이 나란히 3차선에서 갓길에 걸쳐 정차를 했는데, suv차량은 꼼짝없이 갇힌 모양이었다.

얼른 내려서 suv차량의 차창을 두드렸는데, 선팅이 얼마나 짙었는지 차량 내부가 전혀 보이지 않더라.


두세 차례 차창을 두드렸는데,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던 suv운전자.

그렇게 잠깐 멍하니 서서 보니 갓길 바로 옆에 제법 큰 돌멩이가 보이길래  집어와서 차창을 내리치려는 시늉을 했더니, 그제야 차창이 내려지는데.

30대가량의 170도 채 되어 보이지 않는 삐쩍 마른 사내자식이다.


아무런 말도 못 하고, 눈길을 회피하고 있는데.

조수석엔 여자친구인 듯한 여성이 앉아 있더라.

둘 다 아무런 말이 없으니, 내가 할 말도 딱히 없고.

그저 "운전 똑바로 하고, 뒤차에 가서 사과해라"라고 말했더니, 쪼르르 가서는 사과를 한다.


그리고, 프라이드차량의 운전자가 고맙다고 하는 인사만 듣고 각자 갈 길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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