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고 길게 보다는, 굵고 짧게 사는 것도
강약약강의 찌질이들
이따금씩은 내 두 눈에 드는 것이 추하다 싶은 정도의 찌질한 일상을 만드는 이들을 본다.
그들은 강자에겐 비굴하고, 약자에겐 광포하기까지 하다.
그런 그들을 입에 올리는 것은 그렇게 썩 유쾌하지 않은 일이지만, 일상에서 마주하는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몇 편의 이야기가 될는지... 오로지 나의 주관적 경험에 근거해서 쓰는 글이니 엇비슷한 경험을 공유하는 이들도 많겠다.
그 첫 번째 찌질이는 몇 년 전 거제 옥포에 살 때 겪었던 놈이다.
퇴근길, 옥포 소방서를 지나 언덕길 아래의 횡단보도를 지나가려는 중이었다.
앞차에 가려 잘 보이진 않았지만, 가만 보니 횡단보도 앞에서 초등학교 5-6학년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머뭇거리고 있다.
횡단보도를 지나 작은 로터리를 돌면 거제경찰서인데, 양쪽 차선의 차량 그 누구도 정차를 하지 않는다.
그러니 아이가 횡단보도 앞에서 머뭇거린 지 얼마나 되었을지 알 수가 없었다.
역시나 바로 내 앞차까지 멈춤 없이 모두 지나가고, 내 차례에서 정차를 했다.
혹시나 싶어서 비상등까지 켜고, 그러니 반대 차선의 차량도 그제야 정차를 했다.
아이가 횡단보도 앞으로 나오며 건너려 한다.
그런데, 그 순간 뒤쪽에서 왠 놈이 귀청이 떨어져라 경적을 울려댄다.
한참이나 떨어져서 장음으로 몇 초간이나 울려댄다.
순간 나도 놀랐는데, 아이는 얼마나 놀랐을까.
그 눈빛.. 놀란 토끼처럼 휘둥그레했던 그 눈빛.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나오던 아이는 도로 제자리로 갔다.
반대쪽 차량도 지나가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서행했더니, 그놈이 나를 추월하고는 20-30여 미터 앞에 정차를 한다.
잘 되었다 어떤 놈(?)인지 얼굴이나 한번 보자 하며 차를 세우고, 뒤를 보니 다행히 자동차가 오지를 않으니 아이가 횡단보도를 건넌다.
문을 열고 내려서 차량 쪽으로 몇 걸음 발길을 옮겼더니, 놈이 그대로 줄행랑이다.
내 차를 타고 잠깐동안 따라가며 경적을 울리고 서라고 했는데도 그대로 줄행랑이다.
아파트 사이의 좁다란 길을 휑하니 줄행랑이다.
왜 그렇게 살까.
아마도 차량에서 자기보다 약해 보이는 사람이 내렸으면 그렇게 줄행랑쳐서 달아나진 않았으리라.
찌질한 세상에 찌질한 놈들이 참 많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