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몽유 Sep 22. 2024

얇고 길게 보다는, 굵고 짧게 사는 것도

강약약강의 찌질이들

이따금씩은 내 두 눈에 드는 것이 추하다 싶은 정도의 찌질한 일상을 만드는 이들을 본다.

그들은 강자에겐 비굴하고, 약자에겐 광포하기까지 하다.

그런 그들을 입에 올리는 것은 그렇게 썩 유쾌하지 않은 일이지만, 일상에서 마주하는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몇 편의 이야기가 될는지... 오로지 나의 주관적 경험에 근거해서 쓰는 글이니 엇비슷한 경험을 공유하는 이들도 많겠다.




첫 번째 찌질이는 몇 년 전 거제 옥포에 살 때 겪었던 놈이다.

퇴근길, 옥포 소방서를 지나 언덕길 아래의 횡단보도를 지나가려는 중이었다.

앞차에 가려 잘 보이진 않았지만, 가만 보니 횡단보도  앞에서 초등학교 5-6학년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머뭇거리고 있다.

횡단보도를 지나 작은 로터리를 돌면 거제경찰서인데, 양쪽 차선의 차량 그 누구도 정차를 하지 않는다.

그러니 아이가 횡단보도 앞에서 머뭇거린 지 얼마나 되었을지 알 수가 없었다.

역시나 바로 내 앞차까지 멈춤 없이 모두 지나가고, 내 차례에서 정차를 했다.

혹시나 싶어서 비상등까지 켜고, 그러니 대 차선의 차량도 그제야 정차를 했다.

아이가 횡단보도 앞으로 나오며 건너려 한다.

그런데, 그 순간 뒤쪽에서 왠 놈이 귀청이 떨어져라 경적을 울려댄다.

한참이나 떨어져서 장음으로 몇 초간이나 울려댄다.


순간 나도 놀랐는데, 아이는 얼마나 놀랐을까.

눈빛.. 놀란 토끼처럼 휘둥그레했던 그 눈빛.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나오던 아이는 도로 제자리로 갔다.

반대쪽 차량도 지나가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서행했더니, 그놈이 나를 추월하고는 20-30여 미터 앞에 정차를 한다.


잘 되었다 어떤 놈(?)인지 얼굴이나 한번 보자 하며 차를 세우고, 뒤를 보니 다행히 자동차가 오지를 않으니 아이가 횡단보도를 건넌다.

문을 열고 내려서 차량 쪽으로 몇 걸음 발길을 옮겼더니, 놈이 그대로 줄행랑이다.

내 차를 타고 잠깐동안 따라가며 경적을 울리고 서라고 했는데도 그대로 줄행랑이다.

아파트 사이의 좁다란 길을 휑하니 줄행랑이다.




렇게 살까.

아마도 차량에서 자기보다 약해 보이는 사람이 내렸으면 그렇게 줄행랑쳐서 달아나진 않았으리라.


찌질한 세상에 찌질한 놈들이 참 많기도 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