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어라
강약약강의 찌질이들 3
이왕 시작한 김에 강약약강의 찌질이들 이야기 세 번째이다.
20년은 더 지난 명절연휴의 어느 날.
오랜만에 만난 곧휴친구들과의 모임이 있었고, 놈들 중에는 근 10년 만에 만난 놈도 있었다.
자식이 중등학교 시절부터 조금 어지러운 생활을 하더니 어느 날부턴가 어판장 뒷골목에서 주먹을 쓰고 다녔는데,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친구들과는 거리를 두게 되었던 놈이었다.
집이 가까워서, 그놈의 동생과 내 동생이 친구라서 이따금씩은 보기는 했는데, 여차저차한 사정으로 몇 년 동안 얼굴 한 번 제대로 볼 수 없었던 세월이 제법이었다.
어쨌거나 오랜만에 다섯이서 내 구형 코란도 짚에 몸을 싣고, 들뜬 기분으로 왁자지껄 떠들며 술자리로 이동을 하는데, 맞은편에서 벤츠차량이 다가온다.
양쪽 길가로 차량들이 주차를 하고 있어서 지나갈 수 없으니 누군가 양보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경우엔 의례히 내가 양보를 하는데, 차를 뒤로 빼려고 하니 다가오는 벤츠차량의 운전자 놈이 창문을 내리고 고개를 내밀더니 대뜸,
"차 빼라. 추석 거꾸로 쇠고 싶나?!"이러는 것이 아닌가...ㅎㅎㅎ
"저기 미쳤나?! 차 빼지 마라. 저 자석이 빼는 것이 맞지. 또라이 자석 아이가?!"라고 하며 친구들이 말을 더했지만, 사실 놈의 말을 듣고 나도 빼주고 싶지는 않더라.
그렇게 두 차량이 마주 보고 섰는데, 운전자 놈이 내리더니 뒤에 검정양복을 입은 빡빡이돼지 한 놈이랑 다가온다.
그리곤, 내 옆에 오더니, "아저씨, 명절 거꾸로 쇠고 싶은교? 고마 차 빼지."그런다.
기가 차고 어이가 없어서 차문을 열고 내리려는데, 언제 내렸는지 친구 놈이 내려서는,
"마, 니 내 알제? 가서 석춘이 오라 캐라"
딱 한마디 했는데, 빡빡이돼지가 쩔쩔매는 꼴이란.
쩔쩔매던 빡빡이돼지가 쪼르르 가더니 빡빡이돼지가 둘이 더 온다.
그리곤, 그 친구가 우리 눈앞에서 빡빡이돼지들 뺨을 때리는데, 얼마나 남사스럽던지.
지나가던 사람들 중에 혹시나 나를 아는 사람은 없었던 것이 다행이다 싶었다.
운전자 놈은 바짝 쫄아서는 아무런 말도 못 하고 그대로 얼음이 되었고, 사색이 된 얼굴로 가더니 차를 뺐다.